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류시화
친구의 추천으로 알게 된 류시화 작가님과 그의 책. 비교적 여유로운 연초여서 추천받은 지 꽤 된 책을 느지막이 읽어보았다.
처음에는 작가님의 문체와 생각이 낯설고 어색해 책 읽기를 중단할까,,, 고민도 했지만, 책을 한 번 읽으면 끝을 봐야 하기에 마음을 다잡고 마저 읽었다.
계속 읽다 보니 점점 빠져드는 작가님의 말의 세계가 묘하게 중독적이었는데, 한 구절에 웃기도 또 다른 구절에는 울기도 하며 이상한 사람처럼 책을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친구가 왜 류시화 작가님의 책을 추천했는지 알겠다 싶을 때 책을 끝까지 다 읽어버렸고, 작가님의 다른 책이 궁금해져 어서 다른 것도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작가님의 모든 생각과 글들이 나와 맞는 건 아니었지만, 계속 읽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류시화 작가님의 매력이지 않을까 싶다.
나는 끊임없이 생각을 하는 편인데, 책을 읽을 때 특히 더 그렇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와, 책과 대화를 하듯 생각을 이어나간다.
한 줄 한 줄 읽을 때마다 내 생각은 이런데? 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이런 일이 있다고!? 등등 수많은 대화를 나열하며 책을 읽어나가는데, 이번 책은 더욱 그랬던 것 같다.
하도 대화를(생각을) 많이 생각했더니 얼굴도 모르는 작가님과 (나 혼자) 친해진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사실 처음 읽을 때는 아 이 사람과는 잘 맞지 않겠다, 이 분의 글과 친해지기 어렵겠다 싶었는데, 그냥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삼촌과 같은 느낌이 들어 왠지 모를 친근함을 느껴졌다.
류시화「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32p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자신을 정의하자.
잠시 방문한 이곳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것으로 시간을 버리는 것이 얼마나 아까운 일인지 나와 같은 생각이 담긴 부분이었다.
죽기 직전에 파노라마처럼 인생이 스쳐간다고 하는데, 어디선가 이는 살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내 머릿속에 저장된 데이터들을 불러오는 것이라 했다. 이과적? 감성이지만 ㅋㅋㅋ 아무튼 그 순간에 떠오르는 장면들이 행복한 모습이라면 더 좋지 않을까?
지금까지 그래왔지만 앞으로도 무엇 때문에 불행했는가 보다 무엇 덕분에 행복한지를 아는 내가 되면 좋겠다.
류시화「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45p
당신도 나도 누군가를
꽃 피어나게 할 수 있다.
요즘 같은 세상에 가장 필요한 말이지 않을까 싶다. 세상이 아직 잘 돌아가고 있는 건 이처럼 누군가를 꽃피우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이 곳곳에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같이 나빠지면 한없이 불행하고 힘들어지겠지만, 같이 행복해지면 누구나 편안하고 밝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우리 모두 힘겨운 세상 속에 더 힘겨워지지 말고, 너도 나도 인생에서 꽃피울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건 어떨까?
류시화「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65p
하지만 당신이 먼저
자신의 음을 발견해야 한다.
'나'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일단 거기에 나는 포함되지 않을 듯싶다. 요즘 당연하게 자리 잡은 Love Yourself. 나를 알고 나를 사랑하고... 머릿속에 당연하게 자리 잡아있지만, 그걸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내면의 이야기를 잘 들어볼까 싶다가도 그게 왜인지 잘 안된다. 사실 요즘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긴 하다.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밴드 활동을 시작했는데, 나의 음을 조금은 발견한 게 아닌가 싶다. 이런 나의 음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해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요즘이다.
