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를 처음 읽었던 건 12살 때였다. 그게 왜 우리 집에 있었는지 생각해 봤는데, 어머니가 <내 이름은 김삼순>을 보고 모모에 관심이 생겨서 사 읽은 게 아닐까 싶다. 모모는 충격적으로 재밌었다. 로알드 달의 <마틸다>, 에리히 캐스트너의 <하늘을 나는 교실> 등을 비롯한 여러 재밌는 아동/청소년 소설을 읽었었지만, 모모만큼은 아니었다. 소설의 모든 부분이 정말 좋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모모가 친구들과 상상력을 이용해 노는 장면이었다. 나 역시 11살? 12살? 까지는 그런 식으로 논 적이 많았다. 혼자서 모험을 떠나는 기사가 되는 상상을 하거나, 친구들과 상상 속의 전투를 한 적도 있었으며, 형과 상상 속의 숲으로 모험을 떠나기도 했었다. 진짜 산으로 놀러 간 적도 있지만. 그래서 그 부분을 읽을 때 정말이지 무척 신이 났다. 내가 놀 때 느낀 그 즐거움을 책을 읽으며 다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 나에게 독서는 일종의 놀이로 다가왔으며, <모모>는 내게 정말 큰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장난감이었다.
그리고 다시 모모를 읽은 건 14살 때였다. 중학생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사춘기와 중2병이 생겼고 원래 관심이 없던 집 안의 수많은 책들을 이것저것 기웃거리면서 읽었다. 여러 가지 책들을 읽다가 문득 과거에 즐겁게 읽었던 모모가 다시 읽고 싶었었다. 그래서 다시 읽었는데, 분명 같은 책인데 그 느낌은 이전과 전혀 달랐다. 당시 나는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있었고, 몸에는 상처가 없었지만 마음속은 항상 아팠다. 그런 와중에 모모를 읽으니 즐거움 외의 다른 감정들이 내게 다가왔다.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가장 크게 다가온 감정은 안심이었다. 모모는 내가 받은 상처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알려주는 것 같았다. 그냥 혼자 그걸 다 떠안고 가려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 것 같았다. 실제로 책 속엔 여러 등장인물이 각자의 상처들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아주 잘 나타나 있다. 모모는 상처를 마주하고 악에 맞서 싸우고자 하고, 기기는 여타 어른들처럼 상처를 덮어두고 무시했으며, 베포는 모모를 만나 상처를 치유받는다. 아무튼 결과적으로 따돌림은 학년이 바뀌면서 멈췄고, 따돌림이 멈출 즈음에야 나의 상처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알게 됐다. 내가 좋아하는 걸 하면, 그리고 내 상처를 무시하지 않고 내 스스로를 위로해 줬더니 대충 상처가 잘 극복됐다. 그리고 좋아하는 것 중엔 독서가 있었고, 그 이후로 독서는 내게 단순한 놀이 이상의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그 뒤로 모모를 얼마나 자주 읽었는지는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도 대충 기억을 더듬어 보면, 그 해 이후로 거의 해마다 한 번씩은 모모를 읽었던 것 같다. 어린 왕자 같은 책처럼, 정말 좋아하는 책은 몇 개월 혹은 1년 정도의 주기로 계속 다시 읽었다. 그렇게 책을 읽을 때마다 저번에 느끼지 못했던 걸 새롭게 느낄 수 있었다. 그리스인 조르바, 동물 농장, 멋진 신세계, 죄와 벌, 자기 앞의 생, 끝없는 이야기 등등... 모모는 내게 정말 좋은 책이고, 이 글을 읽은 여러분 중에 모모를 읽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 있다면 꼭 한 번쯤은 읽어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