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의 지난 시간을 신혼일기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더 잊기 전에 몽글몽글했던 시절을 남겨두고 싶어서입니다. 브런치 작가 신청 때 진지하게 목차를 고민했었지요. 이제 두 개정도 남았답니다.
저의 일상을 기록하는 육아일기를 읽으셨던 분들 중에서는, 제가 'The Bankers'라는 소설 쓰기에 욕심이 있다는 것을 아실 수도 있습니다. 꼬미의 어린이집 원장 선생님과 대화를 하다가 문득, 한번 써볼까? 싶은 생각이 들었었지요. 신혼일기가 끝을 향해 달려가니 그 욕심이 점점 커져갑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요즘 남편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재택'하지만 새벽 두세 시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있기 일쑤입니다. 회의는 또 얼마나 많은지요. 하루에도 여러 번 회의 소리가 휴대폰 너머로 흘러나옵니다. 이어폰을 끼고 있던 그는 귀가 피곤해서인지 종종 스피커폰으로 바꿉니다. 아이들 웃는 소리, 우는 소리에 알 수 없는 영어까지 빽빽대니.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방 문 좀 닫으라고!!!' 저는 소리칩니다.
그래 놓고서는 남편의 일상을 취재하러 갑니다. 노트와 볼펜을 들고 진지하게요. 남편의 직장 동료들에 대해서도 캐묻고, 조금 전의 그 회의는 도대체 무엇이었는지도 물어봅니다. 그는 대부분 친절하게 설명해 주지만 가끔 짜증도 냅니다. 그럴 때는 일단 후퇴합니다.
오늘은 '그래서 투자자 미팅에서는 무슨 이야기를 해? 예상수익률 같은 것을 알려주나?' 리고 물어봤습니다. '발행하면 다 팔려? 남은 건 어쩌지?' 등등요. 남편은 '채권은 이자율이 정해져 있잖아.' 합니다. '흠... 이자율.. 이자율.. 정해져 있나? 그렇지.' 아. 학부 때 나름 정치학과 경제학을 전공했었습니다. 저도 '경제수학' '화폐금융론' 이런 과목들을 분명히 들었습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바뀌는데 10년보다도 훨씬 지나서인지, 아니면 제가 그쪽으로 재능이 없었던 탓인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남편은 경제학을 배웠다면서도 이런 기초적인 것을 물어보고 있다며, '그 소설 그냥 접어라.' 합니다.
저의 브런치 글 초안은 종종 남편이 검토해줍니다. 그는 어려운 독자입니다. '재미없어.' '식상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어.' 그의 말에 발행 직전 취소를 누르고 [작가의 서랍]으로 다시 집어넣은 글들도 꽤 있습니다. 그래도 저에게는 얼마나 소중한 독자인지 모릅니다.
접으라고는 하는데, 주인공으로 해 주겠다고 하니 '포르쉐 911 타는 싸가지 없는 재벌처럼 써줘.'라고 합니다. 진심은 아닌가 봅니다. (물론 그렇게 등장하지는 않을 예정입니다. 푸하하.) 그래도 아내가 하고 싶다고 하는 일은 적극 지원해주는, 알고 보면 꽤 괜찮은 남자이기도 합니다. (지금도 제가 글 쓰느라 밥 안 해준다고 궁시렁거리지만 스스로 라면 물을 올리고 있습니다.) '돈도 안 되는 거 뭘 그렇게 열심히 고민하냐!'라고 타박하기도 하지만 '재밌어서 하는 거 제대로 좀 해봐!'라며 응원도 해줍니다.
네. 그래서 저는 2월부터는 주 2회! 소설 연재를 해 보려고 합니다.
미리 이렇게 글을 남기는 이유는 제 자신과 약속을 하기 위함이랍니다. 여러모로 어렵고 귀찮다며 제가 접어버릴까 봐 걱정이 되기 때문에서요.
저의 어린 시절 친구는 제 계획을 듣더니 '넷플릭스 가즈아!'라고 외쳐줍니다. ㅋㅋ
제 목표는, 열 명의 꾸준한 독자 만들기, 그들에게 '진심으로 재미있다.'는 말을 듣기랍니다.
눈이 살짝 쌓인 겨울날 아침입니다.
마음 따듯하고 몸 건강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