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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뽕삼 Sep 16. 2015

소규모 에세이 ; 반찬 by 뽕

3인 3색, 같은 소재 달리 보기

네 번째 소재


반  찬


글, 사진 / 뽕 



어느 사월의 밥상






작년 4월, 너는 나를 집으로 초대해 생일상을 차려주었다. 

퇴근 후, 피곤한 몸으로 음식을 만들어주는 게 고맙고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 하니 

있는 반찬에 숟가락 하나만 더 얹는 거라면서 내 마음이 가벼울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손끝이 야무진 네가 만든 반찬은 간이 알맞게 되어 맛이 있었다. 

고슬고슬하게 된 밥 위에 얹어 먹으니, 그야말로 밥도둑이었다. 

불고기, 어묵볶음, 달래무침, 장조림, 콩자반, 오이피클, 멸치볶음, 푹 끓인 미역국까지. 

국물을 삼키자 온 몸이 따뜻해지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지천에 꽃이 피고, 볕이 따뜻했지만 내게는 몹시 추운 봄이었다. 

영혼 없는 이력서를 쓰는데 지쳐 갈 무렵에는 사회가 온 몸으로 나를 밀어내는 것만 같았다. 


괴로운 마음을 달래 보려고 즉흥적으로 써내려 간 글도 

두 번 세 번 읽어 가면서 내 글이 참 좋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너. 

글 쓰는 사람한테 필요한 경험이라면서 나를 쪽방 촌으로 데려가 다른 삶의 모습을 보여주던 너. 

이별 후 덩그러니 혼자 남았을 때 마주앉아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자기 일처럼 안타까워했던 너. 

너는 그토록 따뜻한 사람이었다.


네가 차려준 생일상

   

케이크와 과일, 직접 만든 쿠키 




쑥뽕삼의 <같은 시선, 다른 생각>은 

서른을 맞이한 동갑내기 친구 3인의

같은 소재, 다르게 보기 활동을 사진, 그림, 글로 표현한 공동작품모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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