류시화「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75p
두려워하지 말라고
섣불리 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아직 얼마 살지 않은 인생이지만,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나의 편협한 생각으로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충고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충고로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기에 더더욱 나는 다른 사람에게 충고 따위는 하지 않으려 한다. 어차피 결정은 그 사람의 몫이기에 적절한 의견 제안은 괜찮을지 몰라도 함부로 이래라저래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맞을지언정 그 사람에게는 틀린 답이 될 수 있다. 내가 아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작가님과 생각이 잘 맞지 않는 듯하여 그만 읽을까.. 라는 생각이 들던 찰나에 작가님이 토끼탈을 쓰고 찍은 사진을 보게 됐다. 진짜 생각지도 못한 작가님을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놀라면서도 친근한 아저씨의 모습에 더욱 정이 갔다.
이 모습을 보고 책을 따지려 들지 않고 옆집 삼촌이 얘기하는 걸 읽는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해졌고 책을 더 즐겁게 볼 수 있었다.
류시화「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110p
그렇다. 그대의 말이 옳다.
이건 짤로도 유명한 내용 같은데, 바보들과 다투지 않는 것이 행복의 길로 향하는 것임을 알려주었더니 그것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에게 그대가 옳다는 걸 보며 머리가 띵-했던 기억이 있다.
근데 살아가면서 바보들과 다투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그냥 그래 너 말이 맞아라고 넘어가면 쉬운데, 이게 사람인지라 이기고 싶은 마음이 울컥울컥 차오른다. 그리고 바보들과 다투지 않으면 내가 바보가 되어야 하기에 짚고 넘어가야 할 때가 종종 있다..... 나도 바보들이랑은 얘기 안 하고 싶다구요 ㅠㅠ
류시화「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141p
위로가 필요한 사람 앞에서
자신의 경험을 늘어놓는다면
이타주의자가 아니라 자기중심적인 사람이다.
사람들에게 위로받으며 자신의 상처를 잊는 아라페시족처럼 우리는(T는 모르겠다) 조건 없는 위로를 받고 싶어 한다. 자신의 경험이나 조언이나 뭐 이런 거 없이 온전히 나만을 위한 소중한 위로를 받고 싶다.
나는 보통 내가 받고 싶은 걸 다른 사람에게 해주는 편인데, (생각해 보니 이게 그 사람을 위하는 일인지는 모르겠다... 반성 반성) 특히 위로가 필요할 때, 온전한 위로를 해주는 편이다. 내가 다른 사람의 위로가 필요로 할 때 상대방이 그렇게 해주면 좋겠기 때문이다. 해결법이 필요한 위로도 있겠지만 대게는 그냥 내 마음을 보듬어줄 위로가 필요할 때가 많다. 근데 내가 필요할 때 상대방이 그렇게 해주지 않는다면 상대방의 얘기도 듣기 싫어질 때가 있다.
이러한 위로 말고도 나의 얘기를 할 때는 내가 주인공이 되고 싶다. 티키타카가 아닌 대화의 내용을 자꾸 본인에게 끌고 가는 사람이 있는데, 사실 대화할 때마다 이야기를 이어나가기가 어렵다. 나만 포기하면 대화가 수월하게 흘러가는데, 가끔 내 얘기를 잔뜩 하고 싶은 날이 있어도 그게 통하지 않는다. 내 얘기가 완전히 끝난 후 새로운 대화를 이어나가면 좋겠다.
류시화「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125p
우리가 인생을 기다리는 동안
인생은 지나간다.
앞서 언급했듯, 나는 요즘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새해라서기보다 전부터 해야 했던, 하고 싶었던 것을 하는 중이다) 나이가 한 살 한 살 늘어가면서 인생이 정말 짧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때가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기에 좋은 때를 기다리기보다 내가 그 좋은 때를 만들어야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엄청난 변화가 있는 건 아니지만, 내 삶 속 일부분이 싱그러워진 것 같아 약간은 두렵지만 설레는 요즘이다.
류시화「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128p
인터넷에 굳이 검색할 필요는 없다.
내가 지어 준 이름들이니까.
감명 깊게 보고 있다가 빵-터진 글이었다. 새 이름을 그럴듯하게 지어놔서 정말 있는 이름들인 줄 알았다. 이런 소소하면서도 유쾌한 문구가 작가님의 책을 궁금해하도록 만들었다.
