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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틀루이스 Dec 09. 2020

인생은 조각퍼즐 맞추기처럼

작은 즐거움의 연속

난생 처음으로 1000피스 퍼즐 맞추기에 도전했습니다. 시작하기 전에는 이게 이렇게 집중시간디스크 건강을 갉아 넣는 일인 줄 몰랐네요.

(디스크 환자분들은 유의 바랍니다. 절대 바닥에 깔아두고 하지 마세요. 목이랑 허리 아작납니다. 되도록 탁자든 책상이든 밑에 받쳐놓고 하시고, 40분 타이머 맞춰 두시고 중간마다 스트레칭도 꼭 해주세요.)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놓고 아무 생각 없이 퍼즐을 맞추다 보니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퍼즐 맞추기를 하면서 들었던 생각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 이렇게 글을 씁니다.

(이 글은 퍼즐 맞추기를 잘하는 법에 대해서가 아니라 소소하게 즐기는 방법에 대해 쓴 것니다.)




1. 데드라인을 긋거나 타인과 경쟁하지 말 것

 ‘며칠 내로 끝마치겠다.’ ‘몇 시간 안에 끝내겠다.’ ‘저 사람보다 빨리 하겠다.’등과 같은 생각으로 성취를 우선시 하게 되면 퍼즐을 맞추는 행위 그 자체를 즐기지 못하게 됩니다. 

 만에 하나 목표한 시간 안에 끝낸다면 성취감을 느낄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그것은 퍼즐을 맞춰가는 과정을 즐긴 것이 아니라, 결과를 바라보며 기뻐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성취만을 추구하게 되면, 퍼즐조각을 맞추는 일이나 장편의 소설을 읽어나가며 그 세계 안에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일 등의 작고 소소한 노력을 기울이며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누릴 수 없게 될 것입니다.

 게다가, 데드라인 내에 끝내지 못하면 퍼즐 맞추기에 금방 흥미를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성취에 큰 기대를 걸었던 사람의 경우 좌절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2. 한 조각에 집중할 것

 퍼즐을 맞추다가 하던 걸 다 집어치우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바로 남은 조각들을 바라볼 때였습니다. 이리저리 얽혀있는 조각들과 완성본을 비교하다 보면 ‘도대체 이걸 어떻게 하지’하는 생각과 함께 결코 끝낼 수 없을 거라는 부담감이 밀려왔습니다.

 저는 원채 성격이 급한지라 그런 상황을 자주 맞닥뜨렸고, 그럴 때마다 지금 붙들고 있는 한 조각에 계속해서 집중해야만 했습니다. 때려치지 않기 위해서요. 그렇게 그 한 조각의 자리는 어디인지 이리저리 돌려보며 자리를 찾게 되면 기뻐했고, 찾지 못하더라도 그 조각을 위한 공간을 따로 마련해 계속해서 관심을 두었습니다.


 어느 조각이든 자리를 찾지 못했다고 던지거나 버려질 조각은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모든 조각은 자신의 자리가 있었고, 아직 그림에 끼워지지 못한 조각은 단지 아직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한 것일 뿐이었습니다.

 한 번 집어 들었던 그 조각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 계속 염두에 두었던 것은, 현재 맞춰나가는 부분과 그 조각과의 공통성을 보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결코 아무렇게나 집어든 조각이 아니었던 것이지요. 그렇게 차분히 기다리며 퍼즐을 조금씩 맞춰나가다 보면, 곧 따로 떼어두었던 조각의 자리가 드러났고, 저는 기분 좋게 ‘그 조각’을 자리에 끼워 넣을 수 있었습니다.


3. 실수는 자연스러운 것

 조각의 개수가 1000개나 되는 것만큼, 저는 한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수천 번의 실수를 자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조각 하나를 단번에 맞는 자리에 끼우는 일은 아주 드물게 있었고, 그 외의 조각들은 최소 서너 번, 최대 수십 수백 번의 시도를 거쳐 맞춰질 수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잘못된 자리에 끼워진 조각이 아주 감쪽같이 들어가 있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 녀석 때문에(저의 잘못이지만) 그 주변에 들어맞아야 할 조각들이 맞지 않아 한참을 헤매기도 했습니다. 결국 멀리 다른 부분부터 맞춰가며 나중에 가서야 그 잘못된 조각을 찾을 수 있었지요. 후자의 경우는 저의 불찰로 빚어진 경우였지만, 저는 여기서 교훈만 건졌지, 기분 나쁜 감정이나 자기비하의 생각은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쓸데가 없는 녀석들이거든요.


4. 미리 기대하지 말 것

 어쩔 때는 한 자리에 딱 맞는 완벽한 조각을 찾았다고 여기며 기대감을 갖고 끼워봤더니 맞는 자리가 아닌 경우도 있었습니다. 만약 그 상황이 십여 분간 한 조각도 맞추지 못하고 지쳐가던 가운데 일어난 경우라면 더더욱 힘이 빠지는 일이기도 했지요.

 저는 그림의 30% 정도를 맞춰가던 초반에 위와 같은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면서 조각의 위치가 아주 확실할지라도 제 자리에 끼우기 전부터 기대하는 것은 감정을 소모적으로 쓰는 것임을, 1000피스 맞추기와 같이 오랜 집중과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일에 감정을 소모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좋은 전략이 아님을, 완전히 자리에 맞춰놓고 나서 즐거워해도 전혀 늦지 않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여기까지 퍼즐조각 맞추기를 ‘소소하게’ 즐기는 방법 공유였습니다. 이 소소한 방법이 여러분의 이런저런 도전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or 스크롤을 내려 주신 분들을 위해 그림 풀샷 공개합니다. 감상타임 가지시죠.  

BGM으로 드뷔시의 "Clair de Lune" 적극 권장합니다.


고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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