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건하게 영어 성경 오디오북 듣기

하나님이 가라사대

by 이보라



킁킁거리며 기웃거린다.


기독교는 아니지만 성경 근처에 기웃거리고 불교는 아니지만 법구경에 기웃거리고 힌두교는 아니지만 바가바드기타에 기웃거린다. 종교 경전에는 대부분 삶을 관통하는 지혜가 담겨 있기 때문에 기웃거리면 뭐 하나라도 주워서 먹을 게 있는 법이다.


이참에 영어로 성경을 읽어보기로 한다.

아, 정확히 말하자면 오디오북으로 들어보기로 한다.


드라마처럼 다양한 성우들이 참여한 성경은 조금 정신이 없는 관계로(그리고 듣기가 좀 더 어려운 관계로), 한 명의 성우가 읽은 성경 오디오북을 골랐다. 총길이가 68시간이다(이 숫자가 사건의 복선임을 알아차려야 했다).


세상의 창조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들어보는데 금방 벽에 부딪힌다.


생각보다 내가 알아야 할 아들이 너무 많다. 누구는 누구의 아들이고, 그 아들의 아들은 누구이고, 그 아들의 아들의 아들은 누구이다. 우리 가족 관계도를 그리려고 하면 3촌 이상으로만 넘어가도 구멍이 생기는데 남의 아들의 아들의 아들까지 신경 쓰기에 너무 버거움을 느낀다.


물론 홍수가 나고 탈출을 하고 이주를 하고 우박이 내리고 바다가 열리고 나름 모험 정신 가득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웬만한 모험 소설보다 재미있을 수도 있다.


한참을 들었는데 아직 58시간이 남았다

한참을 들은 것 같은데 아직 10시간밖에 안 들었다니?


백 세 시대니까 1년에 1시간씩 들으면 죽기 전에 다 들을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일단 조금 더 기웃거려 본다.

아마도.





[삽질 복기]

- 오디오북을 고를 때는 총 시간을 꼭 확인하자.

- 원서를 고를 때는 총 쪽수를 꼭 확인하자.

- 잠언 정도에서 시작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죽기 전에 한 번은 꼭 들어보자(아마도).

월, 화, 수, 목, 금,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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