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작은 숲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기 May 07. 2016

소꿉장난

그 땐 마냥 웃었다

학교 가는 길의 아파트 단지. 시험 보는 날 아침이었다. 그러나 등교 시간이 늦춰졌었기에 느긋하게 걸어가고 있던 나는 저 광경을 목격했다. 처음 봤을 때는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얼마 안 있어서 이 것들이 무엇인지 알아챘다. 아이들의 소꿉장난 도구(?)였던 것이다. 그걸 알게 된 이유는,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 저렇게 돌과 나뭇가지, 꽃을 가지고 소꿉장난을 했었기 때문이다. 그때의 나 역시 풀과 꽃을 꺾은 뒤 돌 쪼가리들을 이용해서 찧고 빻고 별의별 짓을 다했었다. 그래서 이 광경을 보면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여기 사는 애들도 이렇게 노는구나. 요즘 애들도 이렇게 노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저렇게 놀 정도로 어렸을 때는 정말, 아무런 생각 없이 마냥 즐겁게 놀뿐이었는데. 친구들과도 마냥 즐겁게 놀면서 웃을 뿐이었는데. 아무리 많이 싸워도 금방 화해하고, 또 용서하고 용서받으며 지냈었는데.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소꿉장난을 하며 놀았던 우리 또래들은, 그 친구들과는 이제 더 이상 만나지 않지만, 마냥 즐겁게 놀 수도 없고 웃을 수도 없고 금방 화해할 수도 없으며 쉽게 용서를 주고받을 수도 없다. 인간관계라는 게 그렇게 되어버렸다. 마냥 즐겁거나 마냥 행복할 수는 없는 그런 것이 되었다. 친구들과 노는 것도 마찬가지. 물론 개개인 간의 차이라는 게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이렇지 않을까 싶다. 소꿉장난이 끝나가면서 사람 사이의 관계도 달라졌다. 장난만 치는 애들을 좋아하는 애들은 없었다. 마찬가지로 진지하기만 한 애들을 좋아하는 애들도 없었다. 뭔가 더 복잡해졌달까.

 그래서 힘이 들 때는 어릴 때가 그리웠다. 그러나 요즘은 어릴 때가 그립지 않다. 물론 고등학생이 되면서 학업량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났고 방과 후 생활 같은 건 있지도 않지만, 힘들진 않다. 왜 힘들지 않을까 생각을 해보았는데, 좋은 친구들, 좋은 책들, 그리고 글쓰기가 그 이유인 것 같다. 

 이제 더 이상은 힘들 때 어린 시절이 그리워지지 않는다. 내가 의지할 수 있는 다른 것들이 생겼으니까. 이제는 어린 시절을 그저 좋은 추억으로만 느낀다. 힘들 때 의지하는 그런 것이 아니라.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진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