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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별 Jan 20. 2022

꼬마버스의 새로운 장난감

feat. 울던 아이도 웃게 하는 뽀 박사님

이번 주 주제 문장과 추천도서에 눈이 반짝

용기를 내어 보글보글의 객원 작가로  손들어보았습니다.



'보글보글'과 함께하는 글놀이
1월 3주
[2가지 문장을 읽고 이야기를 완성하라!]

"어떻게 좋을 수가 있겠어요!"
and
"어떻게 좋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보글보글의 이번 주 추천도서인 [어떻게 좋을 수 있겠어요! (글·그림: 블라스타 반 캄펜 / 출판사: 한국삐아제)]를 저희 집 1호기 꼬미와 함께 읽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답니다. 이제 막 다섯 살이 된 그녀는 하루 종일 재잘거리거든요. 아이의 입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나올까. 그녀와의 대화를 정리해서 보글보글에 올리면 좋겠다. 저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용기를 내었습니다. 책은 인터넷에서 주문했고 배달 요정님 덕분에 금세 두 손에 들어왔지요. '꼬미야, 엄마랑 책 한 권 읽을래?' 책이 도착하자마자 제 심장은 두근거렸습니다. 로보카폴리 놀이에 심취해 있던 아이를 진정시키고 옆에 앉혔습니다. 2호기도 뒤뚱뒤뚱 걸어왔습니다.


저는 혼신의 힘을 다하여 동화구연을 했습니다. 농부의 아내가 되어 "어떻게 좋을 수 있겠어요!"에 특히 감정을 실어 읽어주었지요. 아이들은 뭐가 그리도 재미있는지 깔깔깔 넘어갔습니다.

["전보다 훨씬 좋아졌어요!" 역시 생선 장수는 지혜로운 사람이었답니다.] 끝.

책장을 덮었습니다. 두근두근. 드디어 독후활동의 시간입니다.



"꼬미야, 책을 읽어보니 어땠어?"

"엄마. 우리 집에도 소가 들어올 수 있어?"

"응?"

"농부네 집에는 소가 들어갔잖아. 우리 집에 꼬꼬들도 오면 좋겠다."

"그.. 그래..?"

"우리 집은 17층이니까. 동물들이 오려면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겠지? 소는 무거워서 못 탈까?"



그렇습니다. 꼬미와의 대화는 산으로 흘러갔습니다. 엄마가 아무리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보려고 해도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지요. 다섯 살에게는 농부의 작은 집에 그 많은 동물들이 들어갔다는 사실이 중요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집에도 동물들을 데리고 올 수 있을까 고민할 뿐이었요. 엄마는 그녀가 그토록 키우고 싶어 하는 멍멍이와 야옹이도 안 된다고 하는데 말입니다. 저는 좌절했습니다. 아이와의 아름다운 독후활동 시간과 참신한 보글보글 작성을 꿈꾸던 저의 계획은 바람과 함께 사라졌습니다. 보글보글에 이미 손은 들었는데 어떡하지. 옆에서 보던 남편이 (비)웃습니다. '어떻게 다섯 살에게 기댈 생각을 하니?' 요즘 남편은 맞는 말만 합니다만 제 속은 부글부글 끓습니다.


로보카폴리 놀이로 다시 돌아간 그녀를 옆에 두고 2호기가 좋아하는 자동차 장난감들이나 가져왔습니다. 또미가 슬슬 심술을 부리려던 참이었거든요. 바퀴를 뒤로 쭈욱 감아서 손을 탁 놓으면, 버스들이 쌩쌩 달려갑니다. 또미는 손뼉을 치며 좋아합니다. 


아이와 함께 작은 버스들을 바라봅니다. 조금 전 책을 읽으며 머릿속에 떠올린 생각을 버스 위에 얹어봅니다. 아이가 조금 더 자라면 언젠가 함께 이야기해보고 싶었던 것들이 지나갑니다.