또 중간중간에 괄호로 작가님의 유머가 드러나는 부분이 있는데(이렇게 말이다), 괄호의 웃음 포인트를 찾는 재미도 있었다!
류시화「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130p
그런 말 말게.
지겹지 않으면 즐겁지 않을 테니까.
반복하는 행위가 우리의 삶을 결정짓는다는 말이, 시험을 준비하는 나에게 용기를 주는 듯했다.
지겹도록 해야 즐거워질 수 있는 경지에 닿는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앞으로의 인생을 위해 이번만큼은 격렬하게 지겨워보려 한다. 이 생각이 꾸준할 수 있도록 올해의 나에게 응원을 전한다!
류시화「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137p
생을 불태우려면
자신이 불타는 것을 견뎌야 한다.
내가 사랑하는 것이 무엇일까? 내가 하고 싶은 건 뭐지? 여러 고민 끝에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요즘, 내가 사랑하는 것을 위해 불타는 것을 견뎌보려 한다.
끝이 있는 인생에서 열정적으로 열심히 살아봐야 하지 않겠는가!! 또 다른 사랑하는 것들을 찾아서 나의 열정이 식지 않도록 계속 땔감을 얹어주고 싶다.
류시화「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170p
아무것도 우리를 죽음으로부터 구원해 줄 수 없다면
사랑이 우리를 삶으로부터 구원해 주어야 한다.
우리 모두 유한한 생이어서 죽음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그렇다면 사랑이 가득한 삶에서 행복하게 살아보는 건 어떨까? 기왕 살다가 없어져야 한다면, 우리 모두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류시화「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194p
나는 죽음에 패배하기 위해 태어났다.
하지만 아름답게 패배하는 것은
나에게 달린 일이다.
죽음에 패배한다는 말이 너무나 와닿았다. 죽음에 패배하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으니, 삶에서 승리한다고 하면 어떨까? 그치만 죽음에 진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일 것이다. 삶에서 피어나 아름답게 지기 위해 나는 오늘도 고민하고 생각한다.
류시화「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251p
삶의 아름다움을 놓치고 있다면
혹시 뛰어난 문제 발견자이기 때문은 아닐까?
사람에게나 삶에서나 좋은 부분을 먼저 보려고 하는 편인데, 그렇지 않은 사람을 만나면서 도움을 받기도 했다.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면서 살다가 여럿 데이면서 사람을 어느 정도 경계하게 됐다. 마음을 다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최대한 다른 사람에게 신경 쓰지 않으려 노력한다.
여러 상황에서도 좋은 점을 먼저 발견했었는데, 이와는 반대의 사람을 만나면서 세상을 새롭게 보는 눈이 생겼다. 상황을 비판할 줄 알고, 기분 나빠야 할 상황에 기분이 나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시야는 좋은 점도, 나쁜 점도 있는데 어찌 되었건 불편한 순간에 불편함을 느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만을 너무 중요시해서는 안 된다. 삶의 아름다움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적당한 것이 최고인 것 같다.
류시화「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260p
저 역시 한 번쯤은 당신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뭉클하면서도 작가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마무리가 아닌가 싶다. 리허설과 재촬영이 없는 단 한 번밖에 없는 '인생'이라는 영화에서 우리는 모두 주인공이다. 감독도 연출도 모두 내가 할 수 있으니,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라며 포기하는 것보다 기왕 찍는 '인생' 영화를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면 어떨까?
휴; 드디어 다 썼네;; 책을 읽다 보니 기억하고 싶은 부분이 너무 많아 글이 길어져 버렸다. 같은 책을 두 번 세 번 읽는 건 어렵겠지만, 이렇게 내가 간직하고 싶은 글을 적어놓는다면, 언제든 꺼내 볼 수 있을 것 같아 더 자세히 적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할 때는 쉬웠는데, 이걸 다시 글로 적으려 하니 눈이 살짝 아득해지기도 했는데, 다 적어 뿌듯하다. 다음엔 또 어떤 책을 읽을지 고민 중인데, 꾸준히 읽어서 작년보다 더 많이 읽고 쓰는 한 해가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