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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별 Dec 04. 2021

01. 지난 줄거리

previously  on desperate  baby diaries

둘째의 첫 번째 생일날 밤

잠든 아이들 방 문을 닫고 살금살금 나와 컴퓨터 앞에 앉았다.

오늘은 '브런치'라는 곳에 기필코 작가 신청을 하고 말 테다.


다음날도 나는 고작 4살과 2살인,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들에게 결국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일찍 퇴근한 남편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옆에서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나 육아 번아웃인 거 같아! 엄마 노릇 못 해 먹겠다 진짜!'

'작가가 되었다는데? 돈 주는 거야?'


세상에, 작가가 되다니!

육아에 심신이 지치고 자존감마저 바닥나버린 나를 보며

'육아맘 자존감 회복 프로젝트'의 첫 번째 도전과제로 실행했던 브런치 작가!

어떤 글을 쓰고 싶냐는 물음에 일단은 여행 이야기, 그리고 육아일기를 쓰겠다고 약속했었다.

뒤늦게 기록하는 홍콩에서의 '신혼일기'도 아직 진행 중이지만, 브런치와의 약속대로 '육아일기'도 함께 출발.


과연 영유아 둘을 전담하며 글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걱정도 가득하다.

해보자 한번!



Previously on Desperate Baby Diaries

(위기의 주부들 패러디)


주요 등장인물

꼬미: 첫째 담당. 2018년 6월 생 여아. 두 돌이 되기 전까지 비행기를 스무 번쯤 타본 행운아(?). 세 살 때까지는 부모와 양가 조부모님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행복한 성장기를 보냄. 갑작스럽게 등장한 동생의 존재 + 격변의 네 살 맞이로 인생 최대의 시련을 겪으며 올 한 해를 겨우 마무리하는 중. 2022년 5살 기념 유치원 등원 예정

또미: 둘째 및 막내(반드시!) 담당. 2020년 11월 생 남아. 엄마와 신체의 일부라도 붙어 있어야 낮잠이든 밤잠이든 잘 수 있고 놀 때도 엄마가 본인의 시야에 들어와야 함. 구강기는 도대체 언제 끝나는 건지. '또미야 너는 염소가 아니야!' 아무리 외쳐도 누나 색종이, 책, 스케치북 등 종이류는 모두 물어뜯음. 플라스틱 장난감도 당연히 입으로. 아직 걷지는 못하지만 기동력이 증가하여 엄마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중. 오늘은 누나의 2층 침대에서도 떨어졌다 - 다행히 이불과 베개 위로. 참, 아기 중에서도 많이 우는 편.

남편: 남친이에서 남편이가 되더니 아빠가 되었다! 신혼일기 때 까지는 유일한 아군이라 굳게 믿음. 아이를 낳고 보니 적군이었다가 남의 편이었다가 요즘 피아식별이 잘 안 되는 중. 다혈질이고 감정의 기복이 심한 나에 비해 감정상태가 비교적 평온한 편이라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는데, 알고 보면 '생각 자체가' 별로 없는 것 같기도. 다행히 아직까지는 내 눈에 셋 중 가장 귀엽다는 함정.


지난 핵심 줄거리

꼬미의 말에 따르면 '반짝반짝 빛나는 작고 예쁜 별'에서 꼬미와 또미가 천사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고 있었는데, 지구별에 있는 엄마 아빠가 심심해 보여서 엄마 품속으로 쏙 들어오기로 했단다. 꼬미가 혼자 오려다가 생각해보니 또미를 데려가는 편이 나을 것 같아서 또미도 같이 가자고 했다고. 꼬미가 먼저 가서 지구별이 어떤 곳인지 알아보고 난 다음에 또미를 부르기로 했다고 한다. 문제는, 아직 또미가 올 때가 아니었는데 성격 급한 또미가 '나 올래!' 하고 내려왔다는. (꼬미가 아직 'ㄹ' 발음이 안 되는 중이라 실제로 그녀의 목소리로 -나 올래-를 들으면 정말 웃긴다.)

또미는 인생 초반에 고생을 좀 했다.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엄마가 누나 따라다니느라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결국 또미가 일찍 나왔다. 그리고 여차 저차 한 사정으로 태어난 지 48시간이 안 되어 구급차를 타고 신생아 중환자실에 다녀와야 했다. 문제는 그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환자 수가 처음으로 네 자리를 기록한 시기여서 또미가 나올 때도, 대학병원에 갈 때도 기타 등등 어려움이 많았다. 하루에 스무 번씩 토하던 시절도 꽤 오래 겪었고, 첫 번째 생일이 되기 전까지 중이염도 세 차례나 앓고, 누나의 공습으로 고달픈 일도 많았지만, 다행히 씩씩하게 잘 자라 장난꾸러기 대표선수가 되었다. 2022년엔 아파트 단지 내 가정 어린이집에 하루 두 시간이라도 꼭 보내고 싶은데! 영유아가 많은 동네라 가능할지 아직 알 수가 없다. 현재는 '엄마'와 '까까까까' '꼬꼬꼬꼬' 등의 소리만 낼 수 있다.

둘째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던 날 남편의 동공은 심하게 흔들렸다. 그럴 리 없다며 다시 검사해보자는 말만 반복하더니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데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둘째가 조산아로 태어나고 병원 갈 일이 많아지자, 아이들을 키우는 데 지금은 홍콩으로 들어가서는 안 되겠다고 (혼자) 결론을 내리고는 필사적으로 서울 이직을 알아보았다. 역시 의지의 남자♥ 성공적으로 해 내었다. 요즘은 광화문으로 출퇴근을 하는데 - 퇴근을 하긴 하는 거니? - 서울에 있는 건 좋지만 나에게 독박 육아를 선물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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