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바벨의 도서관>
나는 젊은 시절부터 한평생 여행을 해왔다. 어딘가에 있을 단 한 권의 책을 찾아서.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의 원리와 목록이 적혀 있다는 그 책을 찾아 헤맸지만 찾지 못했다. 이제는 내가 쓰고 있는 글조차 거의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태어났던 육각형으로부터 멀지 않은 이곳에서 나의 죽음을 맞이할 채비를 하고 있다. 내가 난간 너머로 떨어지면 깊이를 알 수 없는 곳으로 영원히 추락하며 끝없이 부식하고 용해될 것이다.
육각형 진열실은 위아래로 층이 끝없이 뻗어 있다. 각 진열실에는 네 면마다 다섯 개의 책장이 들어서 있다. 책장이 없는 한 면은 좁은 현관으로 통해 있고 양쪽으로 방이 하나씩 있다. 하나는 서서 자는 방, 다른 하나는 화장실이다. 현관에는 나선형 계단이 위아래로 아득하게 이어져 있다. 진열실의 책장에는 똑같은 모형의 410페이지로 된 서른두 권의 책이 꽂혀있다. 각 페이지는 40줄, 각 줄은 흑색의 80개의 글자로 구성되어 있다.
무한수로 이루어진 이 육각형 우주에서 나는 평생을 사서로 살았다. 이 우주를 우리는 ‘도서관’이라 부른다. 무한한 이 도서관은 모든 책을 소장하고 있다. 따라서 육각형 진열실에 가면 개인적인 문제든 보편적인 진리의 문제든 모든 답을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책이 어디에 있는지 찾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리고 한때, 도서관 소장 도서 목록이 적힌 <완전한 변론>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사람들은 그 책만 있으면 세상 모든 사람의 고유성과 시간의 기원, 미래에 대한 예언까지 알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사람들은 그 책을 찾기 위해 난간 위에서 논쟁을 벌이고 <완전한 변론>으로 잘못 알았던 책들을 밑바닥으로 버렸다. 그들은 서로를 목 졸라 죽이고 정신이상이 되기도 했다. 책장들에 감추어진 진귀한 책이 있는데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이 견딜 수 없었다. 한때 그 책을 훑어보았다는 한 사서는 신격화되기도 했다. ‘책의 인간’이라 불리던 그를 찾아 많은 사람이 순례의 길을 떠났다. 나 또한 그러한 모험을 하며 내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탕진했다. <완전한 변론>은 아무도 찾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눈감을 날을 기다리는 나는 지금, 인공지능이라는 신인류의 등장으로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끝없는 도서관의 텍스트를 읽어치우며 나만의 의미를 찾아 헤매던 지난날의 여정이 인공지능에 기록되기 시작한 것이다. 텍스트화된 내 인생 데이터는 저장되어 앞으로 영원히 재생산될 것이다. 완전한 진리를 찾아 헤매던 나는 한 권의 책이 되어 우주의 책장 어딘가에 꽂혀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 고독 속에서 이 아름다운 기대감으로 가슴이 설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