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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뽕삼 Oct 07. 2015

소규모 에세이 ; 배우고 싶은 것    by 쑥

3인 3색, 같은 소재 달리 보기

 번째 소재


배우고 싶은 것


글, 사진 / 쑥







마음에 바람이 불어

괜히 눈이 시려,

며칠 전부터 묵혀둔 눈물

꾸역꾸역 밀려 나온다.


이런 나를

직장 동료가 힐끔 보더니

아껴둔 말을 꺼낸다.


남자 친구랑 싸웠니?


뭐, 그렇죠. 뭐.


그리고 우리는 한참을  말없이 걸었다.

그녀는 솔로 3개월 차,

난 연애 5년 차.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길은

제법 쌀쌀했다.

9월이 걷히고 시작된 10월

그러했다.




아직은 배울 것이

배워야 할 것이

배우고 싶은 것이 많다.


5년을 마음을  주고받아도

늘 어려운 숙제가 생기고,

그 방법을 찾는 일은 우리의 몫이다.








내가 배우고 싶은 것, 하나


비를 피하거나 맞는 법


ⓒ 2015. (쑥) all rights reserved.


언제 우산을 접어야 할지,

비가 추적추적 내리다 그치다 하는 날.


주위 걸어가는 사람들을 우산 너머로 본다.


난 항상 그래 왔다.

접으면 따라 접고, 펼치면 따라 펼쳤다.


그리고

당신을 대하는 태도 역시

우산을 펴고 접던 날

주위 눈치 보기 바쁜 나를 닮았다.


이제는 그러고 싶지 않다.

한두 방울 떨어지는 장난 같은 비에도

내가 원하면 우산을 펼치고,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고 서서,

과감하게 우산을 접기도 하는

그런 내가 되고 싶다.


당신을 사랑하고 따르는 내가

주위의 시선에

조금 더 나 다울 수 있도록


<언제 우산을 접고 펴야 할지>

우리를 통해 배우고 싶다.







내가 배우고 싶은 것,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는 법


ⓒ 2015. (쑥) all rights reserved.


허겁지겁 올라탄 출근길 버스 안에서도

겨우 잡은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커피를 사러 들린 카페 안에서도


모두 나보다 예쁘다.


난 괜스레 주눅이 들어

발 끝만 보며 걸었다.

오랜 시간을 난 그렇게 살았다.


그리고 당신은

날 어여쁘다 여겨 주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어떤 표정, 어떤 눈빛으로

당신을 바라보았을까.


바보같이 나는,

그 말들을 곧이 곧대로 듣지 않고

이리 꼬고 저리 꼬아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여전히 나는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는 게

어색하고 아직 어렵다.


당신으로 하여금

배우고 싶다.

바라는 것 없이 마음으로 하는 말을,

다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법을.








내가 배우고 싶은 것,


파도를 마주하는 법


ⓒ 2015. (쑥) all rights reserved.


가까이 보고 싶어 한 걸음 다가가면

신발이 홀딱 젖어버리고,

멀리 떨어져 바라보면

아쉬움에 마음이  찌르르하는.


당신은 파도 같다.


그래서 가끔은

너무 다가가지도,

너무 멀어지지도 않으려 애를 쓴다.


아직은 내가 많이 서툴러

자주 발이 젖곤 한다.

그래서 자주 양말을 빨아

빛이 따가운 곳에 내다 넌다.


파도에 무작정 뛰어들지 않고도,

저 먼발치에서 아쉽게 서 있지 않고도

파도를 마주하는


그 방법을 배우고 싶다.








그리고

이 모든 게

아직 서툰

나와,

모든 오래된 연인들에게.



배워가면 되니까

괜찮다고 전하고 싶다.






쑥뽕삼<같은 시선, 다른 생각>

서른을 맞이한 동갑내기 친구 3인의

같은 소재, 다르게 보기 활동을 사진, 그림, 글로 표현한 공동작품 모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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