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아니다 싶으면 그만두고.
반년 전에, 나는 주식투자를 접었다. 제대로 깊게 해보지도 않았지만 그냥 접었다.
돈을 위해 살지 않겠다고 마음먹었고, 그동안 해왔던 주식 투자는 오로지 돈만을 위한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또는 노력 대비 수익이 너무 안 나서 지쳐 버린 걸 수도 있다)
그렇게 6개월이 흘러 근래에 이르렀다.
(마지막으로 작성한 매매 일지 날짜가 2025년 3월 25일이다.)
다시 주식투자를 해볼까란 생각이 조금씩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래도 한 때는 꽤 재밌게 했던 거니까.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으니까.
하지만, 이것이 정말 내 길인지 자신할 수가 없었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재미있는지' 여부인데, 그 판단이 잘 서지 않았다.
한때는 꽤나 재밌게 몰입해서 했었다.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서 뉴스를 정리하고 주식 시장을 들여다본 기간도 몇 달은 되었다. 퇴근하면 노트북 앞에 앉아 HTS(Home Trading system, 주식 매매 프로그램)를 켜고 차트를 이리저리 분석해 보았다.
하지만 주가는 내 마음대로 움직인 적이 거의 없었다. (주가가 내 마음대로 움직였으면 재밌어서 관둘 리가 없지) 내가 매수한 주식은 몇 번이나 손실을 안겨주었다. 낙담했다. 그러다가도 가끔씩은 내가 산 주식이 몇십 퍼센트씩 올라 며칠 내내 기분이 좋기도 하였다.
몰입하고 수익을 내는 과정은 나름 재미있는데, 열심히 시간 들인 만큼의 보상은 없으니 힘이 빠졌던 것 같다.
나는 정말 주식투자를 재밌어하는가?
그 과정을 즐기는가?
몇 시간 동안 노트에 적어가며 고민했다. 그동안 뭐가 좋았는지, 뭐가 싫었는지..
꽤 치열한 고민이었다.
만약 주식 투자를 다시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오로지 '돈' 때문에 해서는 안 된다.
돈 많이 벌어서 그만둘 생각이라면 시작부터 하지 않는 것이 맞다. 돈이 많더라도 계속하고 싶은 일을 찾고 있는 중이니까.
고민 중 밤 11시가 되었다.
이제는 책 좀 읽다가 잠들 때다.
내 나름의 루틴이랍시고 책을 하나 꺼내 읽었다. 별생각 없이 꺼내든 주식 책이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하게 한 시간이 넘도록 빠져들어 읽었다.
최근 일주일 간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재미있었다.
저자의 초보 시절 투자 실패담이 공감되었고, 중간중간 공유해 주는 팁들도 와닿았다.
결국 그냥 해보기로 했다.
해봐야 안다. 재밌는지 아닌지.
나에게 조금은 시간을 더 주기로 했다. 내가 가진 거라곤 그나마 시간밖에 없는데 뭘 망설이나 싶었다.
왜 다른 것들은 주저 없이 시도하면서, 유독 주식 투자에 대해서만큼은 이렇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는가?
시간낭비가 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기껏 열심히 했는데 아무 성과도 없이 1-2년 날릴까 봐. 그러면 그냥 아까운 시간을 버린 셈이니까.
(노력하고 있지만, 결과를 중시하는 이 낡은 생각 습관을 아직 완전히 못 고쳤다)
좋아, 한 번 해보자. 마침 요새 밤에 좀 심심했는데 잘 됐네.
중간에 재미를 도저히 못 느끼면, 정 아니다 싶으면 그때 가서 그만두지 뭐.
그것도 나름대로 경험이니까
이제는 너무 열심히 하지 않는다. 지친다. 그냥 적당히 재미를 느끼는 수준까지만 한다.
취미로 산책하는 것처럼, 딱 그 정도 마음으로 하면 된다. 이전처럼 힘 빡 주고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서 할 필요도 없다.
그렇게 주식 투자라는 것이 나의 영역 안으로 다시 편입되었다.
앞으로 잘 부탁할게 주식아. 우리 잘 지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