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어를 배워서 어따 써먹으려고?
처음에는 그다지 열성적이지 않았다. 인도네시아어는 극히 비주류의 제2외국어다. 한국에서,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도 영어 하나만 잘해도 충분하고, 또 영어 하나만 잘하기도 쉽지 않다.
근데 웬 인도네시아어?
최근 며칠 동안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다음 달 출국을 준비하면서, 발리에서 장기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의 블로그와 유튜브를 본 탓일 게다. 그들은 하나같이 현지 언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영어만 사용하면서 발리에서 살았던 경험과 인니어를 구사했을 때의 경험은 완전히 천지차이라고.
내게 주어진 시간 1년, 인도네시아어를 배울까 말까?
그 대답은, '다른 국가라면 어땠을까'라는 물음을 던지니 더욱 명확해졌다.
만약 내가 스페인에서 1년간 지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무조건 스페인어를 열심히 배울 거다. 1년이면 충분한 시간이니까. 그리고 스페인어를 잘하면 좋으니까. 스페인뿐만 아니라 멕시코, 페루 등 남미에서도 소통이 가능하니까. 게다가, 무엇보다도 현지 언어를 구사할 줄 알면 삶의 질이 월등하게 높아지니까. 말이 안 통해서 겪는 수많은 불편함이 해소되니까.
같은 질문을 국가만 바꿔서 한다면?
인도네시아에서 1년간 지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동안 망설였던 이유는, 인도네시아어가 아주 글로벌한 언어는 아니라는 점이다. 영어, 스페인어, 프랑스어처럼 인지도가 있고 널리 사용되는 언어는 아니니까. 인도네시아어를 잘해서 '대체 어따 써먹겠느냐'는 질문이 계속 따라온다.
솔직히 무슨 쓸모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현지에서 머무는 1년을 풍요롭게 하는데 도움을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1년 동안 살아야 한다. 정확히는 살아'내야' 한다. 마트에서 필요한 물건도 사야 하고, 세탁소에 빨래도 맡기고, 시장에서 과일도 사야 한다.
게다가 인도네시아어를 배우는 것이 꽤 재미있다. 아무 것도 안하고 앉아있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재밌고, 1년 동안 잘 써먹는다. 그거면 충분하다.
그 외에 굳이 인도네시아어의 쓸모를 찾으면... 나중에 인도네시아 여행 오면 마음 편안하게 놀 수 있다는 것 정도? 발리에 또 올 수도 있고, 아니면 자카르타에 갈 수도 있고. 그리고 인생이라는 건 모른다. 어쩌다가 인도네시아에 현지 취업을 하게 될 수도 있고 사업을 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어떤 언어든 외국에 3개월 이상 거주한다면 현지 언어를 배우는 것이 낫다는 입장이다.
적어도 머무는 그 기간만큼은 좀 더 풍요롭게 지낼 수 있으니까.
무엇보다도 1년 뒤에 한국에 돌아가서 당당히 말하면 꽤 멋져 보이지 않을까?
"저 인도네시아어 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