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무지렁이의 우당탕탕 직장인 밴드 활동기 #1
길을 헤매 Get Lost - Lee Arumsoul
https://youtu.be/XK9OJVn4C9c?si=P_k0CTXrj4TfjuJi
길을 헤매 자유롭게 헤매보면 더 재밌을걸
좀 위험해도 스릴 넘치게 즐겨야 돼
그저 그렇게 안전하게 가기만 하면 알 수 없어
나는 항상 노래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어렸을 적 장래희망을 적는 칸에는 늘 '가수'나 '연예인'이 자리 잡고 있기도 했다. 그러다 점점 현실을 깨닫게 됐고, 어릴 적 꿈은 나의 아주아주아주 깊은 곳에 잘 묻어두었다. 가끔 친구들이나 지인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게 될 때, 모두들 흠칫 놀라며 '노래 잘한다'라고 감탄하면 괜스레 뿌듯해져 잘 묻어두었던 꿈이 꿈틀거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 마음을 실행으로 옮기진 못했다. 아니 '옮기지 않았다'라는 말이 더 맞을 듯하다. 언제나 기회가 있었음에도 바쁘다는 핑계와 다음에 하면 될 거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뒤로 미뤄두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는 내 실력을 다른 사람들 앞에서 보여주는 것이, 다른 사람에 평가받는 것이 두려워 계속 미루기만 했던 것 같다. 주변 사람이 으레 칭찬했던 것과는 다른 쓰디쓴 현실을 알게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첫 직장을 그만둔 후 이직 준비를 하다 보니, 그동안 묻어두었던 노래에 대한 열망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마음의 여유가 생기니 나를 돌아볼 시간도 생겼던 것 같다. 노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밴드의 보컬로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연결됐고, 취미 밴드를 열심히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대부분 직장인 밴드로 운영하는 듯했다. 그래서 취업을 했다(?)
더 길어질 줄 알았던 이직 기간을 마치고 새로운 직장에 조금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을 즈음에, 취미 밴드를 다시 찾아보았다. 구글링을 해보니 뮬MULE 이라는 사이트에서 밴드 모집을 많이 하고 있었고, 그중 내가 사는 지역에서 구하고 있는 밴드를 찾아봤다. 마침 보컬을 찾는 밴드가 있었고 수십 번의 고민 끝에 긴장한 손가락 끝으로 연락을 남겼다.
오픈 채팅으로 연락을 했는데, 내가 생각하기에 보컬로서 나이가 좀 있는 것 같아 걱정했지만 그건 크게 중요하지 않는 듯했다.(다행) 노래 샘플을 달라고 해서 그 주에 바로 녹음을 한 후 보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고 싶어서 몇 번 정도 연습한 후 바로 녹음해 보내버렸다. 어차피 만나서 내 실력을 그대로 보게 될 텐데 꾸며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아직 부족함이 많은 노래였지만, 어딘가 마음에 들었을까? 한번 만나서 합주를 해보자는 연락이 왔고, 여러 고민을 하다 합주를 하기로 결정했다.
고민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만난다고 해서 바로 보컬이 되는 것도 아니고(합주 후 밴드에 맞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오픈 채팅으로만 연락했기에 이 사람들, 이 밴드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무서웠다...!) 또 연락한 분의 말투나 태도가 나와는 결이 맞지 않는 것 같아서 망설였던 점도 있었다. 합주 전일까지 장소와 시간에 대한 언급이 없어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런가 보다' 생각하고 다른 밴드를 찾을 생각에 합주 노래 연습을 하지 않았..ㄷ...ㅏ(쿨럭) 하지만 연습 당일 연락이 왔고, 합주일은 나에게 맞춰줬기 때문에 '가서 노래 한 곡이라도 불러보자!'라는 생각으로 퇴근 후 노래를 짧게 연습한 뒤 만나러 갔다. 그만큼 밴드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런데 걱정과 달리 사람들의 첫인상이 너무 좋았다. 아마 텍스트의 한계와 연락 방식의 차이에서 생겼던 걱정이었던 것 같다. '취미' 밴드였지만 다들 밴드에 진심인 듯해서 여느 프로 밴드 못지않았다. 그 열정에 부응하기 위해 노래를 열심히 불렀지만, 처음이라 긴장한 탓에 목에 힘이 많이 들어갔다. 노래를 부르면 부를수록 내 목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노래 좀 한다는 소리를 들었던 사람으로서, 보컬을 쉽게 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원래 잘 올라가던 고음도 왜인지 어려웠고, 평소에 쓰지도 않던 발성이 나와버려서 어떻게 노래를 불렀는지, 숨은 언제 쉬었는지 모두 까먹은 지경이 되었다.
