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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틀루이스 Feb 20. 2020

우리가 당연히 여기는 것들 5.

이기심을 허락해서는 안 되는 이유

인간관계에서도 자기가 상대방에게 어떤 인상을 주고 있는지 신경 쓰는 동안에는 좋은 인상을 줄 수 없습니다. 문학과 예술에서도 독창성에 신경 쓰는 사람은 독창적이 되지 못하지요. 반면에 단순히 진실만을 말하려고 노력하다보면, 십중팔구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독창적이 되게 마련입니다.
- C.S Lewis


지금은 개인의 삶의 가치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사회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개인의 행복, 자아실현, 목표한 뜻을 이루는 것에 자신의 열정과 시간을 쏟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지금 이것들이 나쁘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들의 중요성을 결코 부인하지 않습니다. 다만, 개인적인 것에 가치를 둠으로서 무의식중에 자연스레 생겨나는 마음인 ‘이기심’을 견제하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입니다.


글을 쓰기 전에 포털 사이트에 ‘이기적이어도 괜찮아’라는 문장을 검색해봤습니다. 아주 많은 글과 포스트가 올라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중 몇 개의 글을 읽어봤습니다. 그리고 읽었던 모든 글은 우리가 이기적이어야 하는 공통된 이유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덜 이기적이기 때문에 불행하다는 주장이었지요. 그러고선 조금은 이기적이 되어야 그 전보다 행복할 수 있다는 말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자존감과 이기심은 다르다.

저는 행복하기 위해 이기적이어야 한다는 말에 동의하지 못합니다. 그것이 아주 적은 수준의 이기심이어도 말입니다. 왜냐하면 언어와 행동의 동기가 진심일 때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는 것이지, 이기적이기 위할 때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타인과 어떤 교류를 할 때 불행합니까? 아마도 자신의 진실 된 뜻을 내비치지 못하고 거짓되거나 과장된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줄 때일 것입니다. 이때 해야 하는 것은 거짓과 기만의 가면을 벗는 것이지, 이기심의 힘을 빌려 그 뒤에 자신을 숨기는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거짓과 기만의 가면을 벗는 방법은 이기심의 도움 없이 가능합니다. 용기와 인내가 그것입니다. 내 자신을 스스럼없이 보여줘도 괜찮다는 용기, 상대와 의견이 맞지 않아 불편한 일이 생기더라도 상대의 의견을 수렴하며 같이 맞춰나가려는 인내가 필요한 것입니다. (만약 정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어 타인에게 도저히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상담사의 도움을 받는 것을 권장합니다. 그런 분이 아니라면 제 글 <<나다운 나>>의 마지막 편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 https://brunch.co.kr/@littlelewis/21)


솔직히 평생 이 일은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은 진실 된 이야기를 가감 없이 한다는 것이 웬만한 고통스러운 일보다 더 힘든 일일 수도 있습니다. 이 일은 마치 앞이 보이지 않는 동굴에 들어가는 느낌이거나, 고릴라만큼 크고 험상궂은 아저씨에게 휴대폰을 빌려달라고 하는 일처럼 무서운 일로 여겨지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무섭더라도 발을 내딛어 행동을 취하면, 동굴 반대편에 있는 은은한 빛을 머금고 있는 아름다운 호수를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또 누가 알겠습니까? 무섭게 생긴 아저씨에게 말을 걸었더니 친절한 웃음으로 휴대폰을 빌려줄지 말입니다.



부정적인 프레임

마음의 뜻이 생각으로 구체화되고 그것이 말과 행동으로 표현되는 일의 접점을 ‘이기심’이 주관하고 있다면, 그렇게 발생된 행위는 전반적으로 이기심의 영역 안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특정 이슈와 그에 따른 생각이 이기심과 결부되는 한, 처음에는 내 뜻대로 그 일을 했더라도 나는 계속해서 그 뜻을 고수하려 하며, 이것은 자칫 마음이 불편한 일이나 몸과 마음이 상하는 일로 전락해버릴 수 있습니다. 이기심은 타인을 보는 프레임 자체를 부정적으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아주 적은 이기심이더라도 수용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다 가정해봅시다. 그 사람은 처음에는 좋고 편한 사람인 듯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의 본래 성격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약속시간을 못 지키는 것은 기본이고, 식당이든 카페든 어딜 가든 자신이 다 결정하려 들며, 대화를 할 때도 듣는 데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자기 이야기만 하려 합니다. 이런 피곤한 사람을 만나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상황을 건강하게 해결할 줄 모릅니다. 지극히 이타적이 되어 상대에게 휘둘리거나, 아니면 그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이기적인 자세를 취하게 됩니다.


