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최고 맛도리는 멕시칸 푸드

by 리틀 골드문트

뉴욕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 뭐였냐고 묻는다면 나는 1도 망설이지 않고 말할 수 있다. 바로 멕시칸 음식이다.


뉴욕에서 스테이크 하우스와 피자 가게, 파스트라미(여러 가지 양념과 함께 훈제나 증기로 조리한 소고기) 샌드위치 가게 등 유명하다는 음식점에 가봤고 물론 맛있었다. 하지만 맛도 있고 가격도 저렴한 양질의 음식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뉴욕여행에서 멕시코 음식이 맛있었다고 하면 좀 이상하게 들리지만, 미국 내에서는 멕시코 음식이 상당히 유명하다.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출신 이민자가 많은 까닭에 미국 전역에 전통 멕시코 요리를 기반으로 한 멕시칸 음식점들이 많고, 특히 타코, 부리또 같은 음식은 먹기에 간편해서 패스트푸드로도 인기가 많다.


31-3.jpg 미국엔 라임 맛 과자가 많다.


미국 마트의 과자 코너를 보면 한국에서 보기 드문 라임 맛 과자들이 많다. 이 또한 멕시코와 라틴 아메리카의 영향 때문이다. 타코, 세비체, 과카몰리 등 멕시코 음식에는 라임을 활용한 요리가 다양하다. 또한, 미국 남부와 멕시코 지역은 라임을 대량 생산하는 곳이어서, 그만큼 라임을 활용한 식품도 많다.



1. 로스 타코스 (Los Tacos No.1)


하루는 찌아쉬안 언니가 내게 물었다. "학원 바로 옆에 진짜 유명한 타코 음식점이 있대. 수업 끝나고 같이 갈래?" 맛있는 타코 음식점은 한국에도 많고 직장 주변이나 집 주변에 유명하다는 곳을 몇 번 가본 적이 있기에 아주 혹하는 제안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타코를 기본적으로 좋아하기에 안 갈 이유가 없었다. 중국인 친구 달래와 함께 우리 3인방은 타코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찌아쉬안이 말한 타코 음식점은 '로스 타코스'라는 곳이었다. 이른 점심시간이었는데도 사람이 꽤 많아서 줄을 섰는데, 나중에 우리가 먹을 때는 몇 배나 긴 줄이 생겼다. 나중에 찾아보니 이곳이 뉴욕에서 엄청 유명한 타코 집이라는 걸 알았다.


31-0-0.png 로스 타코스 매장 전경 (출처 : 홈페이지)


벽에 적힌 메뉴를 봤지만 Tostadas(구운, 볶은), Carne Asada(구운 고기) 등 스페인어 단어들이 낯설어 어떤 음식을 시켜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직원에게 어떤 메뉴가 있는지, 가장 인기 있는 메뉴가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귀여운 멕시코 소녀는 사람이 많아 정신없는 상황에서도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먼저 타코, 퀘사디아, 플레이트 중 하나를 선택한 후, 타코와 퀘사디아를 골랐다면 속 재료로 구운 소고기, 닭고기, 양념 된 돼지고기, 구운 선인장 4가지 중에서 선택하면 된다. 타코는 평균 5$ 수준으로 굉장히 저렴했다.


로스 타코스의 매장 분위기도 참 좋았는데, 조리대에 많은 직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도 쾌활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분위기가 있었다. 사람이 많으면 정신이 없고 주문이 밀릴 수도 있는데, 이곳 직원들은 모두 기분 좋게 일을 해내는 모습이어서 식당에 왔을 뿐인데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고 가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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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건네받은 타코를 한입 베어 물고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맛있어도 정말 맛있었다! 그간 먹었던 타코는 진짜 타코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맛있었다. 입이 짧은 찌아쉬안 언니가 맛있다며 엄지를 치켜들었으니 말 다한 셈이다. 나는 고수를 잘 못 먹는데도 이 타코를 먹을 땐 그저 맛있다는 말만 나왔다.


풍부하고 신선한 재료들이 고소한 고기와 토르티야 반죽과 완벽하게 어우러져 최고의 조합을 만들어냈다. 그 위에 라임을 짜 넣고 매콤한 살사 소스를 얹어 먹으니 또 다른 매력이었다. 타코가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었나?


그 뒤로도 나는 5달러의 극락을 또 경험하기 위해 여러 번 로스 타코스에 들러 점심을 먹었다. 한국에서는 이 맛을 경험할 수 없다는 생각에 타코의 4가지 맛을 하나씩 다 먹어보았다. 난생처음 먹어보는 구운 선인장도 꽤 맛있었다.