  



  



햇살마을에 꼬마버스 타요와 친구들이 살고 있었어요. 파란버스 타요와 친구들은 놀이터에서 노는 것을 좋아했답니다. 상쾌한 바람과 함께하는 그네 타기도, 쌩~하고 내려오는 미끄럼틀 타기도 즐거웠어요. 놀이터에서는 숨바꼭질과 술래잡기도 할 수 있었어요. 타요는 나무 뒤에 숨을 때가 제일 재미있었어요. 친구들이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도 못 찾을 때, 얼마나 신이 난다고요.


그런데 어느 날, 놀이터가 지루해졌어요. 무엇을 하면 더 재미있을까요? 친구들은 놀이터에 나오지 않을 때 어떻게 지낼까요? 뭔가 특별한 것을 하는 것 같은데. 타요는 며칠 동안 끙끙 고민하다가 뽀로로 박사님을 떠올렸어요! 아기들의 울음도 순식간에 뚝! 그치도록 해주는 뽀로로 박사님 아니겠어요? 뽀 박사님은 재미있는 것을 많이 알고 있을 거예요. 틀림없이 말이에요.





"박사님 안녕하세요."

"안녕 타요? 무슨 일로 나를 찾아왔니? 잘 지내지?"

"놀이터에서 노는 것이 지루해졌어요. 친구들은 뭔가 재미있는 것을 하는 것 같은데 저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러니 어떻게 좋을 수가 있겠어요!"

"흠 그래? 친구들과 한번 이야기를 나눠보지 그러니?"

"싫어요 박사님. 저도 뭔가 재미있는 것을 가지고 싶어요."

"타요. 재미란 타요 마음속에서 꺼내야지."

"그게 무슨 말이에요 박사님. 재미있는 장난감 같은 건 없을까요? 함께 놀면 시간이 금방 지나가는, 그런 장난감을 갖고 싶어요."

"흠.. 너에게 이것을 주고 싶지는 않은데.. 시간이 순식간에 흐르긴 하지."

"궁금해요! 주세요! 주세요!"

"내가 주지 않는다고 해서 타요가 못 구할 것은 아니니. 그래 한번 가져가 보거라."

"이게 뭐예요?"

"신기한 망원경인데, 이름은 여러 가지인 것 같아. 코코아라고도 하고 인별이라고도 하고. 많은 것이 보인다고들 하지."

"감사해요 박사님!"





타요는 신이 났어요. 뽀 박사님이 주신 새로운 장난감을 이리저리 살펴보았지요. 많은 것이 보이는 신기한 망원경이라고? 어떤 것을 보여줄까? 타요는 친구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어요. 응? 망원경이 타요의 마음을 읽었나 봐요. 친구들의 하루가 타요의 눈앞에 펼쳐졌어요. 어! 가니는 비행기를 탔어요. 멀리 놀러 가나 봐요. 좋겠다 가니. 타요는 갑자기 비행기타고 싶어요. 로기는 뭘 하고 있을까? 로기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사서 먹고 있네요! 좋겠다 로기. 타요는 로기처럼 유명한 음식점에 가서 맛있는 것을 먹고 싶어요. 어머나, 라니는 무지개 동물원에 갔나 봐요. 무지개 동물원에서 북극곰과 함께 사진도 찍었어요. 라니가 사자도 만났을까요? 타요는 궁금했어요.





그런데 망원경은 친구가 아닌 다른 자동차들이 어떻게 지내는지도 보여줬어요. 저기! 중요한 일을 하는 인기 많은 자동차들이에요. 타요도 소방차나 구급차처럼 중요한 일을 하고 싶어요. 중요한 일을 하면 린이들에게 인기도 많이 얻잖아요. 버스는 너무 시시해요. 저 멀리 보이는 친구들은 정말 멋져요. 할아버지 때부터 튼튼하고 품질 좋은 나무로 된 옷만 입었대요. 대단하다. 타요는 저렇게 특이하고 멋진 옷도 입어보고 싶어요.  





