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
잡지를 좋아한다. 그 이유를 물어본다면 뚜렷한 대답을 하긴 힘들지만 말이다.
특히, 종이 잡지는 내가 좋아하는 오랫동안 애정 해오던 매체다.
시절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잡지를 좋아했던 것 같다.
그 시절 여학생들에게 대단한 인기였던 '윙크'와 '밍크' 만화잡지를 모아왔고,
문구점에서만 판매하던 엠알케이(mr.k) 라는 얇은 잡지도 폐간 전까지 모았다.
지금이야 가끔 씨네 21을 사보는 정도로 소장 욕구는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서점에 가거나 도서관에 갈 때 잡지가 있는 코너는 한참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런데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멋진 사진 하나를 보게 되었다!
올블랙의 큰 책장에 해외 유명 잡지가 꽂혀있고, 환한 조명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표지들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사진을 타고 계정을 들어가다 보니 그곳은 합정에 위치한 '종이 잡지 클럽'이라는 곳이었다.
'오호? 이런 곳이 있다니!! 당장 가보고 싶어!!"
다음날 나는 추위를 뚫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찾아갔다.
너무 가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지, 오픈 시간에 맞춰가게 되었다.(ㅋㅋㅋ)
들어가자마자 사장님이 반겨주셨는데, 아무래도 내가 첫 손님인 것 같았다.
사장님은 간단하게 "어떻게 알고 왔는지, 관심 있는 잡지나 분야가 있는지?" 이런 내용을 간단히 물으시고
편하게 이용하고 나중에 나갈 때 이용료를 지불하면 된다고 설명해주셨다.
(내가 이용한 1일 이용권은 3천 원이었다.)
내가 반했던 큰 책장이 있는 쪽에 놓인 소파에 자리를 잡고
서점에서 살까 말까 고민했던 페이보릿 메거진을 제일 먼저 집어 들어 읽기 시작했다.
쇼파는 너무너무 편안했고, 조용한 음악과 너무 밝지 않은 조명은
오롯이 잡지에 집중하도록 만들어주었다.
그렇게 잡지를 몰입해서 읽고 있는데 사장님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잡지 몇 권과 종이 메모를 주셨는데,
그걸 받고 정말 놀랐고, 감동했다.
내 관심사와 일과 관련지어서 도움이 되거나, 내가 좋아할 만한 잡지를 추천해주시고
좋았던 기사와 관련된 코멘트가 정성스럽게 담겨있었다.
이 메모를 받고 읽는 순간, 이 공간을 내 아지트 삼고 싶다고 생각했다.
감탄하면서 사장님이 주신 장문의 메모를 읽고 나는 바로 사장님이 메모와 함께 가져다주신
추천 잡지들을 읽기 시작했다.
사장님이 나에게 추천해주신 잡지는 "vostok magazine 12호' , "ssssl 3호", "hide away 1호"였다.
보스토크와 쓸 잡지는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읽어 본 적은 없었고, 하이드 어웨이는 처음 들어본 잡지였다.
사장님이 추천해 준 잡지를 천천히 살펴봤다.
누군가가 나를 위해 추천해준 잡지와 기사를 읽는 경험 자체가 신선했다.
그렇게 대략 3시간 정도? 머물러있었던 것 같다.
오로지 잡지에만 시선이 가게 인테리어 되어있는 공간이라
짧은 시간 집중도 있게 잡지를 살펴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오랜만에 이렇게 집중에서 글을 읽어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그리고 깔끔하고 세련된 인테리어의 공간도 돋보이지만,
종이 잡지 클럽의 진정한 매력은 사장님의 친근한 서비스 제공 방식인 것 같다.
종이에 좋아할 만한 잡지를 손글씨 메모로 써서 준비해주시고,
시종일관 친절하게 응대해주셨다.
일일권 3천 원으로 이용했는데, 이런 서비스와 공간을 누리는데
이 금액은 너무 낮지 않나 하는 걱정도 사실 들었다.
부디 이 공간이 오래오래 유지되기를 바란다.
많은 분들에게 알려져서 지금보다 이용하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 공간이 너무 좋아서 독서 모임 분들에게도 추천했었는데,
정말 좋은 공간은 자발적으로 알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 조만간 꼭 다시 가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