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여유다.

혼자 놀 수 있는 방법 몇 개쯤 꼭 준비해 놓자.

나는 소리에 민감한 편이다.

그래서 학창시절 라디오를 켜 놓고 공부를 한다는 친구들이 이해가 안 되었다. 그런데 우리 아들도 수학문제를 풀때는 음악듣는 것이 도움이 된단다. 나는 동의할 수 없지만.


남편은 40대가 될 즈음 코를 골기 시작했고, 새벽녘 코고는 소리에 깬 나는 아침까지 잠들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슬그머니 거실로 나와서 쇼파에서 자는 일도 이젠 꽤 익숙해졌다. 가끔 남편은 자기보다 더 심하게 코고는 친구들 옆에서도 숙면을 취한다는 와이프들 얘기를 하면서 내 예민함을 지적하기도 했었다.


회사에서 홍보 업무를 하다보니 글을 교정할 일이 많은데 그 순간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하다.

가끔 옆에서 큰 소리로 전화를 받거나 서로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같은 문장을 계속 읽으며 교정 진도를 나가지 못할 정도로 민감하다.


그런데 요즘 글을 쓰거나 책을 읽을려고 고요한 환경에 앉으면 집중이 더 안된다.

원래는 엄청 원했던 환경인데...

왜 그럴까? 곰곰 생각하다가 답을 찾았다.

외로운 것이다.


이제 이런 고요함이 외로움과 함께 찾아온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남편도 외출하고 아들도 학원가는 시간에는 자꾸 사람들이 많은 곳을 찾게 된다.

커피숍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이해가 되면서 간간이 들려오는 잡담 소리가 그리 거슬리지가 않게 되었다. 그 시끄러움 속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나에게는 엄청난 변화다.


외로움은 갑자기 찾아오는 것 같다.

남녀가 사랑하다가 헤어져도 외롭고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싱글이어서도 외롭고

바쁘게 살다가 문득 찾아 온 나이듦에 외롭고

그렇게 사랑이 담긴 공간 안에서도 드문드문 외로움의 공간이 있다.


삶이 항상 사람들과 어울려야 맛이 나는 비빔밥은 아니다. 함께여서 즐거운 것도 있지만 외로워서 행복한 시간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자기에게 집중하다보면 고스란히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고 그 속에서 나도 몰랐던 행복한 부분을 찾을 수도 있다.


지금 외롭다면 그 외로움 때문에 힘들어하지 말고 움츠려있지 말고 밖으로 나가보자.

햇살을 맞으며 길을 걷고, 북적이는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고, 지하철로 바다도 보러갈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하고 싶은 것들을 많이 할 수 있다.

외로움은 여유다.


혼자 놀 수 있는 방법 몇 개쯤 꼭 준비해 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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