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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ttle Creatures Mar 18. 2020

사우디 주거생활

[시기:2016~2020 / 장소:사우디아라비아]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우디에도 퍼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2월에서 3월 초까지 코로나 바이러스로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을 때, 사우디는 감염 확진자가 없다고 발표하고 있었지만 내심은 그 신뢰성에 의문이 들었었다. 2020.3.3 사우디에 첫 확진자가 공식 발표된 이후 2주일 정도가 지난 2020.3.16 현재 확진자는 118명으로 늘어났다. 이에 사우디는 그동안 여러 가지 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 2020.3.8 부터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한 사우디 동부의 Qatif 지역이 봉쇄되었고

- 2020.3.9 부터 모든 학교가 휴교를 시작했고

- 2020.3.15 부터는 마트와 약국을 제외한 모든 상점이 문을 닫았고, 공공기관이 재택근무를 시작했으며, 무엇보다 2주간 전 국제선 항공 운항을 중지한다고 발표하였다.


최근 코로나 사태를 지켜보면서 만약 어떤 형태의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우리나라로 빨리 돌아가면 괜찮을 것이라는 막연한 안도감이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돌아갈 길이 차단되어버리니 뭔가 막막한 느낌이다.




국적과 임금수준에 따른 주거형태

사우디의 국토 면적은 2,150,000 km2으로 우리나라(남한)의 100,000km2의 약 21배이며, 인구는 3.4천만이고 이중 외국인이 1천만 명 정도이다. 외국인은 주로 시리아, 이집트, 예멘 등 아랍과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필리핀 등에서 온 노동자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며, 반면 선진국에서 온 고임금 근로자들(?- 예외는 있지만 국가별로 별도의 임금 밴드는 엄연히 존재한다.)은 약 10만 명 정도이다.

일반적으로 사우디 및 중위소득 외국 근로자는 빌라와 아파트에 거주하며, 저임금 외국 근로자들은 회사에서 제공하는 숙소에 그리고 고임금 외국 근로자들은 외국인 전용 주거지인 컴파운드에 거주한다.


사우디의 일반 주거형태

사우디 현지의 주거형태는 단독주택과 아파트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사우디의 아파트는 우리나라에서는 "빌라"라고 불리는 형태이다. 5층 내외의 건물에 별도의 커뮤니티 시설이 전혀 없는 약 150m2~250m2의 주거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이슬람을 믿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무슬림들은 전통적으로 그리고 종교적인 이유 등으로 공동생활의 주거형태를 선호하지 않으며 매매가와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싸다.


사우디인들이 선호하는 주거형태는 단독주택(Villa)이다.

일반적으로 Villa의 연면적은 250m2(75평) ~ 350m2(100평)이며 3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높은 담으로 둘러싸여 이웃집을 넘겨다볼 수가 없다. 최근에는 도심 내 개발 부지가 부족하고 세대 구성원의 수가 예전보다 적어져서 연면적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다.

[사우디 서민빌라 조감도]

1층에는 Majlis, 주방, 식당 그리고 가족 거실이 위치하고 있다. 사우디(중동) 주거의 특징인 Majlis라고 불리는 공간은 입구 바로 옆에 붙어있으며, 거실과 화장실로 구성되어 있다. Majlis는 외부에서 오는 남자 손님 전용 접객 공간으로 사우디는 아직까지도 외부 남자는 Majlis 공간을 지나 가족들의 공간으로 들어갈 수 없다. 친척 모임일지라도 남자들은 남자들끼리 Majlis에만 머물러야 하며, 여자들만 내부 가족공간으로 들어가서 별도로 모임을 가진다. 식당은 공유하나 식사는 남자와 여자가 별도로 한다.

신기하게도 아직 그렇다.

[사우디 빌라 1층]

2층에는 주로 침실과 조그만 가족 거실이 별도로 있는 경우가 많다. 사우디의 연간 인구증가율은 2.5%에 이르며 현재의 젊은이들도 결혼하면 4~6명의 자식을 가지고 싶어 한다. 그래서 침실이 적어도 3개 이상이며 5-6개 정도를 두는 빌라가 많다.

[사우디 빌라 2층]

3층은 가정부 침실과 빨래실 그리고 옥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옥상에서도 이웃집을 넘겨다보기 어렵게 높은 담으로 둘러싸여 있다.

