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생각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기 Dec 08. 2017

생각

2

  시험이 겨우 3일 남은 상태지만, 이렇게 글이나 쓰고 앉았다. 정말이지 아무 이유 없이 글이 쓰고 싶어졌다. 시든, 소설이든, 이런 뻘글이든 일기든 간에 뭐라도 쓰고 싶어졌다. 왜 항상 시험 기간만 되면 이렇게 창작욕이 샘솟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정말이지 신기하다.


  지금 이 글은 다만 내가 3주 전 즈음에 본 말라 비틀어진 주황색 나뭇잎을 본 것에 대한 기록으로 남기려 한다. 이런 건 소설이라고 하기도, 일기라고 하기도, 그렇다고 딱히 주제가 있는 것도 아니니 수필이라 부르기도 애매하다. 역시 그냥 기록이라 부르는 게 맞을 듯 하다.


  복도형 아파트였다, 그 잎사귀를 본 것은. 정확히 7층이었고,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었으며 나는 친구 집의 문 앞에서 망설이고 있었다. 이 곳이 정말 친구 집이 맞는 지. 그러다 고개를 돌려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반대편 높은 곳에서 주황색 나뭇잎이 선을 그리며 떨어지고 있었다. 아니, '떨어지고 있었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그것은 너무나 우아하고 섬세하게, 바람을 이끌 듯이 춤을 추고 있었다. 나는 홀린 듯 나뭇잎을 쳐다보았다.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는 그것은, 결국 몇 분 뒤면 바닥을 뒹굴다 누군가의 발에 밟히거나 불로 탈 게 뻔했다. 그걸 알면서도, 아니 어쩌면 그걸 알기에 나는 눈을 뗄 수 없었다. 결국 사라지고 말 것을 왜 그리 뻔히 쳐다 보았을까. 몇 가지의 추측을 내려볼 수는 있었으나 역시 정답을 찾지는 못했다. 무언가 소멸하는 것을 쳐다보며 희열을 느꼈기 때문이었던 건지, 폭죽처럼 반짝이지만 곧 사라져 버리는 그런 종류의 아름다움때문이었는지, 단순히 그 나뭇잎의 곡선이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는지 알지 못하겠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이 글을 썼는가? 이것 역시 잘 모르겠다. 내가 궁금해 하는 것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었을까? 정말이지 모르겠다. 그 나뭇잎은 내게 답할 수 없는 질문만 여러 개 던진 채 그렇게 사라졌다. 문을 열고 나온 친구가 날 불렀고, 고개를 돌렸을 때 잎사귀는 이미 어디론가 날아가 버리고 없었다.


  무엇이었을까? 내가 느낀 그 감정은. 그걸 누군가에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애초에, 나 스스로에게는 설명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도 답을 하지 못하겠다. 결국 의문만 잔뜩 쌓인 채로, 공부를 하러 가야 한다. 좀 찝찝한 감이 없잖아 있지만, 이젠 진짜 공부를 해야 한다. 그만 놀고.

매거진의 이전글 생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