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고 진실된
아침 출근시간이나 퇴근 시간, 버스를 탈 때 정류장에서 흔히 고등학생들을 볼 수 있다. 그냥 바라만 보아도 예쁜 시절이어서 눈길이 가는 것도 있지만 학생들의 대화를 듣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10대는 낙엽만 굴러가도 웃음이 나온다고 하더니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대화의 소재도 다양하고 친구의 말에 장단을 맞추는 것 또한 어떠한 계산을 거치지 않고 그대로 토해내는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30~40대도 물론 충분히 가볍고 즐거운 이야기 소재로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런데 요즘 들어 나는 통 그러질 못한 것 같다. 결혼, 연애, 육아 등의 현실적이면서도 무거운 이야기들을 하려니 별로 즐겁지 않고 말을 이어가고 싶지 않을 때가 많았다. 내가 당사자가 아닌 일에도 꼭 내가 이래야만 하고 저래야만 한다는 둥의 조언처럼 들리지만 강요가 섞인 말들을 여러 번 듣게 되다 보니 더 그런 것 같다.
나이가 들어도 가볍게 즐거운 대화를 할 수 있는 친구들이 주변에 많았으면 좋겠다. 낙엽이 굴러가는 것만 보아도 웃음이 나는 10대는 아니지만 걱정과 불안이 뒤섞인 일들로 오늘 하루가 무겁고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