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올라가야만 한다고 생각하지 마
어릴 적 살던 동네는 오르막에 위치해 있어서
버스에서 내리면 꽤 오랜 시간을 힘겹게 올라야했다.
겨울에 눈이라도 내리면 조심 조심 올라가야 했고
가끔은 미끄러지기도 했다.
그땐 계단이라도 있으면 좋을텐데...
라는 생각을 많이 하곤 했었다.
그런데 살다보니 오르막이라는 것이 인생 곳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다 보면 정상과 비슷한 곳을 만나 한숨 돌리기도 했지만
어김없이 또 다른 계단들이 나타났고
또 매일을 그렇게 올라야 할 계단을 만나곤 했다.
그 길이 맞는지, 잘 가고 있는지 생각할 틈도 없이
앞만 보고 열심히 올라가야한다고만 생각했다.
힘들었지만 가끔 뿌듯하기도 했고
올라가기 싫을 때도 많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가끔 내리막을 만나면 기쁘기도 했지만
뒤처지는 느낌이 들고 열심히 살고 있지 않은 것 같아서
불안한 마음이 더 컸다.
수십 년의 시간을 참 부지런히 올랐던 것 같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주위를 둘러보니
내가 생각한 만큼 높이 올라와 있지는 않다는 걸 발견했다.
당황스러웠고 서글펐고 그리고 좌절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열심히 올라왔는데
왜 내가 선 위치는 여기 밖에 안 되지?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조금씩 내려놓기로 마음먹은 것이.
그러고 나니 조금씩 삶을 넓게 볼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내가 가진 작은 것들이 아주 커 보이고 만족스러웠다.
행복의 정의가 성공이 아니라 평범함임을 깨달았다.
앞으로도 만나게 될 계단들은
올라가든 내려가든 욕심없이 그냥 천천히 내디딜 것이다.
그러면 한 걸음 한걸음이 가볍고 기분 좋을 것이다.
어릴 적 그 때, 힘겹게 오르던 오르막도
지나고 나니 정겨운 추억처럼 내 기억 속에 따뜻하게 남아있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