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는 어떻게 가르치면 좋을까
오랫만에 친구를 만났다. 이런저런 근황 이야기를 나누다가 친구의 아들이 있는 반에 특수교사의 지원을 받고 있는 아이가 있다는 것을 들었다. 대화를 나누면서 머릿속도 마음도 많이..복잡했다.
"00이 반에 그...뭐지... 도움받는? 그런 아이 있어"
"도움받는 아이? 아 혹시 지적장애..."
"어- 그런...거 맞는 것 같어. 그 애가 선생님 말씀 바로바로 받아적고 모둠활동 참여나 이런게 안되서 그 애 옆에 선생님이 한명 더 같이 있다고 그러더라고"
"선생님이 딱 붙어서 도와주시나보다"
"아무래도 도움이 필요하겠지..? 근데 솔직히 말해서 좀 다른 아이들한테 불편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다른 아이들이 봤을땐 계속 신경이 쓰이는거 아닌가 싶어"
"아- 그 친구옆에서 계속 선생님이 옆에 있는게 좀 그럴러나...?"
"아니 뭐 그것도 그렇고..."
"00이가 그 친구랑 대화는 해본대?"
"아니 그냥.. 대화가 좀 어려운것 같더라고"
"아.."
여기서 그 도움을 받고 있다는 그 친구와 관련된 대화는 끝이 났고 우린 다른 주제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정말 많은 질문들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만약 우리 아이 반에 그 친구가 있었다먼 우리 딸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사실 난 도움을 받는 그 친구가 왜 그 반에 왜, 어떻게, 무슨 이유로 들어 왔는지 너무너무 궁금했다.
학교는 어떤 사유로 그 아이를 받아 준 걸까? 교육청 방침이려나? 무조건 몇명은 받아야 하는 룰이 있는걸까?
아니면.. 특수교육 대상자 아이를 받으면 학교에 어떤 혜택을 주는 걸까?
옆에서 도와주고 계신 선생님도 뭔가 학교에서 월급을 받고 계신 걸텐데...그럼 그런 부분은 또 어떻게 커버되는 걸까?
도움이 필요한 아이를 일반 학교에 보내게 된 엄마는 또 어떤 마음의 결단을 내려서 보내게 되신걸까?
도움을 받는 친구가 반에 배정된 다는 것을 부모들에게는 알리나? 아닌가? 그럴 필요가 없나...?
나는 그냥 지적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무조건 특수학교로 가는 줄만 알 고 있었다.
아 그런데 그것이 아닌가보다! 하는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나의 또 다른 사촌 동생같은 경우는 틱장애를 갖고 있는데 대안학교를 다녔었다. 아무래도 10년 20년 전은 이런 장애에 대한 편견이 더 심했던터라 그런 결단을 내리셨는지도 모르겠다. 그때 당시의 주변의 시선과 오가는 말들 속에.. 어떤 마음이셨을지 감히 헤아리기가 너무 어렵다.
지금은 헤외에서 공부중인 어엿한 청년이 된 동생. 가족에 대한 사랑도 많고 이루고 싶은 목표도 있는 멋진 어른이 되어 가고 있다. 하지만 틱으로 오는 움찔거림과 헛기침 증상은 아직 여전하다. 가끔 한국에 들어와서 밥을 먹을떄 이야기 나누면 동생의 몸짓이 분주하지만 그 누구도 그것에 대해 뭐라하거나 불편해 하지 않는다. 어떤건지 알고 있고 가족이기에 이해하고 있고 오랫동안 봐왔으니 익숙해서.
긴장되는 상황이되면 그 증상이 심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마음속으로 사회생활 하면서 얼마나 애를쓸까..작은 걱정을 하면서 열심히 살고 있는 동생한테 "이 짜식- 공부열심히 하고 돈많이 벌어서 누나 한테 비행기표 보내!" 한마디 했다.
그랬더니 "누나 맥주나 한잔 따라줄게요 ㅋㅋ" 한다.
친구에게 너무 편견 갖지는 마- 라고 한마디를 못했다.
그런 뉘앙스로 표현할 적절한 단어를 찾지 못했다.
적절한 표현과 목소리와 톤을 찾지 못했다.
아마도 이해하기 매우 매우 어려울지도 모르기에 굳이 더 이해하려고/배려하려고 애써줘- 라는 식의 말을 내가 꺼내지 못한것 같다.
그런데 이 이해와 배려를 할 수 있게 만들어준 두명의 사촌동생이 생각나면서
너무너무 고마웠다.
눈물나게 고마웠다.
00이와 같은 반에있는
어쩌면 홀로 외로움과 싸우고 있을지도 모르는 그 작은 영혼의 신발에 나를 넣어볼 수 있게 해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