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아닌데 엄마표 영어책은 왜 보세요?

도대체 왜 그러세요?

by 이보라



수능 시험 공부를 하면서 서울대 합격 수기를 많이 봤다.


고등학교 때 거금을 주고 구독했던 학습지에는 꼼수 정신을 자극하는 서울대 합격생들의 수기가 많았다. 기출문제를 분석하고, 모의고사를 풀고, 오답 노트를 만드는 데 써야 할 열정을 서울대 합격 수기를 읽는 데 썼다. 오, 이렇게 외울 수 있구나. 오, 이렇게 붙었구나.


엄마라고 불러주는 이도 없는데 엄마표 영어에 성공한 사례들을 담은 책들을 보았다. 오, 애들이 이렇게도 영어가 되는구나. 오, 요새 애들은 이렇게 영어 하는구나.


수없이 많은 영어 공부 방법들을 시도해 보았지만(시도했다가 실패해 보았지만) 나는 여전히 스티브 잡스가 했던 말을 숭상하고 있었다. Stay hungry. Stay foolish.


여전히 배가 고팠고 여전히 어리석었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팠고, 매일 조금씩 더 어리석어졌다. 분명 내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궁극의 '노력하지 않고도 영어를 잘하게 될 수 있는' 꼼수를 향한 여정은 끝날 줄을 몰랐다.


이런저런 책을 읽어보았지만, 엄마표 영어책에 담겨 있는 내용들에 특별한 건 없었다. 많이 듣고, 많이 말하는 것. 많이 접하고 많이 내뱉은 애들이 엄마표 영어에서도 성공했다. 그건 나도 알아, 안다고.


서울대 합격수기도 그랬다. 하루 종일 다른 생각 안 하고 공부만, 오로지 공부만 하는 것. 기본 내용을 숙지하고, 문제를 풀고, 오답을 다시 정리하고, 문제를 또 풀고, 오답을 다시 정리하는 것. 그건 나도 알아, 안다고.


그걸 누가 몰라. 그건 다 알아.


영어 공부 안 하고 영어 잘하고 싶고, 공부 안 하고 서울대 가고 싶은 것뿐이지.


서울대 합격 수기 볼 시간에 공부를 더 했으면 되었다.

엄마표 영어책을 볼 시간에 영어 공부를 더 했으면 되었다.


그랬으면 되었다.

항상 그랬으면 되었다.





[삽질 복기]

- 영어 비법 책 볼 시간에 영어 공부하면 된다.

- 그 시간에 듣기와 말하기 연습 더 하면 된다.

- 정 보고 싶으면 적당히 보고 영어 공부하면 된다.

- 사실 답은 항상, 내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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