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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기 Apr 30. 2016

나의 진로

갈팡      질팡

내가 결정한 나의 꿈, 나의 진로는 작가, 기자, 그리고 역사학자이다. 이 세가지 중에 하나의 직업을 나의 직업으로 삼고 싶다. 하지만 이 꿈들도 지금은 보류 중이다. 왜냐하면 경제적 이유 때문이다.

 우리 집은 잘 사는 집이 아니다. 그렇다고 엄청 못 사는 집도 아니지만, 내가 대학원 사학과 박사 과정을 마칠 때까지 지원을 해줄 수 있는 형편은 못 된다. 그래서 역사학자를 보류중이다. 기자는, 되기도 무척 어렵다고 알고 있고 된다 하더라도 가정을 꾸린 후에 가정보단 일에 더 시간이 많이 뺏길 것 같아서 보류중이다. 작가는 말할 것도 없이 내가 천재가 아니므로 돈을 벌 방법이 거의 전무하고, 그래서 이것 역시 보류중이다.

 그러면 나는 무엇을 하고 먹고 살아야 할까?위의 세가지 꿈 말고 내가 관심있거나 좋아하거나 잘하는 분야는 뭘까? 모른다. 아무도. 심지어는 나도 모른다. 그래서 고민이 많다. 오늘 이 고민을 어머니께 말씀 드렸다. 그랬더니 돌아오는 말.

 "시험 기간인데, 그런 고민 할 시간에 공부나 해야지. 안 그러니?"

 그렇지만 더 물고 늘어졌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대략 2년 전,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내 꿈은 역사학자였다. 그 꿈은 내가 12살 때부터 이어져 왔었고 앞으로도 바꿀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그 해 어느 날의 저녁 식사에서 어머니는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얘야. 네가 역사학자가 되고 싶은 건 잘 알겠어. 그런데 그 일을 하려면 대학원 과정을 마쳐야 할테고 그려려면 돈이 많이 들거야. 엄마 아빠는 그럴 형편이 못된단다. 그리고 또, 엄마 주변에 학문을 한다는 사람들 가정을 보면 항상 불행하더라. 그 아내와 아이들이 말이야. 그러니까, 역사학자를 할거면 그렇게 될 걸 알고 하렴. 그게 싫으면 다른 길을 찾아 봐야 해."

 나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때까지 나에게 하고 싶은 걸 하고 살라며 꿈을 지지해 주셨던 부모님의 입에서 꿈을 포기하라는 말이 나왔었다. 그리고 경제적으로 궁핍해 질거라는 말도 충격이었다. 아, 내가 역사학자가 되면 내 가족이 불행해 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학예사(큐레이터)라는 직업을 찾아보았다.

 '박물관에서 일하는 거니까 괜찮겠지.'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어머니는 이 직업도 돈 벌기 힘든 직업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럼 난 뭘해야 하나. 턱 막혔다. 나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진로가 뚜렷한 걸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었는데. 이제는 아니었다. 내 진로에 대한 생각은 현실적이고 경제적인 이유로 막히고 말았다. 나는 내 가족은 물론 나까지 경제적으로 불행해 지는 일을 감당할 용기가 없다. 물론 나는 역사 연구를 하며 즐거움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가족은? 내게 가족은 나보다 더 중요한 존재다. 나에게 사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고, 사람 중에서도 가족들보다 중요한 사람은 없다. 그런데 나 때문에 가족이 불행해 진다.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고등학교에 올라오고 나서 기자라는 직업에도 관심이 생겼다. 그리고 작가도. 하지만 작가는 역사학자와 경제적 궁핍이 별반 다를 게 없어보였고, 기자는 앞서 말했듯이 가족에 소홀해 질까봐 보류중이다. 나는 뭘 하고 먹고 살아야 할까. 나는 뭘 해야 할까. 내가 하고 싶은 건 분명한데. 내가 할 수 있는 건 분명하지 않다. 나는 과학 쪽이나 수학 쪽으로는 재능이 있거나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니다. 이과 쪽 직업엔 관심도 없다. 나는 정말 뭘 해야 하는 것인가.

 오늘 어머니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넌 결국 네가 하고 싶은 걸 하게 될 거라고. 사람은 원래 그런 거라고. 하지만 네 선택의 책임은 네가 져야 한다고. 역사학자가 되면 경제적 궁핍은 심각할 거라고. 내 직업을 향한 길은 더더욱 갈림길이 될 뿐이었다.

 표지판 하나, 차선 하나, 지나가는 차 한 대 없다. 아무것도 없는 갈림길. 어디로 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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