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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틀루이스 Nov 24. 2020

사람은 정말 바꿔 쓸 수 없는 걸까?

잘 쓸 수 있어!

요즘 인터넷커뮤니티나 동영상 등을 보면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은 바꿔 쓸 수 없다.”는 말이지요. 저 또한 얼마 전 소모임에 나갔다가 똑같은 말을 들었습니다. 저와 같은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두 사람이 연애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결국 사람은 바꿔 쓸 수 없으니 애초에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결론에 봉착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위의 말을 인터넷에서 간접적으로 들었을 때는 별다른 느낌이 없었지만, 옆에서 직접 듣고 보니 갑자기 의구심이 생겼습니다. ‘왜 사람을 바꿔 쓸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일까?’하고 말이지요. 그리고 그에 대해 생각을 하면서 한 편으로는 공감할 수 있었고, 한 편으로는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정리 된 저의 생각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공감할 수 있었던 이유.

대부분이 사랑에 관한 것

보통 위의 말은 대부분이 연인 혹은 부부관계를 평가할 때 등장합니다. 자신과는 맞지 않거나 심지어 피해를 주기까지 하는 상대에 언어, 행동 등이 오랜 시간동안 변할 기미가 보이지 않을 때 하는 말이지요.(이 상황은 이 문제의 실마리를 풀어내는데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상대가 단지 학교 선배나 직장상사가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존재로 여겨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넘어갑시다.)      

극적인 예로 늘 반대로 행동하는 상대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그 사람은 늘 솔직하지 못합니다. 분명 맛있는 음식인데도 맛있다고 말하기커녕 ‘음, 그럭저럭’이라 하고, 자신은 산책에 따라나서지 않겠다고 말하고서는 내가 밖에 나갈 때 같이 따라 나오고, 자기가 쓰레기를 버리겠다고 해놓고는 며칠이 지나도 버리지 않는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을 보입니다. 상대의 그 부분에 대해서 - 말을 해놓고 지키지 않거나, 안 하겠다고 해놓고 행동하는 모습 - 말을 하기도 하고 다투기도 해봤지만 전혀 변하는 모습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그런 모습을 무시하려 하고, 결국 이 관계를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시간을 재는 상황으로 치닫게 됩니다.      

위의 예시는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사람의 여러 기질이나 습관들 중 ‘단 하나’만을 예로 든 것입니다. 그 외에도 이 사람을 도저히 바꿔 쓸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은 아마도 수 천 수 만 가지나 될 것입니다.      


사랑에 대해서

앞선 문제들은 대부분 사랑하는 사이에서 발생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만약 친구 사이에서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손 치더라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정’과 ‘애정’이라는 매개체는 사랑과 비슷한 양상을 띠기 때문입니다. 잠시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이 어려움을 해결해봅시다. 


사랑의 양상을 아주 크게 두 가지로만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중심이 되는 사랑’‘관계가 중심이 되는 사랑’으로 말이지요. 우정은 그 양상이 조금 다르지만(사랑은 서로를 바라보고, 우정은 서로가 아닌 한 방향을 함께 바라본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논지를 흩뜨리는 것은 아니니, 사랑과 같이 보아도 무방할 것입니다. 


사랑을 처음 시작할 때는 마치 모두가 ‘관계’를 중심으로 하여 행동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서로가 상대에게 맞춰주려 하고, 나를 챙기기 보다는 상대를 더 챙기려 하지요. 하지만 이 모습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은 설렘과 열정이 얼마나 길어지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데는 대부분 동의 하실 것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자신의 본성, 즉 기질과 습관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지요. 


이때 자기중심적인 사랑을 하는 사람이라면, 상대의 존재 이유는 오직 자신을 편하고 즐겁고 기쁘게 하기 위함이라 여기고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느끼게 됩니다. 따라서 관계에 불편함이나 어려움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그 문제를 일으킨 상대방만을 탓하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상대가 언행을 고치기를, 변하기를 기대하게 되지요. 


이와는 다르게 관계중심적인 사랑을 하는 사람이라면, 문제가 발생하게 될 시 관계의 현주소와 가고자 하는 방향을 보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의 모습뿐만 아니라 자신의 모습 또한 돌아볼 수 있게 되지요. 관계중심적인 사랑은 서로가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에 더 멀리 나아가기 위해서 때로는 서로 다툴 수 있고 그로인해 아프기도 하고 힘들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수용합니다.      


개인의 자유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대두되고 있는 현 시대의 상황은 사회와 대인관계를 자기 중심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데 영향을 끼치기도 합니다. 저는 개인의 자유를 묵살하거나 그 가치를 무시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다만 개인의 자유가 그 어느 것보다 귀히 여겨지는 일종의 ‘신격화’되는 것이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다시 말해 개인의 자유의 가치를 적절히 조절하며 상대의 단점 또한 수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때, 불편할 수는 있을 지라도 종국에는 더 행복한 관계로 발돋움 할 수 있으며, 오히려 개인의 자유를 고집할 때, 그것에 매몰되어 더 자유롭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래는 사람은 바꿔 쓸 수 없다는 말에 왜 동의하지 않는지에 대한 내용입니다.      


바꿀 수 있어.

좀 암울한 말일 수도 있습니다만, 제 짧은 평생의 경험으로 상대방을 바꾸고자 했을 때 성공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뭐, 저의 개인적인 경험이니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하셔도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만.) 하지만, 유일하게 바꿀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사람 있었습니다. 바로 ‘나 자신’이었습니다.      


