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 공부한 똑똑한 선배가 하는 말의 신빙성

똑똑한 사람들을 경계하자

by 이보라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가 잠시 한국에 들어온 학교 선배가 흥미로운 얘기를 한다.


"GRE 준비할 때 단어 공부하는데 정말 난생처음 보는 단어가 나오는 거야. 앞으로 이 단어를 언제 또 보게 될지 확실하지 않았어."


솔깃했다.


도대체 어느 부분이 솔직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아마 술이 들어가면서 뇌가 맛탱이가 좀 갔던 것으로 추정된다. 어쨌든 학교에 다닐 때부터 똑똑했던 선배가 했던 그 말에 입맛을 확 돋우는 레몬즙 같은 매력이 있었다(도대체 왜).


나도 그 흥미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어졌다. 교환학생 준비를 할 때 공부했던 토플 어휘도 이미 기억 속 깊숙한 곳으로 가라앉아 있는 상태였지만 그래도 궁금했다. GRE 단어 속에서의 그 새로운 세계가.


그렇게 GRE 단어 책을 전자책으로 구매했다.


한국어로 출판된 책이 아니라, 외국에서 출판된, 오로지 영어만 있는 GRE 단어 책이었다(도대체 왜).


학교에서 전공 영어 강의를 들었고, 교환학생을 다녀왔고, 해외 인턴을 하고, 외국계 회사에서 영어를 쓰면서 인턴도 했다. 일상 및 업무 영어 회화는 이미 가능한 상태였고, 미국 드라마를 자막 없이 보고 원서도 읽을 수 있었지만 GRE 단어 책의 세계는 역시 미지의 세계였다.


선배의 말대로 정말 들어본 적조차 없는 단어가 많았다.


단어도 잘 모르겠는데 설명과 예문도 모두 영어로 되어 있어서 고난에 고난이 더해졌다.


유학을 갈 생각이 전혀 없었으므로 GRE 시험 성적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고, 그 정도 수준의 고급 단어가 필요한 것도 아니었는데 왜 그걸 하고 싶어 했는지는 정말 알 수가 없다. 호기심에 이끌렸다고 하기엔 그에 따르는 고난이 너무나도 컸다.


본다고 열심히 보긴 했는데(뭘 열심히 봐? 한 번도 끝까지 안 봤으면서), 별로 남는 건 없었다. 원래 어떤 것이든 제대로, 끝까지, 반복해서 보지 않으면 별로 남는 게 없다.


똑똑한 선배들이 하는 얘기는 항상 경계심을 갖고 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





[삽질 복기]

- 대학교 때 산 33000 단어장이나 열심히 볼 것이다.

- 그렇지만 그것도 보다가 말 것이 뻔하므로 그냥 원서나 읽을 것이다.

- 원서도 많이 읽지 않을 것이므로 그냥 미국 드라마나 볼 것이다.

- 똑똑한 선배들이 하는 얘기는 앞으로 다 흘려들을 것이다.

월, 화, 수, 목, 금, 토 연재
이전 25화영어 원서 전자책의 세계에 입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