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50부터
찰리와 저는 늘 우리가 믿기지 않을 만큼의 부자가 될 거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우리는 부자가 되려고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렇게 될 거라는 걸 알았으니까요.
지나치게 확신에 찬 말이다. 어찌 이렇게 자신만만할 수 있나 싶다.
하지만 수긍하게 된다.
왜냐하면 이 말을 한 사람은 워렌 버핏(Warren Buffet)이기 때문이다.
화자를 알게 된 순간부터 말의 무게감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워렌 버핏은 좋겠다. 그러면 나는? 나도 이렇게 한 번 생각해 볼까?
상상해 보았다.
언젠가는 부자가 될 것이 확실하다면, 인생이 어떻게 펼쳐질까?
좋을 것 같다.
조급한 마음이 가라앉는다.
언젠가 부자가 될 것이 확실하다면 지금 당장 그렇게 서두를 필요도 없었다.
적당히 60살에 부자가 된다고 상정해 볼까.
그렇게 마음먹고 어제 하루를 살아보았다.
일상이 더 행복해졌다.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이 좀 더 버틸만해졌다. 이 모든 것이 부자가 되는 하나의 과정이라 여겨졌다.
동네 공원에서 산책하는 시간이 더 즐거워졌다. 어차피 부자가 될 거라 생각하니 괜히 하늘이 더 아름다워 보였다. 햇빛을 받은 나뭇잎이 유독 싱그럽게 느껴졌다.
하고 싶은 것을 더 과감하게 시도하게 되었다. 읽어야 하는 책 보다 읽고 싶은 책을 짚을 수 있었다.
나에게 더 많은 것을 허용해 주는 너그러움이 생겼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하루하루를 즐기면서 보내는 것이 어찌 보면 진정한 성공이 아닐까 싶다.
벌써 부자가 된 것 같았다.
사실 부자가 되고 싶은 이유도, 원하는 일 하면서, 원할 때에 느긋하게 산책하고, 읽고 싶은 책 읽으려고 되는 거니까!
물론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님은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다.
지금 당장 부자이길 바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언젠가 부자가 된다는 확신만 있으면 지금 당장은 돈이 좀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다지 큰돈이 없어도 충분히 행복하기 때문이다.
패션 센스가 엉망이라 옷 사는 것에 큰 관심이 없다.
소고기보다 돼지고기를 더 좋아하는 입맛을 가졌다.
전자기기를 잘 다룰 줄 몰라 최신 기기를 사도 효용을 못 느낀다.
교통체증에 꽉 막혀있는 외제차보다 전용도로를 슝슝 달리는 고속버스가 더 좋다.
이런 내 취향은 서민 집안에서 태어나 지금까지도 근근이 살아가는 탓에 자연스럽게 생긴 걸 수 있다. 돈 덜 드는 생활양식으로 진화해 버렸달까.
그래서,
이제부터 50 이후에 성공하면 된다고 마음먹었다.
<부의 속성> 저자 김승호도 '성공하기 가장 좋은 나이는 50대 이후'라고 한다. 돈을 버는 법, 쓰는 법, 지켜내고 불리는 법을 다 배우려면 최소한 50은 넘어야 한다고.
게다가, 비슷한 말이 반복된다.
옛날부터 인생의 3대 불행 중 하나로 소년등과(少年登科)가 꼽혔다. 어린 나이에 출세하면 위험하다는 뜻이다.
책 <지중해 부자>(박종기 저)에서 멘토로 나오는 부자 아저씨도 비슷한 말을 한다. "빨리 성공해서 부자가 되면 좋을 것 같지만 그때부터 수많은 유혹에 시달려야 하거든. 그 나이에는 그런 유혹을 이겨 낼 힘이 없지. 혈기가 넘쳐 뭐든지 시도하다가 결국 내려앉게 되거든."
이런 얘기를 들으니, 젊은 나이에 성공하는 것은 오히려 위험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물론 절제력과 인성을 갈고닦은 젊은 부자들은 상관없다.)
지금 아직 성공하지 않아서 참으로 다행이다.
살면서 처음이다. 아직 성공하지 못한 나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봐준 것이.
당장 큰돈이 필요한 게 아니라면, 성실히 살면 언젠간 부자가 되고 성공할 걸 믿자.
그렇게 느긋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충만하게 살다 보면 20년 뒤에는 성공이 찾아올 수도 있으니까
설령 큰 성공이 오지 않더라도, 20년간 매일 행복한 나날을 보낸 것 자체가 인생의 성공이니까.
지금도 느긋한 마음으로 산책길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