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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뽕삼 Sep 28. 2015

소규모 에세이 ; 나의 서른 by 쑥

3인 3색, 같은 소재 달리 보기

여덟 번째 소재


나의 서른


글, 그림, 사진 / 쑥






나의 서른은 복잡했다.

여기저기서 돈을 끌어다 쓰고,

갚을 날짜가 하루씩 다가 올 때마다

잠을 설치는 꼴 같았다.


그 불안하고 두려웠던

나의 서른.


스물 여덟에서 스물 아홉으로 가는 길은,

잘 닦아놓은 고속도로 같았다.

그저 눈 앞의 이정표를 따라 차를 몰면

그 뿐이었다.


그러나

스물아홉에서 서른으로 가는 길에,

난 몇 번이고 갓길에 차를 세워야만 했다.


정말 운전하기가 힘들었다.

내 운전 실력은

면허 취소도 아까운, 말소감 그 자체였다.


왜 이렇게 힘든가 하고 보니,

도로 중간에 턱하니

이 솟아 있었다.


무지막지하게 높고 높았다.

크고 컸다.

길고도 길었다.


내 인생의

29와 30 사이에는


어떤 숫자로도 표현할 수 없는

'나이'

그렇게 솟아 있었다.


난 그 턱이 무서웠다.

가장 좋아하는 색이자,

두려운 색이 '보라색'인데,

꼭 그렇게 보였다.


어떻게 넘어가야 하지?

무서운데 그냥 넘어가지 말까.

근데 뒤에서 차들이 줄줄이 서서

빵빵, 경적을 울려대는데


이렇게 가만히

서 있어도 괜찮은걸까



시끄러운 경적소리에

마음이 놀라

나는 무리해서 그 턱을 들어올리려 했다.


다리는 덜덜덜 떨려왔고,

땀이 줄줄 흘렀다.



안되겠다 싶어서 그냥

턱을 훌쩍 뛰어 넘어보려고도 했다.


하지만 너무 높았고

몇번이나 넘어졌고

크고 작은 상처를 얻었다.



에라 모르겠다 싶어

돌파해보자 싶었다.


무리였다.

턱은 견고했고, 끄떡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이러고 있다.


내 나이 서른 하고도 9개월이 되었지만,

아직도 온전히

스물아홉에서 서른으로 넘어오진 못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여기에 있다.


그리고 내 안의 나

이제 여기까지 왔다.



는 이렇게 말하고

내 안의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우리

함께

서른으로

갈 것이다.






그리고 이 남자와도 같이 가련다.


목요일마다 열리는 아파트 장터에서,

순살치킨 한 마리를 사서 나눠 먹으며


튀김옷에 깻잎을 잘게 잘라 넣어

향기가 좋은거라는,

역시 치킨은 밥이랑 먹어야 한다는,

그동안 콜라는 냉동실에 넣어

기절시켜야 제맛이라는

이 남자와

곧 있을 상견례 준비를 하는 나는,


오늘도 영차영차 서른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간다.

(두 살 어린 남자는 뛰어오고 있다)





쑥뽕삼<같은 시선, 다른 생각>

서른을 맞이한 동갑내기 친구 3인의

같은 소재, 다르게 보기 활동을 사진, 그림, 글로 표현한 공동작품모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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