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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곤경에 처한 경험

by 기기

지난번 낙담에 처한 경험에서 이어지는 듯한 느낌의 주제다. 저번과 마찬가지로 곤경의 뜻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싶었다. 곤경의 뜻은 '어려운 형편이나 처지'였다. 낙담과 마찬가지로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번 글에서도 저번과 마찬가지로 내가 곤경에 처한 경험에 대해 다룰 것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곤경에 처한 적이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것들이 있는 법이다.


이 주제를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른 건 2007년 여름의 일이다. 그때 나와 우리 형은 래프팅 체험을 하러 갔었다. 우리는 래프팅을 하기 위해 구명조끼를 입고-상당히 불편했지만-안전 교육을 받은 뒤 보트에 올라탔다. 우리가 탄 보트는 유유히 강 위를 흘러갔다. 나는 어렸기 때문에 노를 젓지 않아도 되었다. 편안히 앉아서 래프팅을 하다가 수심과 물살이 모두 얕은 어떤 곳에 이르렀다. 나는 옳다구나 싶어 형과 같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계속 배 위에서 따가운 햇살을 받으니 더웠기 때문이다. 즐겁게 놀다가 다시 보트로 올라가려 했을 때 갑자기 물살이 강해졌다. 어찌 된 영문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아마 보트 근처 쪽에서만 급류가 흘렀던 것 같다. 나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발로 땅을 짚을 수는 있었다. 그러나 물살은 아주 셌다. 물살에 밀려나지 않기 위해 온 몸에 힘을 주고 버텼다. 그리고 슬슬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이대로 휩쓸려가면 실종된다거나 그런 거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말 그대로 곤경에 처해 있었다. 그때 형이 내게 걸어왔다. 그때 느꼈던 안도감이란. 나는 형의 손을 잡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형도 나도 정말 힘들게 걸어갔다. 그러다 결국 보트가 있는 곳까지 갔고, 겨우겨우 보트 위에 올라갔다. 그때 느꼈던 안도감은 내 8년 평생 가장 컸던 것 같다.


위의 일 다음으로 떠오른 건 최근의 일이다. 나는 시험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초조해졌다. 공부도 공부였지만, 글을 쓰지 못하는 게 더 마음에 걸렸다. 그렇데 공부에 글에 여러 가지에 신경을 쓰다가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시험은, 당연히 망했다. 게다가 시험이 끝나고 몇 주 동안 아예 글을 쓰지 않았다. 스스로와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아니, 지키지 않았다. 왜 그랬는지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나태함 말고는 답이 없는 것 같다. 컴퓨터를 키면 그냥 게임을 했다. 글을 쓰려고 켰다가도 다시 게임을 했다. 이런 곤경 아닌 곤경에 처해 있었는데, 책 한 권을 읽었다. '글쓰기의 최전선'. 그 책이 내게 힘을 줬다. 다시 글을 써야 한다고 작가가 말하는 것 같았다. 내 이야기, 내 경험, 내 생각은 온전히 나만의 것이다. 나만 쓸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니 나는 써야 한다. 게을러지지 말자. 나태해지지 말자.


너무 오랜만에 52주 즉흥 글쓰기 훈련에 글을 올렸네요. 저에게 화가 나고 제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는 죄송하네요. 약속을 안 지켰습니다. 이제 시험이 끝났으니, 그동안 안 쓴 글 몰아서 쓴다는 심정으로 써야겠습니다.


제 글을 읽는데 소중한 시간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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