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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새 Jan 17. 2023

아이가 사라졌다(1)

내 아이를 지키는 방법

워낙 앉아서 노는 아이라 걱정스러웠다.

운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입학 전에 부랴부랴 줄넘기학원을 보냈다

급수는 상관없으니 매일 땀흘리며

운동하고 오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렇게 몇달을 다니면서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도 사귀었다.

그 친구를 집에 데리고 오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말했다

“엄마. 나 학원 가기 싫어.”

7세에 잠깐 보냈던 학원에 대한 안좋은 기억 탓일까.

학원을 너무 싫어하던 아이다.

그래서 피아노도 집에서 내가 가르치다가

방문 선생님을 모셔서 배우고 있다.

운동은 내가 직접 챙기기가 어려워서

학원의 힘을 빌리고자 했고, 체험수업을 갔다가

아이도 즐거워해서 줄넘기 학원을 다니게 된것이다.

그래. 그동안 가기 싫다는 말도 안하고

너무 잘 다니고 있었지.



일단 침착하게 이유를 물었다.

“왜 가기가 싫을까? 너무 힘들어? 선생님들께서 우리 딸을 속상하게 하신 일이 있을까?”

케어가 세심하지 못하고, 수차례 작은 마찰이 있었던 퉁명스러운 남자선생님을 떠올리며 물었다.

“아니. 친구들이 내가 자꾸 싫다는데도 나를 놀려.”

“뭐라고 놀려?”

“아, 몰라. 말하고 싶지 않아. 아무튼 나는 학원 가기 싫어. 너무너무 싫어.”

교우관계에 큰 문제가 없는 아이였는데 이렇게까지

거부를 하니 오히려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그리 큰 문제는 아니겠거니 생각하고

주5회 가던 학원을 주3회로 줄였다.

그래도 아이는 계속 학원을 가기 싫어했다.


도대체 뭐라고 놀리길래 아이가 저렇게 싫어할까.

이쯤하니 심각성을 느끼게 되었다.

평소 아이와 친구처럼 잘 지내는 남편이

살살 구슬려서 친구들이 뭐라고 놀리는지 물었다.

학원에서 소문난 개구쟁이 오빠와 딸이

서로 좋아하는 사이라고 놀린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그렇게 아이를 놀리는 무리의 대장 격인

아이가 저번에 우리 집에 데려와서 같이 놀았던

아이라는 것도 알았다.

듣고보니 귀엽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아이가 얼마나 스트레스 받았으면

한 번 시작하면 끝까지 하는 아이인데도 꾸준히

싫다고 할까 싶은 생각이 이내 앞섰다.



자기주도 학습도 좋고, 생활도 좋지만

이런 상황에서 대처해나가는 능력을 키우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 싶었다.

그래서 그런 말에 태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과

말을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친한 친구는 언제든 바뀔 수 있고, 나를 존중하고 배려해주지 않는 친구는 같이 놀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었다.

나를 좋아하는 친구와 같이 놀 시간도 부족하다고 말이다.

만약 너의 선에서 그것을 해결할 수 없다면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하라고 하고, 나도 선생님께 부탁드렸다. 이러한 문제가 있으니 잘 지켜봐주시라고.






내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일까.

아이의 스트레스는 학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같은 학교를 다니고 있으니 학교에서 마주칠 때, 그리고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으니 아파트 놀이터에서 마주칠 때마다 놀림은 계속 되었고 아이는 계속 괴로워했다. 이제는 학원을 끊는다고 해서 해결이 될 것인지도 의문이었다.

학교에서도, 아파트에서도 마주치는데 그 아이를

피할 수나 있을까.

부모가 자유롭게 키우는 것인지 그 아이는 해가 지도록 놀이터와 온 아파트단지를 누비고 다니는 아이어서 우리 아이는 놀이터 나가는 것도 피했다.



더는 안되겠다 싶어서 일단 이번달까지 다니고 학원이라도 끊자 싶었다.

“이번 달까지만 다니고 학원 그만두자. 일단 이번 달까지는 다닐 수 있겠지?”

아이를 잘 달래고 말했다.

원비를 결제한지 일주일즈음 되었던 때라서

지금 그만두면 원비가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괴로워하는 아이에게 이번 달까지만

참자고 재차 말했다.

그깟 돈이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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