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어민 영어 선생님을 졸졸 쫓아다니면서 말을 걸어요

꺅, 외국인이다!

by 이보라




중고등학교 영어 선생님들은 대부분 할아버지에 가까운 아저씨 선생님이었다.


이따금 영어 테이프에서 나오는 것 같은 영어를 구사하는 젊은 여자 선생님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한국식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아저씨 선생님이었다.


선생님은 열정적이셨지만, 수업은 잠이 쏟아지도록 지루했다.


지금 다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낮잠을 유발하는 효과가 있다.


시골 마을 학교에 원어민 영어 선생님이 있다는 건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고, 동네에 외국인 자체가 아예 없었다.


동네 영어 학원 선생님들도 당연히 모두 한국인이었고, 설사 원어민 선생님이 있었다고 해도 우리 엄마가 나의 영어 학원비에 돈을 쓸 생각이 없었으니 의미가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학원비에 돈을 '쓸 생각이' 없었던 게 아니라, 학원비에 '쓸 돈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그러나 나에게도 때가 왔다.


와, 한양에 올라오니 원어민 선생님이 있네.


시골 마을을 벗어나 서울에 있는 대학교로 오니, 머리는 노랗고 눈은 파란 미국인 선생님이 있다. 신기해, 신기해.


교양 영어 수업을 듣는데 영어 회화 테이프에서 듣던 목소리와 억양이 나오는 것이 마치 방송에서 보던 배우가 눈앞에서 연기를 하고 있는 느낌 같았다.


그들의 입에서 청산유수처럼 흘러나오던 말은 영어 테이프에서 나오던 말보다는 훨씬 빠르고, 훨씬 안 들렸지만 아무렴 어떠했던가.


교양 영어 같은 필수 교양 과목은 당연히 들었고, 여기에 더해 비즈니스 영작문처럼 선택 교양 과목까지 원어민 영어 수업을 알차게 골라 들었다.


수업이 끝나면 과제에 관해 물어본다는 핑계로 원어민 선생님을 졸졸 쫓아다니며 귀찮게 말을 걸었다.


우연히 캠퍼스 안에서 만나기라도 하면 또 신이 나서 달려가 말을 걸었다.


자주 마주치지 못하면 메일을 보내서 쓸데없는 질문을 늘어놓기도 했다.


신기함과 즐거움이 일상 속에 넘쳐흐르던 시절이었다.


좋은 시절이었네.





[삽질 복기]

- 회화 책으로 열심히 공부한 보람이 있구먼.

- 그렇게 들었던 수업들이 다 자산이 되었다.

- 원어민 선생님께도 좋은 시절이었을지는 잘 모르겠다.

- 귀찮게 해서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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