그 친구의 정신을 차리게 만든다는 명목 하에 우리는 어떻게 합니까? 똑같이 약속시간에 늦게 나타나거나, 친구의 결정이 아닌 나의 결정을 고집하거나, 친구의 이야기를 끊고 내 얘기를 더 많이 하려 할 것입니다. 또는 친구에게 지금 잘못하고 있다고 질타를 놓기도 합니다. 이렇게 했을 때 관계가 나아지는 경우는 드뭅니다. 친구에게 진심을 숨기고 끌려 다닐 때부터 이미 관계는 가라앉는 배였고, 상대와 똑같이 행동하거나 질타하는 것은 그 배에 무게추를 다는 것과 마찬가지였던 것이니까요.


배를 가라앉히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했을까요? 우선적으로 이기적인 관점에서 벗어나는 것이 필요합니다. 내가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고 있다는, 마땅히 대우 받아야 한다는 그 관점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내가 기분 좋고 내가 편하고자 하는, 내게 지속적으로 불편한 감정을 일으키는 그 프레임을 벗어던지고, 관계 중심적으로 사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합니다. 그렇게 우리의 관점은 친구를 정신 차리게 만들어 내 만족을 충족시키려는 것에서, 틀어진 관계를 바로 잡고 건강한 관계를 세우려는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됩니다.

   


가장된 이타성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애초에 극히 이타적이었던 자세를 취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불편한 것은 불편하다고 말하고, 원하고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나누며 갈등이 있을지라도 서로 맞춰가는 것이 훨씬 나았겠지요.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본심을 숨기는 이타적 행동 또한 이기적인 성향을 띠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본심을 숨기는 이유는 즉, 진실 되게 행동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렇게 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내게 더 낫게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또는 무의식 가운데 이미 계산을 마치고 타인에게 자신의 진심을 숨기는 것을 결정하고, 타인에게 맞춰주고 가식적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이타적으로 보이지요.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미 불편함이 서서히 쌓여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을 유아적 이기심이라 부르고 싶네요. 내 진심이 아닌 가식으로서 이타적인 행위를 하며 조금씩 쌓여가는 내면의 불만족은 끝까지 자신을 숨기다 결국 관계를 틀어지게 하거나, 갑자기 폭발하여 상대에게 분노를 쏟아내 버리는 상대로서는 당혹스러운 행동을 하게 만듭니다. 결론적으로는 자신의 내면의 불만족스러움을 해결하기 위한 행동으로서 건강한 이타성을 지닌 행동이 아닌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변별력 없는 이타성과 이기적인 것 둘 다 좋다고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는 비단 친구관계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가족관계, 선후배관계, 직장, 사회, 정치적 관계에서도 똑같은 문제는 발생합니다. 우리는 자신들이 진심으로 좋은 것이라 여기는 것 때문에 서로 상처 주는 것이 아니라, 좋은 것들을 명목삼아 자신의 이기심을 채우려 할 때 서로 상처 입히게 되는 것입니다. 




이기심이 끝자락에 도달하게 되면 세상의 모든 것이 다 자신 위주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것은 사회경제적으로 부유한 사람이나 그렇지 못한 사람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남을 때려놓고도 ‘그들이 와서 부딪혔다’고 말하는 사람이나 국가를 보았고, 또 우리는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자녀를 사랑이란 이름하에 학대하는 부모들 또한 보았습니다.


교육, 의료, 기술, 제도, 거래, 사업, 스포츠 등등 ... 그리고 심지어 ‘사랑’까지, 이 모든 것들은 그 자체로 유익하고 선한 것들입니다. 하지만 이것들이 이기심의 도구로 사용되게 될 때 강한 파괴력을 지니게 되며, 동시에 많은 사람들의 삶을 망치는 수단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메인이미지 - Pixabay로부터 입수된 VIVIANE MONCONDUIT님의 이미지 입니다.

사진1 - Pixabay로부터 입수된 ibrahim abed님의 이미지 입니다. 

사진2 - Pixabay로부터 입수된 Gerd Altmann님의 이미지 입니다. 

사진3 - Pixabay로부터 입수된 Luisella Planeta Leoni님의 이미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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