만약 우리가 자신 스스로마저도 바꿀 수 없다면, 이 세상에 있는 자기계발서는 지금 당장 다 분리수거함에 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적게는 수만에서 많게는 수백만에 이르는 동기부여 동영상들의 조회수도 10회 정도로 떨어지겠지요. 얼마나 암울합니까. (그것도 동영상을 잘못 눌러 들어온 사람들일 것입니다.) - 제가 말하는 자기계발서와 동기부여 영상이 단지 몸무게를 줄이거나 시험을 준비하는 류의 것이 아닌, 오랫동안 지녀온 자신의 기질과 습관을 바꾸는 것과 관련한 것이라는 걸 인지하실 거라 믿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도 잘 아시겠지만, 단지 살을 빼거나 근육을 붙이거나 영어단어를 외우거나 하는 등의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지녀온 나의 기질들, 즉 남을 의식하고, 쉽게 상처받고, 솔직하지 못하며, 나의 유익을 타인의 유익의 가치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등은 결코, 정말 결코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변하게 하고자 노력할 때는 단지 시간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노력과 끈기, 불편한 상황을 맞닥뜨리려 하는 용기와 그때에 발생하는 고통과 염증을 참아내는 인내까지도 필요합니다. 정말, 정말로 쉽지가 않은 일이지요.      


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은 사람과 사람이 더 깊은 관계로 나아가려 할 때 새로운 어려움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그것도 아주 자연스럽게 말이지요. 왜냐하면 상대와 나는 서로 다른 가정과 환경 가운데서 각자의 개인적인 기질을 키워왔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함께 많은 것을 나누고 시간을 보내려하는 커플에게 걸림돌이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우리는 ‘그냥 아는 사람’이나 사회관계의 사람에게는 자신을 진실로 드러내려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들을 굳이 ‘고쳐 쓰고’ 싶어 하지는 않지요.)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바, 더 깊은 관계로 나아가며 맞닥뜨리는 어려움은, 그 원인이 오랜 기질과 습관에서 발생한 경위로 인하여, 양측 모두의 진실된 노력 없이 한 쪽만 바뀌기를 바란다면 해결되기가 어려운 문제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말로는 사람을 바꿀 수 없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저희 어머니의 잔소리는 저를 이미 성실하고 성격 좋은 세계적인 석학으로 만들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머니의 잔소리는 저를 좋은 쪽으로 바꾸기커녕, 어머니를 피하게 만들었지요. 다른 관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상대가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말이나 잔소리를 합니다. 그런데 자기 스스로의 기질도 잘 바꾸지 못하는 우리가 어떻게 말 몇 마디로 자신이 아닌 상대를 바꿀 수 있을까요.           


행동이 사람을 바꾼다. 그렇지 못하더라도 나 자신은 바뀐다. 

우리는 더 이상 ‘사람은 바꿔 쓸 수 없다.’고 말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인생은 더 편하고 즐겁게 풀려가기를 바라는 이중적인 관점과 마음을 품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완벽한 상대방은 없습니다. 따라서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나 자신이 먼저 변해야 함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또한 고무적인 사실은, 말로는 사람을 바꾸기 어렵지만 행동은 그보다 더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입니다. 물론, 열심 있는 행동들을 상대에게 보여줬지만 상대가 변하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예로 맞벌이를 하는 부부가 있는데 한 사람이 쓰레기를 버리는 일을 도맡아서 하는 경우가 있겠지요.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자신만 그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도 분담하길 원하지만, 상대방은 바뀔 것 같은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어떡해야 할까요? 그 상황은 어려움이 발생한 상황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상대에게 이야기를 꺼내야겠지요. 우선적으로 쓰레기를 버린 사람은 자신의 ‘행동’이라는 믿음직한 증거가 있습니다. 그에 따라 상대방에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올곧이 피력할 수 있겠지요. 여기서 관계중심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만약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한다면 상대방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오해하여 자칫 분노가 일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대화나 논쟁이 아닌 다툼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만약 대화로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면 어떡할까요? 그때는 다툼이 일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물론 꾹 참고 홀로 쓰레기를 버리는 일을 지속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애초에 말을 꺼내지도 않았을 것이거나, 아니면 계속 꾹꾹 눌러 담고 있다가 언젠가 어떤 무시무시한 방식으로 터뜨려버릴 수도 있겠지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의 행동. 내가 옳게 여기는 행동기준이 있고 나 자신이 그것을 행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변하지도 않은 채, 내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은 채로 상대방을 비난하기만 한다면, 상대방도 나와 똑같은 생각과 감정으로 나를 대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야기를 마무리 짓겠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사람은 바뀔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바꾸고자 하는 것은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닌 오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야 바뀌는 것들입니다. 따라서 우선 나 자신 스스로부터 바꾸고자 노력을 시작할 때, 내 모습과 행동이 바뀌어 나갈 때에야 상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우리의 행동이 있어야 우리의 말에 힘이 더 실릴 수 있겠지요.

  

혹자는 이런 어려움을 감수하지 않고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도 있다고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앞선 노력들을 기울이지 않고도 평생 즐겁고 화목하고 편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면 그것은 정말 행운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살면서 그런 연인이나 부부를 본 적이 없거든요. (심지어 영화에서도 못 봤습니다.) 하지만, 정말 완벽하게 잘 맞는 사람이 아니지만, 자신을 희생하고 싶지도 않고 노력을 기울이지도 않은 채 달콤한 사랑만을 하기를 원한다면, 그것이 정말 사랑일까 다시 한 번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그런 생각을 하시는 당신을 위해, 상대가 내게 다 맞춰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는 내가 사랑이 아닌 설레는 연애의 감각을 느끼기 위해, 내면의 갈망의 충족을 위해 그저 상대를 이용하고만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메인이미지 - Pixabay로부터 입수된 Paul Brennan님의 이미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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