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공부 핑계로 교양 쌓기
전 국민이 다 해보고 나면 그때쯤 들어가는 사람이 한 명 있다.
스키니진이 한창 유행할 때 '저렇게 남사스러운 걸 어떻게 입고 다닌담'이라고 생각하며 몇 년을 보내다가, 스키니진 유행이 끝나는 마지막 해쯤 사서 입는다.
아직 비트코인도 사 본 적이 없다. 아마 주변에 몇 사람이 떼돈을 벌어서 해외로 투자 이민을 갈 때쯤에는 살 수 있을 것 같다.
테드(TED)가 등장했을 때도 그랬다.
영어 공부를 하면서 재미없는 뉴스 말고 좀 더 참신한 콘텐츠를 원하는 사람들은 빛에 나방 꼬이듯 그 빨간 장막의 무대로 몰렸다가 관심이 시들해질 때쯤, 그 세계에 진입했다.
오. 전문적이고 지적인 느낌 좋은데?
빨간색 커튼도 마음에 들고 말이야.
경제, 경영, 과학, 예술 등 다양한 주제가 있었다.
사람들이 나와서 발표를 하는 영상이었기 때문에, 미국 드라마나 라디오처럼 말이 미친 듯이 빠르지도 않았다. 자막도 있었다. 한글 자막도 있고, 영어 자막도 있어서 못 알아듣는 단어나 문장을 확인하기도 편했다.
당시에는 도시 경제에 관심이 있을 때라, 도시 개발, 도시 환경 조성, 도시 디자인 등 관련 주제의 영상을 실컷 찾아보았다. 한참 영상을 본 뒤에는 어학, 교육, 창의성, 예술 등 주제를 확장했다. 책으로도 찾아볼 수 있는 내용이지만 책을 읽을 때와는 약간 다른 색채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사람들이 말은 왜 그렇게 또 잘하는지 원. 보고 있노라면 발표 연습도 될 것 같았다.
하지만 나의 영어 삽질 본능은 살아 있었다. 한동안 빠져서 보다가 흥미를 잃고 또 그만두었다. 전사문까지 있으면 뭐 하나, 읽지를 않는데?
아마 영어 듣기에는 도움이 되긴 했을 것이다. 이것저것 다양한 주제의 영상을 주워 본 게 일이나 교양에도 도움이 되었을 것 같기도 하다.
확실하지는 않다. 아마 그럴 것이다.
오랜만에 ted.com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여전히 콘텐츠가 넘쳐난다.
영어 공부만 할 때는 몰랐는데, 원래 다른 언어로도 자막이 이렇게 많았던가? 다개국어를 공부하기에도 좋은 자료인 것 같다.
어쩌면 또 빠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마도, 약간 아마도.
[삽질 복기]
- 얼리어답터로 일찍 들어가서 더 열심히 봤더라면 좋았을걸.
- 보기만 하지 않고 전사문을 소리 내서 읽었더라면 좋았을걸.
- 1편만 제대로 팠어도 영어 공부에는 훨씬 좋았을걸.
- 그래도 본 게 어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