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제주도여행
동백꽃은 11월 말부터 2월까지 핀다. 주로 부산과 여수 등 남해안 지역과 제주도에 서식하기에 그 지역에 사는 것이 아니고서야 동백꽃을 보기란 쉽지 않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동백꽃'에 대해 생각해 본 건 중학생 때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 필 무렵'을 읽으면서였던 것 같다. 여담으로 소설에선 '노란 동백꽃'이라고 표현하는데, 실제로 동백꽃은 붉은색만 있다. 소설에서 쓰인 동백꽃은 생강나무 꽃의 방언이라고 한다.
비록 김유정의 소설 속 동백꽃이 겨울에 피는 붉은색의 그 동백꽃을 지칭하는 건 아니지만, 이때부터 내가 느낀 '동백꽃'의 이미지는 꽤나 매력적이었다. 소설 속 주인공 소년이 소녀와 닿았을 때 한창 피어난 노란 동백꽃 안에서 느낀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구절에서 표현되는 풋풋한 사랑은, 나이가 들고 보면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묘사이다.
그리고 '진짜' 동백꽃이 가진 생명력과 매력은 말할 것도 없다. 생명이 잠든 엄동설한 겨울에 혼자 빨간 꽃을 피워내는 동백꽃의 생애는, 때로는 역경 속 희망처럼 보이기도 하고 눈 덮인 겨울 풍경 속 순수 위에 피어난 열정처럼 보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난생처음, 아름다운 동백꽃을 보러 겨울의 제주에 갔다. 제주도엔 아름다운 동백꽃도 보고 인생사진을 남길 수 있는 곳으로 알려진 장소 3곳이 있다.
(1) 제주 동백수목원 (입장료 성인 8천 원)
(2) 제주 동백포레스트 (입장료 성인 6천 원)
(3) 제주 카멜리아 힐 (입장료 성인 1만 원)
나는 제주도에 가면 위미리에 들르기 때문에 그곳에서 가장 가까운 제주동백수목원을 갔다.
제주도에 가면 보통 차를 렌트에서 여행하곤 하는데, 제주동백수목원은 주차장이 넓어 차를 세우기가 편리했다.
입장료는 성인 8천 원(단체 및 장애인/유공자/경로/제주도민 6천 원), 어린이 5천 원이다. 처음엔 입장료가 비싸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동백수목원으로 들어가니 입장료가 비싸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동백나무가 울창했고 아름다웠다.
수목원 안으로 들어가서 얼마 안 있어 전망대 표지판을 볼 수 있는데, 전망대에 올라가면 수백 그루의 동백나무와 빨갛게 만개한 동백꽃 너머로 야자수와 겨울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이토록 울창한 동백나무를 본 것도 처음이지만, 그 뒤로 보이는 제주도의 풍경이 너무나 이국적이어서 황홀한 느낌마저 들었다.
경험상 국내 수목원에 가면 메인 포토스팟으로 아름답게 조성돼 있는 구역이 있고 상대적으로 관리가 덜된 구역이 보이곤 했다. 그런데 동백수목원은 어느 곳에서 사진을 찍어도 아름답게 만개한 동백꽃을 배경으로 인생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포토스팟이 한정돼 있으면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인해 때때로 줄을 서야 하기도 하고 이로 인해 피로감이 느껴질 수도 있는데 여기서는 그런 에너지 소비를 하지 않아도 되어서 참 좋았다.
동백꽃의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에 담다 보니 한 시간 반이 훌쩍 지나있었다. 동백수목원은 규모가 꽤 커서 동백꽃을 둘러보며 산책하듯 걷다 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동백꽃은 여느 꽃들과 달리 향기가 없다고 하지만 숲에선 기분 좋은 은은한 향기가 났다.
이른 봄 제주도의 유채꽃을 경험해 봤다면, 올해는 한겨울의 동백꽃을 경험해 보자. 새롭게 새해를 시작할 수 있는 좋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겨울 제주에서 피어난 동백꽃처럼, 올 한 해는 따뜻한 희망으로 가득하길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