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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뽕삼 Oct 16. 2015

소규모 에세이 ; 나를 울린 영화    by 쑥

3인 3색, 같은 소재 달리 보기


열한 번째 소재


글, 그림 쑥











나에게 있어 '사랑'이란,

상대를 위해 

나를 '희생' 하는 것이다.


특히 이런 생각이

정말 강하게 들었던 이십 대 초반에,

나는 이 영화에 심취해 있었다.

 

첫 눈에 서로에게 반해

머리를 하얗게 비우고

서로를 갈망하는 젊은 남녀.


그들에게 집안의 반대,

주위의 우려,

뻔히 보이는 어두운 미래는

전혀 걱정이 대상이 아니었다.

결국 죽음의 길도 함께 걷게 되니까.


난 매일 같이 생각했다.


스무 살의 내가 자라,

스물일곱이 되면

꼭 이런 사랑을 하리라.


한 여름 사막보다 더 뜨겁고

그 길 한가운데 자리한

오아시스보다 더 아름다운,


그런 사랑희생을 보여주리라고.


<로미오와 줄리엣>

그런 영화였다.


사랑이 가냘프다고?
너무 거칠고, 잔인하고 사나우면서도 가시처럼 찌르는 게 사랑이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내가 아프고 괴로워도,

희생이 따라도 상관없는,

그런 이유를 알려준 영화였다.


ⓒ 2015. (쑥) all rights reserved.




"엄마, 내는 꼭 저런 남자 만날기다."


"저렇게 잘생긴 남자는 니 안 만나준다."


"아니, 잘생긴 남자 말고.

내를 위해 고마 콱 죽어삘 남자 말이다."


"... 아이고 됐다 고마. 빨리 자자."



엄마는 저런 사람도 없고,

저런 사랑도 없다고 내게 말했지만

난 그 꿈을 품고 자라고 자라,

지금의 내가 되었다.









난 이제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을 쏟진 않는다.

단, 부러움의 눈물을 아주 조~금 흘리긴 해도...


이상현실

엄마의 말대로 참 많이도 달랐으니까.


그래도

'사랑' = '희생'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나를 희생하는 것만이 사랑이 아님은 알게 되었다.


꼭 내가 희생하여 상대를 따르는 것이 진정한 사랑일까?


당신을 위해 내가 날 포기하고,

나를 위해 당신을 포기시키는

그런 희생이

정말 내게 행복을 가져다줄까?


그리고 영화 <댄싱퀸>

내게 이 대사를 들려주었다.


니 꿈만 꿈이고, 내 꿈은 꿈도 아니야?


출처 유투브


나는 결혼할 맘을 먹고  나서부터,

남자에게 알게 모르게

"나를 위한 희생"을 강요했던 것 같다.


자기 속 얘기를 잘 안 하는 이 남자가

일이 조금 힘들다고 얘기했을 때도,

그저 '조금만 참고,  힘내.'라고 말했다.


그래서 눈물이 났다.

나는 왜 당신에게

나와, 훗날 우리의 삶을 위한 희생만을 강요했을까.

당신에게도 당신의 삶이 있고, 이루고 싶은 꿈이 있을 텐데.


스무 살의 내가 그토록 바라고 바랬던 희생은,

서른이 되어서야 그 모습을 바로 찾았다.


나와 너를 위한 희생이 아닌,

우리를 위한 희생.

나와 당신을 포기하지 않고,

우리를 조금 어르고 달래어 뒤로 한 발 물러섰다가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 것.


그런 희생이었다.


ⓒ 2015. (쑥) all rights reserved.




"자기, 저게 진정한 희생이야."


"내가 너랑 같이 살아주는 것도 희생이고."


"...죽고싶냐."






<로미오와 줄리엣>이 젊은 날 내게 뜨거운 희생을 알려줬고,

<댄싱퀸>이 서른의 나에게 행복한 희생을 보여줬다.


이제 우리는 

우리만의 영화를 만들어 가게 될 것이다.


주인공은 너와 나.

어떤 조연이 나타날지,

어떤 악당이 우릴 괴롭힐지 몰라도


한 번 잘 해보자.





쑥뽕삼<같은 시선, 다른 생각>

서른을 맞이한 동갑내기 친구 3인의

같은 소재, 다르게 보기 활동을 사진, 그림, 글로 표현한 공동작품 모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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