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기원에 대한 환상 신화
내가 태어나기 오래전 누구도 본 적은 없고 듣기만 한 얘기로, 하늘에는 커다란 거울이 있었는데 그 거울은 세상의 모든 것들을 한눈에 다 비추었다 한다. 만물들은 그 거울에 비추인 자신들이 투사하는 영롱한 빛을 보았다. 그렇기에 존재들은 거울과 짝지어진 독보적인 자기다움의 황홀함이랴는 비춤 속에서 살아져 갔다.
동시에 그 존재들은 서로의 배면을 되비침 하는 서로를 향한 거울을 지녀, 자신들의 빛을 내뿜고 다시 반사하는 서로의 거울로서 끝나지 않는 빛의 반향 속에서 함께 어우러졌다. 존재들은 그렇게 조화로운 자신을 확인할 수 있는 그들의 어우러짐을 사랑하고 기뻐했다.
그들이 소리내어 ‘나’라고 말할 때는 ‘우리’라는 작은 메아리가 음성 가운데서 들려왔다. 그들은 스스로를 땅과 하늘을 동시에 사는 존재라고 고백했다. 그들이 무언가를 말할 때는 새들의 지저귐 같기도 하고, 행성 사이를 흐르는 별들의 가늠할 수 없는 부연 빛무리처럼 멀고 먼 울림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거울에는 알 수 없는 이유로 균열이 생겼고, 급기야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조각이 되어 갈라졌다. 우리 할머니의 더 멀리 있는 오래전 할머니들이 전하기로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조금씩 조금씩 깨진 하늘 거울을 보며 존재들은 눈치채지 못할 만큼 조금씩 조금씩 빛을 잃어갔다고 한다.
특히 지상에 태어난 존재들은 거울의 파편이 산란시킨 ‘빛 방울’에 마음이 뺏겨버렸다. 그때까지 존재들은 파괴를 두려워하지 않았기에 ‘아름다운 빛의 무희들’이라 칭송하며 거울 조각들을 숭상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망망(茫茫)한 <하늘 거울>은 돌이킬 수 없는 균열로 모두 깨져버렸고, 산산이 부서진 거울 조각들은 무한의 한 모퉁이를 돌다가, 문득 그 빛을 땅 위로 모조리 흩어 두게 되었다. 존재들은 그때부터 거울 조각을 추수하듯 채집하고 다녔다.
처음에는 누구나 그 빛을 가질 수 있었지만, 어떤 한 존재가 존재들 가운데 최초로 ‘더 많이’라는 울림을 토해 낸 이후로, 존재들은 ‘흐르는 시간의 시대’를 살게 되었다. 그리하여 거울조각은 '누구나'가 아닌 '나만의' 라는 말과만 짝을 이뤘다.
흐르는 시간은 ‘과거현재미래’라는 긴 선분의 지팡이로 ‘너와 나’라는 첫 번째 경계를 창조했다. 첫 번째 경계에서 뻗어나간 수없이 많은 경계(境界)들은 존재들 사이에 위계와 질서를 낳았고, 그로부터 모든 존재들은 혼자 남은 자신 안으로 물러서는 법을 배우며, 고독의 고치 속에서나 편안하게 쉴 수 있었다.
하늘에 매달린 거울을 보며 ‘하나임’ 안에서 각자였던 예전의 존재들은, 이제 조각 난 거울들이 반사하는 제각각의 다른 빛을 ‘차별’이라고 이름지어 부르며 여러 조각의 거울에 자신을 분열의 절편 하나를 새기듯 비춰보는 것이 참 재미난 일이었다.
그리하여 존재들은 그 조각의 작고 협소한 되비춤을 ‘더 특별함’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때부터 존재들은 새끼손톱 만 한 거울 조각들을 누구에게 뺏기기라도 할까봐 가장 안전하다 여겨진 자기 몸 깊숙이에 푹 찔러놓고 숨겨두었다. 급기야 남들이 없는 곳에서 혼자 거울 조각들을 꺼내 이리저리 비춰보는 것이 모든 존재들의 자랑스런 비밀이 되었다. 그래서 비밀이 없는 존재는 존경받지 못하고 천대받기까지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조각 거울에 비춰진 자신의 협소하고 작은 조각만을 자신이라고 믿게 되었다. 환한 미소를 자신이라고 비춘 존재는 웃지 않는 자신은 자기가 아니라고 믿게 되었고, 짜고 쓴 눈물을 자신으로 비춘 존재는 아픔과 통증을 자신이라고 믿었다. 존재들은 이제 미소만을 주장하는 아들을 낳았고 눈물만을 느끼는 딸들을 낳았다. 그들은 같은 울림의 마음을 찢어나눈 자녀들의 계보만을 후손이라 불렀다.
그리고 대를 거듭하여 조각조각 분열된 자신말고는 그 무엇도 인정하지 않고, 보려고도 하지 않는 고집불통이 되어 갔다.
게다가 “존재는 눈물이야.”라고 말하는 존재와 “존재는 쾌락이야.”라고 말하는 존재들은 서로를 미워하고 이를 드러내며 싸우고 그렇게 ‘너’라는 창으로 상대를 찌르며 비난하며 자신의 한 조각을 지켜냈다.
존재들은 깨진 조각 하나를 지키기 위해 점점 더 작게 미세하게 분열되고 편협해졌으며 작게 작게 쪼개어지는 동안 수치의 상처가 곪아 썩어갔다. 좁디좁아 불편하고 너무 미약한 자신이 외롭고 숨막혔지만, 존재들은 자신의 작은 조각을 놓아버릴 때 자신들은 이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라 믿었다. 그리하여 더욱더 그 조각들을 간절히 붙들었다.
그런 불편함과 고통이 극에 달하게 되자 어떤 용기 있는 존재들은 가슴 속 깊은 우물 안에 숨겨둔 거울 조각을 스스로 헤집어 내어 꺼내왔다.
그런 흔치 않은 존재들은 그에 그치지 않고, 하늘 연못에 자신의 일부라 여긴 그 조각을 던지러 가는 긴 여행을 떠났다. 천신만고 끝에 다 달은 하늘 연못에 거울 조각을 던지면, 만물을 담는 큰 거울의 한 귀퉁이가 절로 쩍쩍붙어 금이 메워진다고 했다.
흐르는 시간 내내 모든 존재들은 하늘 연못에 제 거울 조각을 던지러 가는 것을 마음속으로 소원하면서도, 자신의 거울 조각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평생을 아파하며 앓기만 했다. 혹은 자신을 아프게 하는 것들이 다른 작은 존재들의 괴롭힘이라고 분개하며 그들을 굴복시킬 묘안을 궁리하느라 자신에게 주어진 ‘흐르는 시간’의 한 모퉁이를 눈 깜빡할 새에 모두 소진해 버리곤 했다.
그러나 천신만고 끝에 하늘 연못가에 찾아와 거울 조각을 뽑아내 던진 소수의 존재들은 용기와 지혜의 약수를 마시고 영겁의 세월동안 버텨낸 갈증을 해갈했으며, 가슴의 우물이 메워지자 진짜 자신의 모습을 되비춤하는 기쁨의 아들, 딸을 잉태하고 있다.
이것이 하늘과 땅의 오래된 비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