노래에 재능이 있는 줄 알았지만 보컬에는 재능이 없는 건가 싶었다. 아무튼 떨려서 잘 부르지 못한 엉망진창의 노래를 듣고도 잘 부른다는 밴드원들의 말에 조금 의심스러웠지만, 그래도 내 목소리를 마음에 들어 하는구나 싶었다. 아직 처음이니까 그런 거겠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점점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밴드원들이 추천하는 노래를 들었는데 아는 게 단 하나도 없...었다... 다행히 노래를 편식하지 않는 편이기에 추천 노래를 플리에 담아 주궁장창 듣기 시작했다. 노래를 꽤 많이 알고 있다는 약간의 자부심이 있었는데, 세상은 넓고 노래는 더 많다는 것을 깨달았고 앞으로 더 다양한 노래를 들어보려 한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바로 밴드와 관련된 영상을 찾아보았다. '발성 연습'이나 '목 푸는 법', '콧소리 나지 않게 노래 부르는 법' 등 보컬과 관련된 영상을 타고 타고 들어가다 보니, 노래를 더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월급을 받으면) 보컬 레슨을 받아볼까 한다. 그냥 노래방에서 부르는 것과 밴드 보컬로서 부르는 건 차원이 달랐기 때문이다. 악기 소리에 묻히지 않게 목소리에 더 강조를 줘야 했는데, 힘은 있지만 부담스럽지 않게 부르는 걸 연습하고 싶다. 또 전문용어나 지식 등 밴드와 관련된 공부를 할 계획이다.
당돌한 건지, 멍청한 건지 나는 밴드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작정 밴드의 보컬이 되려고 했다. 취미 밴드라고 쉽게 생각했던 탓도 크다. '그냥 가서 노래만 부르면 되겠지' 싶었는데, 취미지만 자신이 다루는 악기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이 대단해 보였고, 밴드에 진심인 사람들을 보게 되니 밴드 무지렁이인 내가 부끄러웠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은 나와 같은 수많은 밴드 보컬 희망생(?) 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쓰게 됐다. 내가 알게 된 팁을 정리해 공유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꿀팁도 함께 알아가고 싶다. 그리고 보컬뿐만 아니라 취미를 시작하려는 늦깎이 취미러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는 응원의 글이 되고 싶기도 하다. 나 같은 사람도 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도전하라는 실질적 응원 말이다.
합주 연습은 몇 번 하지 않았지만, 내가 밴드의 구성원이라는 게 아직 믿기지 않고 얼떨떨하다. 하지만 첫 합주를 했을 때의 그 설렘은, 묻어뒀던 노래의 꿈을 파헤쳐 당당히 내 마음에 자리 잡게 만들었다. 나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소중한 경험과 기억을 쌓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앞으로 우당탕탕 직장인 밴드 활동기의 성장 과정을 잘 지켜봐 주시라! 아좌좌좌!!!!!!!
오늘의 3줄 요약
1. 늦었다면 늦은 보컬로서의 직장인 취미 밴드 활동 시작☆
2. 밴드와 보컬에 대한 세상을 알게된 후 자만했던 내 능력의 한계를 되돌아 봄(˘̩̩̩ヮ˘)
3. 앞으로의 밴드 활동을 위해 열심히 배우고 발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