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질말고 행복

by 작은우주인 김은주

“『찌질하다』는 너무 하잖아.

아무리 그래도 『찌질하다』는 테두리에 나를 넣고 싶지는 않아.

약간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고 …”


그런데 곰곰 생각해 보니 나에게도 찌질한 구석이 있었던 것 같다.

극히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성격이었던 나는

교실 책상에 하루 종일 엉덩이를 붙이고

조용히 공부만 하던 학창시절을 보냈다.


조용한 성격 탓에 친구들과의 교류도 많지 않았고

점심 시간 이외에 도시락을 먹는다던가

수업 시간에 딴짓을 한다던가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땡땡이를 치는 건 한번도 시도해 보지 않은

소위 ‘착하고 바른’ 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었던 아이였다.


그런데 이런 성격으로 인해 바보 같은 면도 많았던 것 같다.

하고 싶은 말을 시원하게 내뱉지도 못하고

상대방의 기분과 눈치를 보며 행동하기도 하고

기분이 나쁠 때도 화 내기보다 억지 웃음으로

나를 포장할 때가 많았다.


어쩌면 나에게 『찌질함』은 『착한사람 콤플렉스』였던 것 같다.


누구든지 나를 미워하지 않고 100% 좋게만 봐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었고,

내 행동과 말들은 그렇게 평가 받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좋은 게 좋다’는 평화주의 마인드가 나를 온통 지배하고 있었다.

가식적으로 착한 척을 한 건 아니었지만

가끔은 손해 보는 느낌도 들고 속상한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


이런 ‘착한사람 콤플렉스’는 회사를 다닐 때도,

결혼 생활에서도 계속되었고 지금까지도 진행형이다.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손해보지 않고 마음 시끄러운 것보다는

조금 손해보고 이해하면서 평화롭게 사는 것이 더 마음 편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이를 먹으면서 알게 되었다.

이런 나의 찌질함이 나를 조금씩 행복하게 한다는 사실을.


하고 싶은 말을 쉽게 내뱉지 못하는 것은

생각 정리가 된 묵직한 한마디를 하게 만들었다.

회사 동료와의 의견 대립이 있을 때 화 내며 큰 목소리를 내는 상대방보다

몇 마디 하지 않은 내가 왠지 이긴 느낌이 드는 경험을 하기도 했으니까.


기분 나쁜 상황에서도 화 내지 않고 애써 억지 웃음을 지으면

마음을 누그러뜨리기에 꽤 효과가 있었다.

조금씩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점점 더 이 찌질함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이 찌질함을 숨기지도 고치지도 않을 것이다.


누군가 바보 같다고 해도 상관없다.

내가 행복하고 마음 편하면 되는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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