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만든 인스타 계정 말고 또 하나를 만들었다. 가족들로 제한된 비공개 계정이다. 사진첩 같은 기능이 필요했는데 나름 만족스럽다.
브런치에도 쓰다만 동유럽 여행기가 있는데, 늘 부담이었다. 저걸 어떻게 마무리해야 하나…. 여행에세이로 잘 써보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고 더 늦기 전에 기록용으로라도 남겨 놓는 게 좋을 듯싶다. 부득이 몇 편의 글을 발행 취소(‘좋아요’ 눌러주신 분들께는 죄송한 마음이다)하고, 당시 일정대로 다시 여행을 떠나보려 한다.
# 버스를 기다리며
2018년 8월 27일, 프라하 바츨라프 하벨 공항에 내렸다.
숙소는 프라하 중앙역(Main Station) 근처로 잡았다. 문제는 공항에서 어떤 버스를 타야 하는지 잘 모른다는 것이다. 길게 늘어선 줄에 서니 마침 우리나라 여행객들이 보인다. 반가웠다.
“이거 타면 중앙역까지 가나요?”
“그런 것 같아요.”
‘왜 내게 묻지? 나도 처음인데?’라고 말하는 듯한 그의 표정을 보고 아차, 싶었다.
그래, 맨땅에 헤딩, 이게 찐 여행이지. 괜히 젊은 친구들에게 기댈 생각하지 말고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해!
첫날의 교훈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많은 사람들이 내리는 정류장이라 중앙역에서 무사히 하차했다. 이제 숙소까지 10여 분만 걸어가면 된다. 그런데 기찻길을 가로질러 가려면 지하도를 건너야 한다. 중/대형 캐리어를 번쩍 들어 계단을 오르내리는 길은 험난했다. 날은 점점 어둑해지고 있었다. 캐리어 바퀴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는 듯했다. 다행히 호텔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낡아 보이지만 다락방 같은 느낌이 나쁘지 않아 보인다.
# 프라하에서 쌀국수라니
프라하에 도착한 첫날 첫 끼니를 베트남 쌀국수로 먹을 줄은 몰랐다.
몸도 지쳤겠다 미리 챙겨 온 사발면으로 간단히 때울 생각을 했던 동행 J는 호텔방에 커피 포트가 없다는 사실에 실망한다. 이 호텔에서 5박이나 할 텐데 많이 아쉬운 모양이다. (결국 우리는 다음날 가까운 쇼핑몰에 가서 작은 포트를 산다. 여행지에선 때로 동행자를 기쁘게 할 지출을 해야 한다.)
호텔 주변에 어떤 식당이 있나 둘러보다가 쌀국숫집을 발견했다. 마침 뜨끈한 국물이 먹고 싶었던 참이었으니 괜찮은 선택이다.
담백한 국물을 들이켜니 그제야 여독이 풀리는 듯하다. 오늘 하루, 인천에서 프라하까지 날아오느라 고생했다.
* 첫날 찍은 사진이 한 장도 없다니, 진짜 정신이 없었나 보다. 여행 초짜인 우리는 그저 예약한 호텔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기만을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