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고 후기- 책 따위 안 만들어도 되지만,
<책 따위 안 만들어도 되지만,>이 어느새 벌써 출간된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시간 참 빠르네요.)
책이 출간되고 나름대로 한 달 동안 바쁘게 지냈던 것 같아요.
오늘은 한 달간 있었던 '책 입고'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인쇄만 하면 고생은 끝날 줄 알았어요! 하지만 더 큰 고생(?) 이 남아있었습니다.
그 시작은, 인쇄를 맡겼던 700권의 책이 도착한 날부터였죠.
저희 집 현관문 앞에 박스를 놓으시던 택배 아저씨는
"왜 이렇게 무거운 거냐, 도대체 박스 안에 든 게 뭐냐"라며 하소연하셨고,
저는 고개를 숙이며 "너무 고생 많으셨어요"라며 고개를 숙이며 인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문 앞에 놓인 박스 7개, 무려 한 박스당 책이 100권이 넘게 들어있는 박스를
방으로 겨우겨우 옮기고 박스를 뜯기 시작했어요.
박스를 뜯자마자 제일 위에 놓인 책을 후루룩 살펴봤더니 큰 이상이 없어서
안심하고 하나씩 비닐 포장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한 권씩 포장하다 보니 표지가 찢어지거나 접혀있는 파본이
계속 끝도 없이 나오더라고요.
(아직 두 박스는 뜯지도 않았는데 파본이 얼마나 나올지 정말....)
그렇게 새 책 더미에서 파본을 골라내고 비닐포장을 마친 뒤
입고를 허락해준 책방에 방문 입고도 가고, 거리가 먼 책방은 택배로 책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보통 한 서점당 샘플 한 권과 판매용 5권을 보냅니다.
한번 우체국에 갈 때마다 3,4곳의 서점에 입고할 책을 택배 보내느라
혼자 20권 정도 되는 책을 들고 우체국을 오가며 꽤 고생을 했어요.
그래도 사실, 책을 입고하는 게 힘들기만 했던 건 아니었어요.
서점에 직접 방문 입고하면서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도 하게 되고
가보고 싶었던 책방도 직접 맘먹고 찾아가 보니, 나름 재미도 있고 뿌듯하더라고요.
내 책이 이렇게 책방에 놓여서 판매가 되는구나 실감이 나기도 했고요.
물론, 첫 책 <나, 다큐 하고 있니?>를 만들고 나서도 방문 입고를 간 적이 있었지만
그때와는 또 다른 기분이었어요.
책방 사장님들께서도 첫 방문 입고 보다 좀 더 반겨주시는 느낌도 받았고
음료와 먹을거리, 핫팩 등등 친절하게 챙겨주셔서 감사했고, (흑흑)
책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기운이 많이 났던 것 같아요.
최근 읽은 <나를 닮은 일>이라는 책에서도 인상 깊었던 부분 중 하나가 있는데요.
"출판이 제조업이라는 걸, 책 만들기 전에는 깨닫지 못했었다"라고 이야기 한 부분이 나와요.
그걸 보고 얼마나 공감을 했는지 모릅니다.
저 역시 책을 만들기 전까지는, 출판이 이렇게 체력적으로 힘이 드는 일일 줄 미처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래도 책을 완성하고 입고까지 다 마치니 왠지 시원섭섭한(?) 기분이 들기도 해요.
그래서 요즘엔 "이번엔 또 뭘 만들어야 하나~ 무슨 책을 만들면 재미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빨리 다음 책도 만들고 싶어요.
아무튼, 지금 이 시간에도 열심히 책을 만들고 계실
독립출판물 제작자 여러분들 파이팅입니다!!
우리 모두 즐겁게 책 만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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