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 하는 코미디?
처음엔 좀 생소했다.
우리나라 개그맨들은 무대에 나와서 모여 얘기하고 장난치고 연극을 하면서 웃기는데, 이 나라 코미디언들은 혼자 서서 떠든다.
개그맨과 코미디언은 같은 뜻인데 위의 문장에서 두 단어가 각각 사용된 이유는 그저 그게 익숙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개그맨은 왠지 모르게 개그맨이라고 부르고 싶고, 외국 코미디언은 왠지 모르게 코미디언으로 부르고 싶다.
어쨌거나, 혼자 마이크와 물 한 병만 달랑 들고나와서 한 시간 반 동안 떠들다가 가는 이 스탠드업 코미디라는 장르는 신기했다.
넷플릭스에 스탠드업 스페셜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면서, 그 홍수 안에서 신나게 수영을 했다. 엘런 디제너러스, 트레버 노아, 세스 마이어스, 크리스텔라 알론소 등 다 언급하기도 어렵다. 학교 동창 이름도 잊어버리는 판에 그들의 이름까지 기억하기에는 뇌 구조가 너무나 빡빡한 관계로, 그 이상은 알려주고 싶어도 알려줄 수가 없다.
영어 공부하기에는 생각보다 꽤 괜찮은 장르였다.
무대에 혼자 나와서 떠들기 때문에 완벽한 구어체 영어를 익힐 수 있었다. 친구, 가족, 일, 여행, 사회적 사건 등 일상적인 얘기를 하다 보니 평소에 쓸 법한 단어와 문장을 익히기에도 좋았다. 외부 소음도 거의 없고 마이크에 가까이 대고 말하니 음성도 귀에 쏙쏙 들어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웃겼다. 지루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았다.
침대에 누워 낄낄거리면서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남편이 지나가면서 보내는 눈빛에서 진하게 묻어나는 한심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눈빛 외에도 스탠드업 코미디에는 한계가 있었다.
스탠드업 코미디에는 냉소적인 조롱이나 성적인 농담, 욕이 많은 편이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렇지 않은 청정한 영상을 찾는 게 마냥 쉽지는 않았다. 냉소적이고 욕을 많이 하는 친구와 시간을 보낼 때 느낄 법한 피로를 느끼던 차에 넷플릭스가 가격을 훅 올리면서 자연스럽게 넷플릭스와 멀어지고 스탠드업 코미디에서도 멀어졌다.
그래도 좋은 시간이었다.
영어 듣기도 늘었던 것 같고. 아마도.
[삽질 복기]
- 적당히 보고 책을 더 보는 것도 좋았겠다.
- 적당히 보고 뉴스를 더 보는 것도 좋았겠다.
- 적당히 보고 운동을 더 하는 것도 좋았겠다.
- 적당히 보고 밖에 나가 노는 것도 좋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