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전공 수업 영어 강의로 골라 들었는데 과연

겁대가리 없는 녀석 같으니

by 이보라




전공 수업 영어 강의가 열풍이었다.


원어민이나 교포가 아닌 토종 한국인 교수님에까지 이 열풍이 스며들었다.


예리하다 못해 매서울 지경인 젊은 교수님부터, 이래도 허허, 저래도 허허 웃으시는 푸근한 노교수님까지 전공 강의를 영어로 수업하는 게 유행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한국 사람이 한국 사람을 위해 하는 영어 강의, 그것도 전공 수업.


원어민 교양 영어 회화 수업이나 영작문 수업과는 다른 영역이었다.


한국어로 들어도 어려운 경제학 수업을 영어로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심장이 말린 가지처럼 좀 쪼그라드는 느낌은 있었다. 하지만 원래 멋모르는 애가 겁이 없는 법이다.


'뭐 어떻게든 닥치면 하게 되겠지'라는 천하 태평한 마음으로 수강 신청을 했다.


오호, 웬걸? 할만하다.

(일단 시험 기간까지 가 보고 말해).


어차피 수업 시간엔 수업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딴생각을 하기 일쑤였으니까 그럴 수밖에 없다. 물론 시험 전에는 '오늘이 내 생애 마지막 날인 것처럼' 온몸을 불사르며 공부를 했고, 그게 통했다.


교수님들은 대부분 강한 한국어 억양을 썼고, 그래서 더 알아듣기 어려울 때도 많았다. 한국어로도 뜻이 명확하게 이해되지 않는 경제학 용어를 영어로 들으니 머리가 핑핑 돌았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므로, 수업을 들을수록 무지의 구름도 걷혀 갔다. 공식적인 수업 교재는 영어 원서였지만, 도서관에 참고할 수 있는 전공 관련 한글 도서도 많으니 공부가 마냥 어렵지만도 않았다. 아, 역시 사람은 다 살길이 있구나.


그리고 결정적으로, 전공 영어 강의는 상대 평가가 아닌 절대 평가였다.


나보다 똑똑한데 심지어 부지런하기까지 한 악인들의 존재가 나에게 위협이 될 수 없었다. 그저 수업 시간에 딴생각하는 나 자신만이 위협이 되었을 뿐.


과제를 잘 내고, 죽기 살기로 시험공부를 하고, 교수님을 뵐 때마다 굽신거리고 다니니 학점은 잘 나왔다. 전공 영어 강의를 들으면서 학점을 받는 나름의 방법을 터득하니, 학기가 지날 때마다 듣는 영어 강의도 많아졌다.


그런 수업을 잘 골라 들은 덕에 학점도 전반적으로 좋아져서, 교환 학생을 지원을 할 때도 도움이 되었다.


겁대가리 없는 행동은 내 편이었다.





[삽질 복기]

- 영어는 별로 안 늘었다.

- 배운 것도 지나면 까먹었다.

- 발표할 때 말고는 영어로 떠들 일도 없었다.

- 교환 학생 가는 데 도움이 되었으니, 그래도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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