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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Jan 19. 2022

어떻게 좋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 2가지 문장을 읽고 이야기를 완성하라!]
"어떻게 좋을 수가 있겠어요!"
and
"어떻게 좋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캄캄한 새벽

잠을 깨운 것은 방안을 가득 채운 시계 초침 소리였을까요?

건넌방에서 들려오는 할아버지 코 고는 소리 때문이었을까요?


할아버지, 삼촌, 고모에 엄마, 아빠, 동생, 저까지 모여 사는 작은집이었어요.

고요한 한밤중에 혼자 뚜벅뚜벅 거실로 나갔죠.

겁도 없이 한 발짝씩 떼다가

앞도 안 보이는데 무작정 돌아다니다가

그만

아이의 무게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썩은 마루 바닥과 함께 지하로 떨어졌습니다.


손을 뻗어도 마룻바닥이 닿지 않을 만큼

지하는 깊었어요.

발이 잠긴 물은 차가웠고 주위를 둘러보아도

온통 암흑뿐이었습니다.

엄마를 불러야 하는데, 아빠를 불러야 하는데,

나를 가장 예뻐하는 할아버지를 불러야 하는데...

너무 무서우면 목소리도 나오지 않는다는 걸

그때 알았습니다.


얼마를 그렇게 있었을까요.

빈 이부자리를 확인한 엄마가 뛰어오고,

거실 불이 켜지고,

가족들이 우물 같은 구멍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어요.

너도나도 손을 뻗어 저를 건져 올렸죠.


어제 일도 가물가물한데

유치원 입학 전의 일이 이렇게 생생히 기억납니다.


뒤척이던 어느 밤

방안을 가득 채운 시계 초침 소리에 그날의 기억이 소환되었습니다.

엄마 얼굴, 아빠 얼굴, 할아버지 얼굴이 나타났습니다.

이번에도 나를 건져줄까, 이 캄캄한 지하실에 갇힌 나를.


그때 따뜻한 손 하나가 제 어깨를 토닥여줍니다.

얼굴도 한번 어루만져 주네요.

쓰담쓰담, 토닥토닥.

어떻게 좋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어떻게 좋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매거진의 이전 글, 최형식 작가님의 글입니다.



5명의 고정 작가와 객원 작가의 참여로 보석 같고 보배로운 글을 써 내려갈 '보글보글'은 함께 쓰는 매거진입니다.

다양한 글을 각각의 색으로 소개합니다.
주제는 그림책을 매개로 하여 선정됩니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매일 한 편씩 소개됩니다.

참여를 원하시는 작가님들은 매주 일요일 주제가 나간 이후, 댓글로 [제안]해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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