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팔 친구 사귀며 영어 이메일을 주고받던 날들의 추억

펜팔이라굽쇼?

by 이보라




제목을 쓰고 보니 두 가지 단어가 눈에 띈다.


펜팔, 그리고 이메일.


먼저 펜팔부터.


요새 아이들은 펜팔이라는 단어를 알까? 온갖 종류의 SNS가 넘쳐나고,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도 많고, 외국에 나가는 한국인도 많은 요즘 시대에 펜팔이라니, 아마도 그런 거 모르겠지? (그런데 알고 보니 펜팔 앱으로 '언어 교환'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이메일.


이메일이 나온 지 몇 년 되지 않았던 때였다. 다시 읽어 보면 이 문장은 좀 이상한 문장이다. '이메일이 나온 지 몇 년 되지 않았던 때'라니. 이메일이 없었던 시절이 있었지 참.


미국에서 살고 있는 엄마 친구의 소개로 첫 펜팔 친구가 생겼던 건 고등학교 때였다.


그때까지는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외국인과 대화를 해 본 적이 없었다.


어울리지도 않는 영어 이름을 만들어 쓰고, 가끔 기분에 따라 자체적으로 개명을 하기도 하면서 펜팔 친구와 메일을 주고받았다. 앞서 언급했듯 '펜팔'과 '메일'이라는 개념이 둘 다 약간 생소한 시기였고, 누군가와 온라인으로나마 실제로 영어로 대화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신기했다.


짧은 영어로 구사할 수 있는 문장은 많지 않았고, 사실 할 얘기도 별로 없었다. 학교 얘기, 날씨 얘기, 휴가 얘기, 친구들이랑 놀았던 얘기 정도를 주절거리며 영어로 대화를 해보는 즐거움을 누렸던 것 같다.


가끔 메일 몇 줄을 쓰고 읽는 걸로 영어 실력이 엄청나게 상승할 여지는 없었지만, 영어에 좀 더 가까워지고 편해지는 계기였다. 어쩌면 '실제로 영어를 쓰고 있다는 느낌'을 처음으로 경험했다는 데 의의가 있을 수도 있다.


MSN 메신저와 페이스북을 거쳐 드문드문 나와 계속 대화를 이어가던 그 친구는 나중에 미국에서 영국으로 이사를 갔고, 펜팔을 시작한 지 약 10년쯤 후 내가 영국 여행을 갔을 때 실제로 만날 수 있었다.


인연이란 건 참 별나다지.





[삽질 기록]

- 이왕 쓰는 거 메일 좀 더 열심히 쓰지 그랬니.

- 살아있는 문장 연습 기회인데 너무 대충 했다.

- 그렇지만 재미있었지.

- 그랬으면 된 거지.

월, 화, 수, 목, 금,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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