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읽는 영문학 교양 수업 들으며 책에 풍덩

풍덩풍덩 허우적허우적

by 이보라




뭘 모르긴 했다.


하긴 알 리가 없지. 영문학을 영어 원서로 읽는 데 얼마나 큰 고통이 수반되는지, 영문학 영어 원서를 읽고 그걸로 영작문 과제까지 써서 내는 동안 나의 수명이 얼마나 급격하게 줄어드는지.


하지만 무식하면 사람이 용감해지고, 용감하게 앞으로 나아가 부딪히고 깨지다 보면 얻는 것도 분명 있는 법이다.


대학에 다닐 때는 문학소녀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대학교 '때까지는' 문학소녀였다. 대학교 캠퍼스에서 선배들과 술을 마시러 가기로 한 약속 시간이 될 때까지 벤치에서 소설을 읽곤 했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때 읽은 책들은 대부분 소설책이었다. 한국 소설이든, 외국 소설이든, 문학만 주로 읽었다.


하지만 스펙을 쌓고 취업을 준비하면서부터 세속에 물들어 문학을 즐기는 감성 같은 건 우주로 보내버리게 될 터였다. 경영경제 도서나 자기계발서를 읽어치우며 돈 냄새 나는 젊음의 세상이 열리기 직전, 바로 그 영문학 교양 수업이 있었다.


수업을 들으면서 읽었던 책은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과 조셉 콘래드의 <어둠의 심연>이었다. 모르는 단어가 많았기 때문에 사전을 곁에 두고 읽었다. 사전으로 단어의 뜻을 찾아도 그것을 맥락 속에서 이해하는 데는 또 긴 시간이 걸렸다.


실용 영어 수업이나 비즈니스 영작문 수업에서 맞닥뜨리던 것과는 또 다른 영어였다. 실용 영어 수업에서의 영어가 한강이라고 하면 영문학 수업에서의 태평양이었다. 수영을 못하지만 일단 뛰어는 들었다. 낯선 문자들 안에서 허우적거리고 또 허우적거렸지만 가라앉지는 않았다.


그때 썼던 작문 과제를 찾아서 보니 문체가 아주 저렴해서 깔세 매장 떨이에 가깝다. 문학을 읽고 쓴 글이지만, 발표로 할 법한 말을 글로 옮겨 놓은 것뿐이다. 가벼운 구어체 문장의 감성이 울려 퍼진다.


그러나 수업에서는 살아남았다.

점수도 잘 받았다(아마도).


그리고 즐거웠다.

그랬던 것 같다.





[삽질 복기]

- 영어 회화에 도움이 되는 느낌은 거의 없었지.

- 원서 읽기는 어려웠지만 영문학 수업은 즐거웠지.

- 한 번 어려운 걸 읽고 나면 그래도 여러모로 수월해지니까.

- 역시 영어의 꽃은 문학.


월, 화, 수, 목, 금,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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