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전염성이 강해서
오늘은 또 아이들을 만나러 가는 길. 이제 거의 끝무렵이다. 아이들을 볼 날이 얼마 안 남은 거네..
오늘도 들어가자마자 A가 오더니 얼굴을 들이민다. 뽀뽀와 눈인사를 같이 하러 마중 나와 준 짙은 눈썹이 너무너무 귀여운 A.
그리고 얼마 안 있다가 B가 온다. B는 다리가 불편해서 보조기구를 착용해야 다리를 곧게 해서 걸어 다닐 수 있다. B는 웃는 게 너무너무 이쁘고 귀엽다. 한마디로 잘생겼다. 그리고 유일하게 수업시간에 수업진행이 그나마 원활하게 되는 아이다. 선생님이 물어보시면 대답하고 자기의 생각을 말로써 표현하는 것을 정확하게 해내는 아이다.
C도 도착했다. C는 자꾸 물건을 입술에 톡톡톡 갖다 댄다.
"아이고 우리 C님~ 이거 입에다가 집어느면 안 돼요~" 하고서 살짝 뺏으면 후다닥 다른 장난감을 쥐고 또 입에다 톡톡톡 갖다 댄다. 입으로 갖다 대는 자극을 조절하는 것이 잘 안 되지만 선생님의 말은 거진 다 알아듣고 있다. D는 몸이 약해서 자주 아파 많이 놀아보지 못한 아이이다. 눈이 왕방울만 한 귀여운 아가씨는 의사소통이 가장 어려운 아이다. 사운드북을 누르면서 소리를 반복적으로 듣는 모습을 많이 봤다. 대화가 거의 안 되다 시피해서 제일 맘이 아팠던 아이..
야외활동마다 같이 짝꿍이 되어서 그런지 애착이 많았던 E는 지난달에 일반유치원으로 옮겼다. 같이 조금만 놀아줘도 배시시 미소 짓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던 E는 언어표현도 (일반적인 또래에 비하면 느리다고 할 수 있겠지만) 어느 정도 원활히 되었다. 뭔가 또래와 마찰이 있을 때 반사적으로 말이 아닌 행동으로 먼저 움직이는 부분만 조절되고 다듬어지면 충분히 일반유치원에서도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부모님이 일반유치원으로 보내보길 희망한다고 하셨다고 들었는데 그 사이에 이미 옮겼던 것이다.
그 3-4주가 뭐라고 정들어서 살짝 마음이 찡했다. 놀러 가는 버스 안에서 손등에 하트 스티커 두 개 붙여줬을 때 그거 떨어질까 봐 손가락으로 꾹꾹 안 떨어지게 누르고 있는 그 작고 귀여웠던 손가락이 자꾸 머리를 맴돈다.
뽀뽀와 허그를 좋아하는 A가 또 얼굴을 쓱- 들이면서 나를 빤히 바라보면서 미소 짓는다. 명확한 단어사용은 거의 하지 못하는 A지만 '선생님, 내가 선생님한테 오고 싶어서 저 잠깐 선생님한테 이만큼 왔어요' 하고 눈빛으로 쳐다보는 A의 볼을 마구 비벼준다.
"아유 A씨 이제 뽀뽀는 안되고요~ A는 갈수록 잘생겨지네- "하면서.
뽀뽀를 자꾸 하게 두면 이것도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안된다고 행동은 자르지만 아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준다든지 등을 토닥토닥해 준다던지 해서 아이에게 '선생님도 널 참 좋아해'라는 메시지는 전해준다.
정말 너는 너무너무 소중하니까-
너무너무 사랑스러우니까-
아이들은 다 웃어야 할 때 웃을 줄 알고 울어야 할 때 울 줄 안다.
그리고 자기를 이뻐하는 것을 안다. 정말 정말 정확하게 안다.
집중해서 낚시게임하는 걸 좋아하는 B랑 놀기 시작했다.
입을 벌렸다 오므렸다 하는 빙글빙글 도는 물고기를 잡기 위해 얼마나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지. 내가 한 마리 잡다가 자석에 제대로 안 붙었는지 물고기를 중간에 떨어뜨렸다.
"아이고아이고 내 물고기~" 하면서 오버를 떠니 깔깔깔 웃음을 터뜨린다.
서너 마리 더 잡다가 오버를 해본다. 아이고 죽겠다는 듯이 자지러지게 웃는다. 한번 더 한번 더 해달란다. 그래- 이게 뭐라고! 좀 더 베리에이션을 줘서 물고기를 더 다이내믹하게 놓쳐본다. B의 웃음소리를 듣고 있으니 옆에 있던 다른 샘들도 같이 안 웃을 수가 없다. 아이의 웃음소리엔 강력한 힘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
아이들이랑 신체단련실로 간다. 여기선 다양한 장애물 넘기, 다양한 방법으로 걷기, 공차기.. 등등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들이 신체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해 주신다. 자기의 신체를 인식하고 상황과 환경에 맞도록 움직임을 컨트롤하는 것이 특히 이 아이들에게는 조금은 도전적인 과제라 다양한 신체놀이를 통한 자극에 꽤나 신경 쓰고 계신 것을 보고 또 한 번 선생님들의 헌신과 애정에 놀란다.
여기에 아이들을 보내고 계신 부모님들은 이런 기관이 존재함으로써 무거웠던 마음 한구석이 편안 해지셨겠다.. 싶었다. 정말 꼭 필요한 곳이니까.
입장을 바꿔서 내가 우리 아이를 맡아줄 기관을 찾아다니고 거절당하고 아예 다닐 수 있는 상황도 안되고 하다가 이곳을 만난다면 눈물이 날 것 같다.
내 아이에게 희망이 되어 줄 수 있는 곳-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