역시 뽀 박사님 말씀이 맞았어요. 망원경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시 가는 줄도 모르겠어요. 엄마가 밥 먹으러 오라고 벌써 다섯 번이나 말했는지도 몰랐지 뭐예요. 이건 재미있는 장난감인 것이 분명해요. 재미있는 것 같아요. 재미있는데...


타요는 밥을 먹고 싶지 않아요. 로기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데 타요는 집에서 어제도, 그제도 먹었던 밥을 똑같이 먹고 있잖아요? 심술이 났어요. 멋진 곳에 놀러 가고 싶어요. 가니처럼 말이에요. 가니처럼 멀리 가지 않더라도 라니처럼 무지개 동물원라도 가면 좋겠어요. 타요만 혼자 집에 있는 것 같아요. 망원경으로 본 친구들은 왠지 더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것 같아요. 평소에는 잘 만나지 못했던 다른 자동차들도 가까이에서 보니 마음이 이상해요. 싱숭생숭.



"타요, 무슨 일 있니?"

엄마가 물었어요. 그런데 말하고 싶지 않았어요. 아니,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어요.

'내일 뽀 박사님께 다시 가 봐야겠어.' 타요는 중얼거렸어요.

 


"망원경과 함께 놀아보니, 어때 타요? 재미있?"

"재미있어요. 재미있는 게 분명해요. 그런데 제 기분은 별로예요."

"내가 걱정했던 대로구나."

"친구들처럼 맛있는 것을 먹고 신나는 곳에 가고 싶어요. 중요한 일을 하는 인기 많은 친구들을 보니 제가 자꾸만 초라해 보여요. 참, 저도 멋진 옷을 입어보고 싶어요. 그런데 지금 제 모습은... 마음에 들지 않아요. 어떻게 좋을 수가 있겠어요!"

"그럼 너는 어떻게 하고 싶니?"

"모르겠어요 박사님."

"그 망원경을 내게 다시 주겠니?"



타요는 고민했어요. 망원경을 돌려드리면 기분이 좋아질까요? 망원경이 없었던 때가 더 좋은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타요는 망원경이 재미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망원경은 꽤 도움이 되기도 했어요. 맛있는 음식을 파는 식당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줬거든요. 재미난 노래를 가르쳐주는 선생님도 만나게 해 주었어요.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만나지 않아도 이야기할 수 있었고요.





타요는 궁금했어요.

"박사님. 망원경을 잘 가지고 놀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뽀 박사님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타요에게 세 개의 공을 주었어요. 그 공 속에는 요정이 살고 있다나요? 타요가 망원경과 함께 놀 때 요정들이 타요를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어요.





"타요. 초록공은 시간의 요정이란다.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지는 시간은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일지도 모르지. 타요가 망원경과 놀이를 시작할 때 얼마 동안 할지 시간의 요정에게 말하고 약속을 지킬 수 있겠니?"

"네! 박사님. 노력할게요."



"대답도 잘하는 우리 타요. 참 멋지구나. 자, 노란공은 공간의 요정이란다. 공간의 요정은 타요의 몸이 있는 곳에서 함께할 거야. 망원경이 보여주는 세상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타요의 몸이 있는 진짜 세상이란다. 공간의 요정을 잊지 않도록 하렴. 타요가 있는 곳에서 해야 할 일, 만나야 하는 친구를 알려줄 거야."

"흠.. 박사님, 조금 어렵긴 하지만 무슨 말씀이신지 알 것 같기도 해요. 잘 생각해 볼게요."



"그래 좋아. 마지막으로 보라공은 바로 타요 너란다."

"네?"

"너는 보랏빛처럼 특별하지. 너와 똑같은 아이는 세상에 없어. 타요 스스로 너 자신을 듬뿍 사랑해주렴. 이 보라공은 타요가 소중한 아이라고 이야기해줄 거야."

"고마워요 박사님. 이 세 가지 공을 볼 때마다 박사님께서 말씀해주신 것을 잊지 않도록 할게요. 그럼 망원경과 계속 놀아도 될까요?"

