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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진 Feb 01. 2018

꿈과 현실 사이  

영화 '프란시스 하'  리뷰



제 직업이요? 설명하기 복잡해요.

진짜 하고 싶은 일이긴 한데 진짜로 하고 있진 않거든요.



영화 '프란시스 하'에서 그레타 거윅이 한 대사 중 나에게 가장 와 닿은 대사였다.

이 대사에 공감이 된 이유는 나도 나의 직업을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방송 제작팀이나 회사에 소속되어 '작가'라는 포지션에서 지금까지 약 6년 여간 일해왔지만

부끄럽게도 순수하게 내 글을 쓴다거나, 내 작업물을 만들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어디 가서 낯선 사람들에게 나의 직업에 대해 이야기 하기가 조금 애매했다.

 

직업을 말할 때면 '작가'라고 이야기하는 게 맞을까? 싶으면서 한 번씩 고민하게 됐다.

사람들의 신기해하는 반응과 다르게 내심 이런 고민들로 나는 움츠러들었다.


'작가' 이기도 하면서 '작가'가 아닌 듯 한 나의 일은 하면 할수록

나를 더 힘들게 만드는 일이었고, 더 이상 일적으로 글을 쓸 수 없을 지경이 되자

미루고 미뤘던 퇴사를 결정했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브루클린의 작은 아파트에서 둘도 없는 친구 소피와 살고 있는 27살 뉴요커 프란시스.
무용수로 성공해 뉴욕을 접수하겠다는 거창한 꿈을 꾸지만
현실은 몇 년째 평범한 연습생 신세일 뿐이다.
사소한 말다툼 끝에 애인과 헤어지고 믿었던 소피마저 독립을 선언하자
그녀의 일상은 꼬이기 시작한다.


영화의 주인공인 프란시스는 무용수로서 자신이 원하던 무대에 서는 꿈을 위해 노력하다가

결국 현실의 벽에 부딪쳐 포기하고 만다. 

그래도 프란시스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다른 무용수들을 지도하며 무대를 연출하고 원하던 독립에 성공하는 모습이 마지막에 그려진다.

 

그녀가 만든 공연을 사람들에게 보여준 후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인 소피를 바라보며 웃는 얼굴은 

이전보다 더 편안해 보이고 행복해 보였다.


영화 '프란시스 하'를 보면서 

어쨌건 무엇이 되었든 최선을 다해 무언가를 해 본 경험,  

그 경험이 층층이 쌓여 자신의 자존감과 행복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는 처음 내가 바라던 모습과 많이 동떨어져있고, 그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그래도 내 인생이 괜찮을 수 있다'라고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꿈 때문에 고통받고 힘들어하는 것보다는,

그 모습과 좀 다르지만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소소한 즐거움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면 그걸 선택해도 괜찮은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서는 많은 부분을 주인공 프란시스와 그녀의 친구 소피의 관계를 묘사하고

둘의 대화를 많이 보여준다.

그걸 보면서 뉴욕이건 한국이건 2,30대 청춘들이 사는 모습이나 고민들은 다 비슷하구나 싶었다.


소피와 프란시스는 한 침대 위에서 수다를 떨다 잠이 들곤 하는데

둘 이하는 대화는 내가 아카데미 언니들과 하던 대화를 떠올리게 했다.


서로의 장점, 단점을 이야기해주고 서로가 원하는 꿈을 북돋아주며

대책 없는 긍정을 불어넣어주던 시기.


그렇게 이야기를 나눌 때면 우리는 정말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꼭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우리는 그 이야기를 나누는 것 만으로도 을 낼 수 있었다.


이 영화도 그렇게 우리를 위로해주는 영화다.

 

네가 바라는 걸 꼭 다 이루지 않아도 괜찮아. 

지금은 힘들어도 너의 앞날은 꽤 괜찮은 일상이 될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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