[사우디 빌라 3층]


외국인 주거형태(컴파운드/Compound)

고임금 외국인들은 주로 컴파운드에 주거를 정하며 이는 사우디의 일반 주거와는 다른 주거환경과 커뮤니티 시설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첫번째 이유는 우선 복장이 자유롭다. 여자들이 아바야를 입지 않아도 되고 짧은 치마/바지와 민소매 등도 허용되며 수영장에서 남녀가 수영복을 입고 같이 있을 수 있다. (이게 가능하다고 적는 게 웃긴다.)

둘째는 커뮤니티 시설이 있다. 컴파운드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적으로는 수영장, 헬스장, 테니스장, 농구장, 어린이 놀이터, 탁구장, 영화관, 미니 마트 정도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최고급 컴파운드는 실내에 수영장, 테니스장, 농구장, 볼링장, 스쿼시장, 배드민턴장을 갖추고 있으며, 알부스탄에는 실내 풋살장과 조깅트랙까지 있다.


셋째는 안전이다. 컴파운드는 높은 담과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있고 외부인 출입이 금지되어 있으며, 방문객은 거주자의 요청에 의해서만 출입이 가능하다. 방문객의 차량은 출입이 불가하여 외부 방문객 주차장에 주차해야 하며, 거주자도 입구에서 경비들의 차량 검사를 마쳐야 진입이 가능하다. 예전 차량 폭탄 테러 때문이라고 하는데 대부분 너무 형식적이어서 실제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컴파운드의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중급 컴파운드의 경우 3-Bedroom 빌라의 1년 임대료가 약 5천만원(SAR 150,000)에 육박한다. 최고급 컴파운드의 경우는 3-Bedroom 아파트가 약 8천만원(SAR 250,000) 그리고 3-Bedroom 빌라는 1억원(SAR 300,000이상)이 넘어가기도 한다. 코끼리 비스켓이지만, 이 가격에는 통상 무제한의 전기/수도료가 포함되어 있으며 인터넷은 별도이다.

최고급 컴파운드의 거주자는 대부분 미국과 유럽인들로 구성되어 있고, 중급 컴파운드에는 중동 외국인들이 모여서 살아간다. 리야드에서 최고급 컴파운드로 불리는 알부스탄은 뛰어난 커뮤니티 시설과 친절한 서비스를 갖추고 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미국 국제 학교와 바로 붙어 있어 항상 수요가 넘쳐나서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


아래는 아파트로만 구성된 가격의 측면에서 중급인 나름 가성비가 높은 컴파운드의 사진이다.

혹시 괜찮아보인다면 그건 사진빨일 수 있다.

설계, 시공, 자재, 거주자 편의를 위한 세심함 등 여러가지 의미에서 우리나라의 아파트 수준을 따라오지 못한다.

특히, 서비스에 있어서는 그 차이가 확연하다.

우리나라의 넘치는 친절과 신속한 처리 속도에 비하면 여기는 연락이 잘 안되거나, 되더라도 퉁명스럽고, 서비스 요청을 받은 후에는 내갈겨두는 느낌이다. (물런 우리나라는 과잉 친절을 제공하기 위하여 희생하시는 분들의 고통도 동반한다.)

예를 들면, 새로 입주하는 컴파운드에 기본으로 제공되는 가구가 부족하여 1주일안에 설치해주기로 약속받고 입주했는데, 6개월 뒤에 결국 받는 것을 포기했다는 소식도 있다.

다른 방법이 없다. 익숙해져야 한다.


우리 가족은 중급 컴파운드에 산다.

나는 가족들이 사우디의 너무 다른 환경에 놀라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그리고 안전하게 보이는 컴파운드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회사에서 주어지는 주거지원비는 중급 컴파운드만 가능했다. 1년이 지난 지금 RJ는 가끔 시설이 더 좋고 깨끗한 컴파운드에 대한 부러움을 넌지시 내비치기도 하지만, 대체로는 컴파운드 내에서 나름 서로 예의를 지키면서 불편하지 않게 살아가고 있다.


회사 파견으로 나오지 않고 사우디에서 개인사업을 하시는 우리나라분들은 대부분 컴파운드에 살지 않는다. 이미 사우디 생활에 익숙해져서 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컴파운드 주거비용을 부담하기에는 액수가 크기도 하다.


나는 현지의 삶을 좀 더 깊게 알고자 사우디의 일반 주거에 살아보고 싶은 생각은 아직 없다.

회사에서 주어지는 혜택을 거부하고 싶지도 않고 사우디 현지인들의 삶을 더 체험하기 위한 관심도 부족하며 더군다나 익숙해져 버린 현재의 생활을 바꾸고 싶은 용기도 없다.

어차피 다 알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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