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영어 오디오북이라니, 너무 솔깃하잖아

모두가 홀리는 그 단어, 무료

by 이보라



세상에 공짜는 없다.

모든 것에는 대가가 따른다.


정말 그런가? 사실 잘 찾아보면, 정말로 공짜인 것도 많다.


공짜인 것은 좋다.

공짜인 것은 훌륭하다.


그러므로 내가 대머리로 생을 마감할 수 있는 확률도 아주 높다.


하라는 영어 공부는 안 하고 보물찾기하듯 영어 공부 방법을 찾아 나선다. 이미 활용할 수 있는 책이 집에 238권 정도 있지만 더 나은 책을 찾아 나선다. 인터넷의 세계로 들어가면 활용할 수 있는 자료가 억 단위로 생기기 때문에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가 없다.


무료 영어 오디오북을 제공하는 사이트, 'Librivox'도 그렇게 만났다.


영어 오디오북을 무료로 들을 수 있다고? 게다가 종류도 많고?


PC에서 이용할 수도 있고, 휴대전화 앱에서 이용할 수도 있었다. 영어 오디오북만 있는 게 아니라 프랑스어, 중국어 등 다른 언어의 오디오북도 있었다. 오, 100살까지는 살려고 했는데 내가 이미 천국에 와버린 건가?


영어의 경우에는 들을 수 있는 오디오북의 종류가 아주 많았다.


고전 소설, 어린이 소설, 희곡, 시, 단편, 종교, 역사, 철학, 비즈니스, 자기 계발, 교육, 자연, 의학, 과학 등 장르로 다양했고, 장르별로 작품 수도 많았다.


저작권이 만료된, 오래된 책들을 일반 사람들이 소리 내서 읽어서 녹음한 것을 올린 것이었기 때문에 자유 이용 저작물(public domain)로 무료 이용이 가능했다(미국만 해당).


듣고 싶은 영어 오디오북을 열심히 내려받고 신나게 들었다.


못 알아듣는 내용도 많았지만(특히 철학이나 역사 계열), 그냥 신나게 들었다.


무료의 힘이 이렇게 강하다.


하지만 영어가 내가 원하는 만큼 늘지는 않았는데, 이유는 일관성 있고 단순했다.


대충 듣다가 말았기 때문이었다. 다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열심히 듣지 않았고, 따라 말하지 않고 듣기만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실력이 늘 만큼 오래, 많이 듣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문제도 있었다.


일반 사람들이 녹음을 해서 올린 것이기 때문에 음질이 좋지 않았다. 이따금 책장을 넘기는 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릴 때도 있었고, 웅얼거리는 말투 때문에 말이 또렷하게 들리지 않을 때도 있었고, 문단이 끝날 때마다 거칠게 숨을 들이쉬는 게 거슬릴 때도 있었다. 유료로 구매해서 듣는 오디오북과는 확실하게 품질 차이가 있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모든 것에는 대가가 따른다.





[삽질 복기]

- 음질이 별로면 미련 없이 빠르게 중지할걸.

- 괜찮은 건 끝까지 들을걸.

- 끝까지 들었는데 괜찮은 건 여러 번 들을걸.

- 공짜이지만 본전을 제대로 뽑을걸.


[고지: 저작권법을 고려해서 하는 말은 아니지만, 본인이 이 사이트를 이용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바이다. 위의 글은 그냥 허구이다. 원래 수필을 쓰지만 이편만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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