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글을 쓴 지 거의 세 달이 되었다. 책을 제대로 읽지 않은지도 세 달이 된 거 같다. 내가 책을 멀리하게 된 것 같아서 조금은 불안하다. 분명 내 가슴을 사로잡았던 글들을 읽으면 아직도 마음이 움직이지만, 새로이 내 가슴을 사로잡는 책을 찾기가 힘들다. 편견이나 선입견을 버리고 책을 읽어야 하는데, 이미 내 가슴을 사로잡은 것들이 나를 놔주지 않는다. 아니지, 내가 놓지 못하는 것 같다.
게임, 소설, 노래, 연주. 종강 후 나의 하루를 채운 것들은 대충 이렇다. 가장 많은 시간을 채운 건 게임이지만, 가장 나를 즐겁게 해 준 건 아무래도 연주 같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즐거움도 있지만, 평소 즐겨 듣던 노래를 연주한다는 것 역시 즐겁다. 학교 동방이 아니면 연주를 할 수 없지만, 즐거운 건 즐거운 거다.
내 수첩의 시간은 2018년 6월에서 멈췄다. 점점이 기록하던 단상들도 거기서 멈췄다. 작가의 꿈을 버린 마당에 이제 그 수첩이 무슨 가치를 가지고 있겠냐마는, 그저 내 생각의 일부분이라도 거기에 담겨 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보관 중이다. 나 말고 그 더러운 글씨를 굳이 힘들여 읽는 사람도 없을 테니, 아마 누가 들여다보는 일도 없을 것이다. 장래희망은 정했는데, 이젠 내 꿈이 뭔지 확실치 않다. 살면서 한 번도 내 꿈이 희미했던 적은 없었는데. 내가 어떤 꿈을 꾸었었는지는 기억하지만, 이제 어떤 꿈을 꾸는지, 어떤 꿈을 꾸고 싶어 하는지를 모르겠다.
내가 꼭 꿈꾸는 법을 잊은 사람이 된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