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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기 May 15. 2016

책 한 권을 읽으면서

로맹 가리의 '새벽의 약속'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로맹 가리. 나는 정말 그의 글이 좋다. 그의 글은 언제나 절망, 음울함, 해학, 유머, 희망과 같은 상반된 것들로 가득 차있다. 그러면서 문장 하나 하나, 단어 하나 하나가 읽는 이의 마음을 움직인다. 콕 집어서 한 문장이 좋다고 말할 수 없는. 그런 문장들이다.

 이런 그의 글을 처음 읽은 때는 아마 중학교 2학년 때였던 것 같다. 어느 한가로운 오후 거실 바닥에 놓여 있던 한 권의 책을 집어 읽은 것이 그 시작이었다. 그 책의 이름은 '자기 앞의 생'이었다.  처음엔 그저 제목과 책 뒤 쪽의 서평을 보고 괜찮은 책이다 싶었다. 한 글자 한 글자, 한 문장 한 문장 읽어내려갈 때마다 책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3시간 후 책을 다 읽었을 때, 이전엔 느끼지 못했던 어떤 감정이 몰려왔다. 감동. 애틋함. 씁쓸함. 슬픔. 희망. 이 모든 것들이 뒤섞인 듯한 그런 감정. 이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마치 둑을 무너뜨리고 몰아치는 장마철 강물처럼 나를 덮쳤다. 그리고 그 때 알 수 있었다. 내가 이 작가를 아주 좋아하게 되리라는 걸.

 작가의 이름 '에밀 아자르'가 실은 가명이고 그의 본명은 '로맹 가리'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는 이해할 수 없었다. 왜 그가 가명을 써가면서 소설을 썼는지를. 그의 다른 책들, '유럽의 교육',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하늘의 뿌리'를 읽은 후에도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요즘 읽고 있는 그의 자전적 소설 '새벽의 약속'이 그 이유를 어렴풋하게나마 알려주고 있다. 그 어렴풋함을 완전히 걷어내기 위해서는 책을 끝까지 읽어야 할 것이다.

 다 읽지도 않고 이 글을 썼다. 그의 글을 읽으며 내가 느낀 감정, 생각들을 적어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의 글에서 얻은 영감으로 첫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문체가 그의 것을 닮아가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 물론 내 필력은 그에 비하면 새발의 피 수준이다. 그저 문체만 비슷해지는 것 같다는 거다. 애초에 20년 넘게 글을 써온 그의 글과 글을 쓴지 이제 갓 6개월 된 사춘기 소년의 글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 거겠지만.

 본론으로 돌아가자. 로맹가리는 나의 문체 뿐 아니라 생에 대한 생각. 동물과 자연, 그리고 인간이 지켜야 할 가치들에 대한 생각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그래서 앞으로 내가 쓸 매거진 '책 한 권 차 한 잔'에서 가리의 책이 꽤 많이 등장할 것이다. '책 한 권 차 한 잔'은 제목이 곧 내용이다. 책 한 권을 읽으면서 음료 한 잔을 마시는 게 습관이 된 나이기 때문에 이런 제목을 짓게 되었다. 주로 마시는 건 우유와 코코아. 커피는 별로다. 그렇다고 제목을 '책 한 권 우유 한잔' 혹은 '책 한 권 코코아 한 잔'으로 하기엔 너무 애매했다. 둘 모두를 포함하는 것이 뭘까 생각하다 나온 게 '차'다. 뒤에 붙은 차 한 잔은 그냥 붙인 걸로... 하고 싶지만 가끔은 우유나 코코아가 아닌 다른 차도 마실 거고 그럴 때는 차도 따로 소개를 할 예정이다.

 '새벽의 약속'은 다 읽고 나서 제대로 다룰 것이다. 아마 코코아 한 잔과 함께.


끙... 그냥 다 읽고 쓸 걸 그랬네요. 다음 글은 '새벽의 약속'의 독후감이 될 겁니다. 아마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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