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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L POSTINO Jul 31. 2020

사회학도의 국어국문학과
복전 도전기

나의 지원동기


사실 변변한 자소서 하나 써 본 경험이 없던지라, 좋은 자소서는 못 될 것입니다. 또한 백번 양보해 좋은 글인지도 의문스러운 글입니다. 하지만 서툰 첫걸음의 지점을 뒤돌아볼 수 있도록 남겨두는 것이 흐뭇함으로 돌아오리라는 것을 믿기에 글을 올려둡니다. 자기표현의 욕망 실현이 글쓰기의 가장 기본적인 목표라는 말이 큰 힘이 되는 순간입니다.



저는 현재 사회과학대학의 사회학과에 속해 있습니다. 사회학은 근대의 시작과 함께 탄생한 학문입니다. 현대성 혹은 근대성으로 번역되는 모더니티[Modernity] 정신은 개인을 세계의 주인으로 만들었고, 자유라는 꿈을 심어주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근대는 많은 모순을 또한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회학은 그런 모순에 반응하여 만들어진, “근대화의 자기 기술이자 자기비판(김덕영, 『사회의 사회학』)”이었습니다. 그러나 근대의 모순에 반응하여 만들어진 학문은 비단 사회학만이 아니었습니다. 근대 문학으로서의 문학 또한 그러한 맥락에서 탄생한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근대성의 세계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겪고 있는 많은 문제점들도 근대의 모순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모순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이 문제에 맞서 싸우는 지식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사회학과에 진학했지만 대학 진학 전부터 꾸준히 문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두 학문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해왔습니다. 대학에 진학해서도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한 가지 확실해진 점은 제가 문학을 읽고, 생각하고, 그에 대해 글을 쓸 때가 사회학을 공부할 때보다 좀 더 행복감을 느꼈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 정도로 국어국문학과 복전을 결정했다면 그것은 너무 성급한 판단이었을 것입니다. 저는 저 자신의 만족감 뿐 아니라 저의 환경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습니다. 제가 원하든 원치 않았든 저는 대한민국이라는 환경에서 태어났습니다. 이것은 제가 한국어를 모국어로 받아들인다는 것, 즉 한국어로 말하고 한국어로 생각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언어는 우리의 삶을 구성하고, 또 삶에 의해 구성됩니다. 그리고 문학은 그러한 삶의 언어를 사용하는 예술입니다. 이 점은 저에게 사회학과 문학의 중대한 차이점으로 여겨졌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사회학과 (근대) 문학은 근대성의 산물입니다. 이러한 근대성은 서구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서구의 근대성’이 그 탄생과 이래로 온 세계를 지배해 왔음은 주지의 사실일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자연스레 ‘서구의 근대성 = 근대성’의 방식으로 사고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근대성은 본질적으로 다중적 근대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대성은 온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보편성을 가진 것이지만, 그 근대성이 반드시 서구의 근대성이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즉, 한국 나름의 특수성과 근대성이라는 보편성이 맞닿은, 우리 ‘버전’의 근대성이 존재할 수 있고 어쩌면 이것은 ‘서구의 근대성’과 상호작용하며 역으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구성하고, 그 특수성에 의해 구성되는, 즉 특수성의 핵심은 두말할 것 없이 언어일 것입니다. 문학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삶의 언어를 사용합니다. 따라서 서구와는 다른 삶,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한국어문학은 서구와는 다른 독자적 근대성을 가지고 세계 문학 내에서 제 나름의 위상을 확립할 수도 있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와 같은 라틴 아메리카의 문학이 그러했듯이 말입니다.


故 황현산(「밤이 선생이다: 인문학의 어제와 오늘」) 선생님의 말씀처럼, 인문학에서의 고차원적 사고는 “제 나라 말로 강의하고 제 나라 말로 글을 쓰는 과정에서만 돌출될 수” 있으며, “어떤 언어로 표현된 생각은, 그 생각이 어떤 것이건, 그 언어의 질을 바꾸고, 마침내는 그 언어를 일상어로 사용하는 세상을” 바꿉니다. 문학은 바로 그 언어로 (김수영 시인의 말처럼) “절대적 완전”을 꿈꾸는 일입니다. 이것이 문학과 제가 전공하고 있는 사회학의 차이이며, 제가 국어국문학과를 복수전공하고자 하는 까닭입니다. 그리고 이를 기점으로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에 진학하여 한국의 현대 문학이 세계 문학 내에서의 분명한 입지를 마련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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