"물론이지. 망원경뿐이겠니. 이제 기분이 좋아졌니?"

"네! 어떻게 좋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박사님 덕분이에요."

  




집으로 돌아온 타요는 요정들이 살고 있는 세 개의 공을 망원경 옆 잘 보이는 곳에 두었어요. 그리고 뽀 박사님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했지요. 망원경 놀이를 하고 싶을 때에는 초록공을 먼저 보았어요. 시간의 요정에게 말하기 위해서였어요. '오늘은 망원경과 30분만 놀 거야. 시간의 요정아 도와줘.'라고 말이에요. 망원경과 함께할 때면 언제나 시간이 빨리 흘러서 아쉬웠어요. 그래도 시간의 요정과의 약속은 꼭 지켰답니다.


노란공에 있는 공간의 요정은 타요가 망원경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마다 타요를 붙잡아주었어요. 마치 '타요, 지금 너의 네 발이 어디에 있니?'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망원경 놀이가 끝난 후에도 타요는 망원경에서 본 세상에 푹 빠져있을 때가 많았거든요. 하지만 노란공 덕분에 타요는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잊지 않고 버스 운행을 할 수 있었어요. 엄마와 마주 보며 오늘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잊지 않았지요.


그리고 보라공 말이에요. 타요는 보라공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았어요. '타요 너는 보랏빛처럼 특별하고 소중한 아이야. 세상에 단 하나뿐이란다.'라고 말해주었거든요. 망원경 놀이를 하는데 왜 나를 사랑하는 것이 중요할까요? 타요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어쨌든 보라공 덕분에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망원경 놀이를 해도 이제 더 이상 스스로가 초라해 보이지 않아요. 나는 소중하고, 내가 살아가는 평범한 오늘도 내게는 소중하니까요.   





그리고 타요는 망원경 속 세상을 구경하는 것 말고도 신나는 일이 많다는 것을 다시 알게 되었어요. 친구들과도 더욱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지요. 타요처럼 소중한 친구들과 함께 만드는 하루는 얼마나 멋지다고요.


그 후로도 타요는 뽀 박사님이 주신 세 개의 공과 매일 이야기를 나누었을까요? 글쎄요. 아마도 타요만 알고 있겠지만, 타요는 언제나 반짝이는 미소를 가지고 있었답니다. 끝.



제작   우리집자동차친구들
기획   17층프로덕션
연출   1호기와2호기
극본   작은별
협찬   타요가니라니로기 / 뽀로로님 / 레고와 에듀볼과 기타 장난감들 / 아빠의아주오래된나무자동차친구들 / 그로미미빨대컵과스티커  






다 써놓고 보니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만.. 2호기 점심도 준비해야 하고..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안 자는, 그래서 등원하자마자 돌아서면 하원하는 1호기도 모셔와야 하고 해서 이만 황급히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사진도 넣고 보니 하필 매트의 줄이 선명한 곳에서 찍었다 싶습니다만 다시 찍을 수가 없습니다. 저 자동차들이 어디로 갔는지 찾으려면 또 한참 걸리거든요. 바둥거리는 2호기를 다리로 붙잡고 겨우 찍었답니다.


소중한 시간을 내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미리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부족한 제게 기회를 주신 보글보글 작가님들, 고맙습니다.


모두 따뜻하고 건강한 겨울 보내세요.

작은별 드립니다.






* 메거진의 이전 글, 송유정 작가님의 글입니다.

https://brunch.co.kr/@yjjy0304/642



5명의 고정 작가와 객원 작가의 참여로 보석 같고 보배로운 글을 써 내려갈 '보글보글'은 함께 쓰는 매거진입니다.

다양한 글을 각각의 색으로 소개합니다. 주제는 그림책을 매개로 하여 선정됩니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매일 한 편씩 소개됩니다.

참여를 원하시는 작가님들은 매주 일요일 주제가 나간 이후, 댓글로 [제안] 해 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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