찌아쉬안 언니도 미국을 떠나는 마지막 날, 나와 함께 이 로스 타코스를 찾았다. 가끔 그 타코 맛이 생각이 난다. 타코를 다시 먹기 위해 뉴욕에 다시 갈 수도 있을 것 같다.



2. 치폴레 (Chipotle Mexica Grill)


치폴레는 예전부터 미국에 가면 꼭 먹고 싶었던 음식이었다. 저렴하지만 건강한 멕시코 음식으로 현지인들에게도 인기가 많다고 익히 알고 있었다.


점심을 먹기 위해 치폴레 매장을 찾아갔다. 치폴레는 로스 타코스만큼 인기가 좋아 어느 매장을 가도 대기 줄이 있었다. 로스 타코스와 다른 점은 점심시간엔 직장인들도 꽤 많다는 것이었다. 건강하고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는 것으로 치폴레만 한 것이 없을 것이다.


치폴레 로고 아래 이어진 긴 줄에 나도 자리를 잡았다. 동그란 빨간색 배경에 훈제 고추가 그려진 로고가 인상적이었다. 치폴레는 정해진 메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부리토, 타코, 토르티야, 보울, 샐러드 중 원하는 것을 선택한 뒤 각자의 취향대로 음식 재료를 조합하는 방식이다. 바쁘게 주문이 오가는 분위기 속에서 직원의 말을 제대로 못 알아들으면 어쩌나 싶어 살짝 긴장이 되었다.


나는 종이 접시에 담아 음식을 담아주는 보울(Bowl)을 먼저 선택한 뒤 직원의 질문에 따라 하나씩 재료를 골랐다. 먼저 고기를 선택하고, 현미밥과 흰쌀밥 중에 하나를 골랐다. 이어 검은콩과 핀토콩(강낭콩의 한 종류), 파히타 베지(볶은 채소) 중에서 원하는 것을 선택한다. 다음으로 다양한 살사 소스와 치즈, 사워크림 등 여러 토핑 중 원하는 것을 고르면 되는데 처음이니 일단 뭐든 맛보고 싶은 마음에 웬만한 건 다 넣어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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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한 음식을 받아 드니 묵직한 무게감이 손에 느껴졌다. 한눈에 봐도 한국 기준으론 3인분은 될 만큼 푸짐한 양이었다. 자리에 앉아 조심스레 숟가락으로 떠먹자마자, 절로 맛있다는 감탄사가 나왔다. 건강한 음식에 가깝긴 하지만 온갖 맛있는 소스들과 재료들이 들어가서 한 입만 먹어도 다채로운 식감과 풍미가 느껴졌다.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맛이었다.


너무 맛있어서 열심히 먹었지만 결국 반밖에 먹지 못했고, 나머지는 저녁에 숙소에서 먹으려고 가방에 챙겼다. 그리고 예상대로, 시간이 지나 저녁에 먹어도 여전히 치폴레는 맛있었다.


나는 한 번씩 어학원 친구와 함께 치폴레를 테이크아웃하여 브라이언트파크에서 따사로운 가을 햇살을 맞으며 여유롭게 점심을 즐기곤 했다. 이렇게 수업을 마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나면, 다시 맨해튼을 씩씩하게 돌아다닐 수 있을 것 같은 에너지가 충전되는 기분이었다.


31-4.jpg 브라이언트 파크에서 친구와 함께 카바를 먹던 날


치폴레와 비교하면, 구운 채소가 다양해서 가볍고 신선한 맛이 잘 느껴지지만, '맛'의 기준으로 보면 치폴레만큼의 만족감을 주지는 못했다. 결국 기본적으로 샐러드에 가까운 메뉴였기 때문이다. 가격도 치폴레보다 좀 더 비싸서, 여행자 입장에서는 가성비가 아쉬운 메뉴였다.


며칠 전, 대형 쇼핑몰에 갔다가 치폴레와 비슷한 식당을 발견했다. 반가운 마음에 기대를 안고 음식을 주문했다. 주문하는 방식은 비슷했지만, 치폴레만큼 음식 재료도 다양하지 않았고 아낌없이 재료를 담아주지도 않아서 잔뜩 실망했다.


나는 뉴욕 여행을 하며 예상치 못한 멕시코 음식과 특별한 추억이 쌓게 됐다. 친구와 함께 긴 줄을 기다리며 수다를 떨던 시간, 그날의 따뜻했던 날씨와 온기, 처음 음식을 먹었을 때의 소소한 행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여행이란 늘 예상치 못한 순간을 선사하는 것 같다. 언젠가 진짜 멕시코 길거리에서 현지의 맛을 경험할 날이 올까? 상상만 해도 즐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